본인이 만든 폰 내동댕이에 충격받은 삼성맨,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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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집약적 제품 디자인 한계 느껴
퇴사 후 비즈니스 컨설팅 회사 창업
디자인 강점 둔 가전 브랜드 만들어

“2004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무선사업부에서 휴대폰 디자이너로 4년 정도 근무했습니다. 당시 1년이 멀다 하고 기술이 변하던 시절이라 사무실에서 쪽잠을 자며 인생에서 가장 바쁜 시기를 보냈어요. 그러다 우연히 고속도로 휴게소에 있는 휴대폰 수거함을 보게 됐는데요. 아이들이 그 앞에서 제 모든 열정과 시간, 노력을 담아 만든 휴대폰을 던지며 노는 모습을 봤습니다. 한참을 놀고선 다시 수거함에 휴대폰을 넣고 자리를 떠났어요. 이후 기술의 가치와 함께 제품 가치가 사라지는 기술 집약적 제품보다 더 큰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RND+ 문재화(43) 대표는 이후 신사업 기획을 하는 기술총괄부서 디자이너로 자리를 옮겼다. 다양한 사업 아이템을 발굴해 사업화의 기반을 다지는 업무였다. 이때 담당했던 의료사업이 본격적인 사업화 승인이 떨어져 2년 반 동안 기업 인수합병(M&A), 신제품 개발, 브랜드 런칭, 사업부 조직 세팅 등 사업의 모든 과정을 경험했다. 사업 런칭을 끝으로 문 대표는 또다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2012년 사표를 내고 RND+를 창업했다.

RND+ 문재화 대표./RND+ 제공

◇퇴사 후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신사업 비즈니스 컨설팅 진행

-삼성 내에서 소위 잘나가는 디자이너였는데.

“당시 삼성 휴대폰의 메인 모델이었던 울트라에디션을 디자인하는 등 회사 내 입지가 좋았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더 큰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 기술총괄부서로 부서를 옮겼어요. 입지 좋은 디자이너가 스스로 사업부를 바꾸는 것을 보고 회사 내에서는 제가 회사 생활을 오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 분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퇴사를 결심한 계기는.

“무선사업부에 있을 때 저는 일반인들이 흔히 생각하는 제품 디자이너였습니다. 하지만 기술총괄부서로 옮기고 난 후에는 새로운 관점, 새로운 아이디어, 가치 있는 아이디어가 사업적으로 더 빛날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해야 하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디자이너의 모습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디자이너가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제품 디자인뿐 아니라 다양하다는 믿음이 생겼어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신사업 비즈니스 컨설팅 디자인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문재화 대표가 삼성전자 재직 시절 디자인한 울트라 에디션, 햅틱 ON. 햅틱 ON은 이천희, 박예진이 출연한 CF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RND+ 제공,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비즈니스 컨설팅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생소하다. 주로 어떤 일을 했나.

“주로 대기업 1·2차 벤더사나 오너 2세들이 경영권을 이어받는 시기의 기업들, 신사업 아이디어가 필요한 기업들이 주 고객이었습니다. 자신들의 강점을 살려 새로운 무언가를 하고 싶은데 어느 방향으로 어떤 아이템을 해야 할 지 고민하는 기업이 대부분입니다. 이런 고객사들을 위해 신사업 기획을 해드리고, 최종 결과까지 만들어드리는 일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기·지멘스·한솔교육 등의 디자인 컨설팅을 담당했습니다.”

◇가전제품 브랜드 만들고, 첫 제품 무선 청소기 출시

-컨설팅에 이어 2018년에는 가전제품 브랜드 ‘모온’을 만들었다.

“그동안은 컨설팅 위주로 대출 없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했습니다. 하지만 숭실대학교 MBA를 다니면서 알게 된 다른 CEO분들과 얘기하면서 사업을 보는 관점이 바뀌었어요. 디자인 컨설팅도 좋지만, 저희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제품을 만들어서 사업을 더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모온(bit.ly/32EJ89t)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첫 제품은 무선 청소기 ‘오비큠’이다. 왜 하필이면 무선 청소기를 만들었나.

“벤처회사가 진입할 사업 아이템은 블루오션보다 레드오션 시장이 더 적합하다는 저만의 기준이 있었습니다. 블루오션 시장은 시장을 만들고,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다양한 마케팅을 해야 하고, 시장이 성장하기까지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벤처가 시장 진입 후 사업을 영위하기 어려운 구조에요. 그래서 레드오션이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아이템을 잡고, 그 시장의 규모가 크면 그 시장에서 0.01%의 점유율만 목표로 잡아도 매력적인 매출액이 나올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무선 청소기를 선택했어요. 여러 아이템 중에 배터리·모터의 성능이 좋아지고, 부품 가격도 합리적인 선까지 내렸어요. 매년 30%씩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자 글로벌 시장도 있어 저희 같은 벤처가 진입하기 좋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대기업 제품과 중국산 저가 제품의 가격 차가 큰데 디자인은 비슷해 새롭게 공략할 수 있는 지점이 명확하게 보이는 시장이었습니다.”

무선 청소기 오비큠./RND+ 제공

-감각적인 디자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제품 색상이 청소기에서 흔히 볼 수 없던 색상인데.

“기존 무선 청소기 시장은 자동차로 예를 들면, 덩치 크고 힘 좋은 SUV만 도로에 즐비한 상황이었습니다. 다이슨 무선 청소기와 유사한 구조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었어요. SUV만 있는 도로에 가볍고 디자인도 예쁜 경차를 달리게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청소기 구조부터 바꿨습니다. 

손잡이부터 배터리·모토·먼지 통·흡입구를 직선으로 배열해 비용 대비 가장 합리적인 성능을 낼 수 있는 구조를 택했습니다. 여기에 집안 인테리어에 어울리는 제품 색상을 선택했고, 벽에 구멍을 내지 않고도 스스로 서 있을 수 있는 스탠드형으로 제품을 만들었어요. 또 먼지가 밖에서 보이지 않는 불투명한 먼지 통, 전체 디자인과 하나 되는 어댑터까지 하나의 디자인으로 통일시켜 제품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기획과 디자인에만 1년 반을 공들여 오비큠(bit.ly/32EJ89t)을 출시했습니다. 제품 개발은 삼성이 사회적 기업으로 설립한 국내 법인이자 20여년간 삼성 청소기를 제조·관리한 무궁화전자에서 담당했습니다. A/S도 편하게 받을 수 있어요.”

◇한국 대표하는 디자인 가전 브랜드 만들고파

-디자인만큼 품질과 성능도 중요한데.

“가전제품의 성능은 꾸준히 관리하며 업그레이드시켜야 하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오비큠은 최근 출시 초에 사용하던 일본 BLDC 모터에서 자체 개발한 BLDC 모터로 부품을 바꿔 성능이 약 25% 향상했습니다. 또 기존보다 사용 시간이 20분 더 늘어난 2400mAh의 삼성 SDI의 배터리를 사용하며 지속해서 성능을 높이고 있어요. 벤처 가전 기업이지만 핵심 부품 개발과 꾸준한 연구·개발 분야 투자를 통해 성장하고 신뢰받을 수 있는 브랜드가 되려고 합니다.”

제품 색상을 선택했던 과정(위) 직렬 구조 디자인(아래)./RND+ 제공

-시장 반응도 궁금하다.

“출시 후 지금까지 3만대 이상 팔렸습니다. 꾸준히 매달 판매가 늘어나는 것이 중요한데, 주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판매 수량이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온라인몰(bit.ly/32EJ89t)에서도 인기입니다. 오비큠 청소기가 나오게 집 안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분들도 많아졌어요. 작년 컨설팅 매출과 청소기 매출을 합쳐 약 21억원이었습니다. 올해는 청소기 매출만으로 약 80억원으로 보고 있습니다.” 

-향후 제품 개발 계획은.

“올해 11월에서 12월 사이에 물걸레 청소기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내년 상반기 즈음에는 헤어드라이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드라이어를 먼저 출시한 후, 물걸레 청소기를 출시할 계획이었는데 코로나 사태로 소비자 관심이 청결 쪽으로 이동해 라인업을 바꿨습니다.”

-목표는.

“모온을 한국의 대표 디자인 가전 브랜드로 만들고 싶습니다.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글 CCBB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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