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받는 대관료 할인 못 받고 정가 다 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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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2단계 격상 후 뷔페 영업 중단
식대 못 받자 대관료 인상 나서
식사 대신 값싼 답례품으로 대체하기도

“현실적으로 선택 가능한 대안이 없었습니다. 결국 예식장 대관료를 계약 금액의 2배 수준으로 낼 수밖에 없었어요. 1년 넘게 준비했는데 혼주도 결혼식 내내 마스크 쓰고 있었던 것도 그렇고 손님들을 제대로 초대하지도, 대접하지도 못해 속상해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2단계로 격상되면서 예식장 뷔페 운영이 중단됐다. 뷔페가 코로나 감염 위험이 높은 고위험시설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대관료 대신 뷔페 식대 장사를 해온 대부분 예식장은 뷔페 운영 중단으로 인한 손해를 혼주들에게 씌우고 있다. 대관료를 계약 금액보다 높게 받거나 식대에 한참 못 미치는 답례품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일주일 전 연락 와 대관료 당초 계약보다 올려

A(28)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 중이던 9월6일 결혼식을 올렸다. 참석한 하객은 100명 남짓이었고, 하객들은 신부 대기실에서 신부와 사진을 찍을 때부터 결혼식이 진행되는 동안 내내 마스크를 쓰고 앉아 있었다. 혼주도 예외는 없었다. 그나마도 늦게 온 사람들은 식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 별도 마련된 장소에서 스크린을 통해 식을 지켜봐야 했다. 뷔페 운영도 중단된 상태라 하객들은 식사 대신 A씨 부부가 준비한 답례품만 들고 집으로 향했다.

A씨 부부는 먼 길을 찾아 앞날을 축하해주러 온 하객들에게 식사 한 끼 제대로 대접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예식장과의 계약이었다. 8월 19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2단계로 격상되자 A씨는 불안한 마음에 식장에 전화를 걸었다. 예식장에서는 “9월 예식은 일단 원래대로 진행한다”고 안내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일단 8월 30일까지 시행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30일 거리두기 단계가 오히려 2.5단계로 격상됐다. A씨 부부가 예식장에서 전화를 받은 것도 그즈음이다. 처음 예식장이 제안한 안은 하객 최소 보증 인원을 줄이고, 식사 대신 답례품을 제공하겠다는 것이었다. 별도의 장소에 스크린을 설치해 하객을 130명까지 초대할 수 있게 하고, 답례품을 주는 대신 130명의 식대는 그대로 받겠다고 했다.

예식장 측에서 음식 제공 대신 제안한 답례품은 와인이나 프리미엄 차 세트, 샴푸 등이었다. 보증 인원을 줄여준다는 소식에 안도했지만, 예식장에서 말한 답례품을 검색해보고는 깜짝 놀랐다. 일부 답례품의 가격이 식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A씨는 “인원을 줄이는 대신 결국 식대로 돈을 남겨 먹으려는 속셈 아니냐”고 했다.

예식장과의 실랑이 끝에 결국 보증 인원을 없앨 수 있었다. 답례품은 인터넷으로 따로 주문했다. 대신 예식장 대관료를 계약 조건의 2배 수준으로 내야 했다. 해당 예식장의 대관료는 600만원이다. 그러나 통상 예식업계에서는 대관료를 할인해주곤 한다. A씨도 할인된 대관료에 예식장과 계약했지만, 600만원을 낼 수밖에 없었다. A씨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온라인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여전히 보증 인원을 줄여주지 않는 예식장도 있고 대관료를 800만~1000만원 수준으로 요구하는 예식장도 있었습니다”라고 했다.
 

대관료 인상으로 피해받고 있는 예비부부들./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결혼 미루기도, 환불받기도 어려운 예비 부부들

A씨는 결혼을 미루는 것도 고민했지만, 선택 가능한 대안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미 내년 봄까지 예약이 다 차 있었기 때문이다. 예약 가능한 시간은 금요일이나 일요일 저녁 7시 등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시간이었다. 아니면 내년 5~7월로 미룰 수 있었지만, 내년 3월부터는 예식장 비용이 오른다고 해서 추가 비용을 더 낼 수밖에 없었다. 

결혼식 연기나 취소가 잇따르자 한국예식업중앙회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상생 방안’과 분쟁 중재 방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소비자가 연기를 원할 경우 원칙적으로 올해 12월 31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이상이 연장될 경우 최장 내년 2월 28일까지도 연기가 가능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하지만 이마저도 권고 사항일 뿐이고, 예식업중앙회에 가입하지 않은 예식장이 대다수다.

결혼식을 취소해도 계약금을 환불받을 수 없었다. 예약 조항상 100% 환불을 받기 위해서는 6개월 전에 취소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A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예식을 올렸지만, 최근 예비부부와 예식업체 사이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자료를 보면, 8월 14∼21일 서울 지역에서 관련 상담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37% 폭증한 290건 접수됐다. 

연기하면 인상된 2021년도 가격으로 식비와 대관료를 받겠다는 곳도 있고(위) 한 호텔은 예식을 취소하자 처음에는 위약금을 내라고 안내했다가 신부 측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계약금으로 위약금을 대신하겠다고 했다(아래)./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예식업계는 뷔페 운영이 중단됐기 때문에 대관료라도 제대로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예식업체 관계자는 “예식장 식대 비용에는 음식값뿐 아니라 서비스 이용료 등 부가적인 예식장 이용 요금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문을 닫고 싶어도 예식이 있으면 문을 열어야만 한다. 코로나 사태에 예약 취소도 많아 인건비와 전기세 등 유지비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공정위 분쟁해결기준 개정안 마련했지만, 강제성 없어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 예식장 기존 계약을 무효로 처리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자신을 10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예식장 직원 최대 10명을 제외하면 신랑·신부가 초대할 수 있는 하객 수는 최대 40명인데, 40명 초대를 위해 신랑·신부는 천만원이 넘는 돈을 예식장에 지불해야 한다”고 했다. 계약 당시 정한 보증 인원인 200~350명의 식대를 무조건 결제해야 하는 조항 때문이다.

청원인은 위약금 없이 기존 계약을 취소하거나 예식 날짜를 변경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 대책으로 실내 50명 이상 입장이 금지되었기 때문에 보증 인원과 상관없이 예식 당일 식사 인원에 맞춰 식대 값을 지불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계약자가 식사 대신 답례품을 요청하면 예식장은 식대에 상응하는 답례품을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해당 청원은 5만3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고, 비슷한 청원도 여러 개 올라왔다. 관련 민원이 여러 차례 접수된 후 공정거래위원회는 9월 10일 감염병 관련 위약금 분쟁해결기준 개정안을 내놓았다. 개정안은 정부가 감염병 위기 경보 ‘심각’ 단계 발령 시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부터 위약금 없이 예식 일정을 연기하도록 했다. 계약 취소는 1단계에서 20%, 2단계는 40%를 경감해준다. 최소 보증 인원도 마찬가지로 1단계 20%, 2단계 40%씩 줄여준다. 다만 이 기준도 가이드라인일 뿐 법적 강제성이 떨어진다.

글 CCBB 라떼
디자인 플러스이십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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