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개그맨이 별안간 홈쇼핑에서 털 민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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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방송에서 볼 법한 인기 아이돌 그룹이 홈쇼핑에 등장했다. 인기 아이돌 그룹 SF9은 지난 7월20일 CJ오쇼핑 특별 방송 ‘여름 수건이 날 춤추게 해’에 출연했다. 오쇼핑 부문 리빙 브랜드 ‘앳센셜’의 프리미엄 타월과 함께 SF9의 신규 앨범·한정판 굿즈 세트를 판매하기 위해서다.  

CJ오쇼핑 특별방송 ‘여름 수건이 날 춤추게 해’에 출연한 아이돌 그룹 SF9./CJ오쇼핑 캡쳐

방송 타이틀은 SF9의 신곡인 ‘여름 향기가 날 춤추게 해’를 패러디했다. 지난 4일 록밴드 자우림 방송에 이어 집에서 즐기는 홈쇼핑 힐링 콘서트 2탄이다. 자우림은 ‘포도와 음악 사이’라는 주제로 신곡 ‘HOLA’ 무대를 선보이며 거봉 포도를 판매했다.

CJ오쇼핑 특별방송 ‘포도와 음악 사이’ 방송에 출연한 자우림./CJ오쇼핑 캡쳐

◇여기가 콘서트장이야, 거실 TV 앞이야 

뮤지션과 홈쇼핑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 개그맨 유세윤과 프로듀서 뮤지의 프로젝트 그룹 UV가 업계 최초로 홈쇼핑에서 앨범을 판매했다. 당시 2집 ‘집행유예’를 발매한 UV는 ‘쇼핑스타 K’를 통해 싸인 CD를 판매했다. 실제 CD를 팔았지만 판매보다는 홍보 이벤트에 가까웠다. 파격적이라는 인식 때문인지 이후 새 음반 홍보를 위해 홈쇼핑을 택하는 가수는 선뜻 나타나지 않았다.  

한동안 잠잠했던 가수들의 홈쇼핑 홍보는 2015년 가수 루시드폴이 이어갔다. 루시드폴은 ‘귤이 빛나는 밤에’라는 타이틀로 새롭게 발매한 7집 음반과 직접 제주도에서 농사지은 무농약 감귤을 함께 묶어 한정판 패키지로 판매했다. 앨범과 농산물 세트를 같이 판매한 것은 홈쇼핑 사상 최초였다. 심야시간인 새벽 2시에 방송했지만 1000세트 한정이었던 패키지 앨범은 10분이 지나기도 전에 다 팔렸다. 남은 시간은 앨범 이야기와 안테나 소속 가수들의 무대로 채웠다.

(왼) UV가 출연한 ‘쇼핑스타K’방송, (오) 루시드폴의 ‘귤이 빛나는 밤에’ 방송./CJ오쇼핑 캡쳐

이날 방송에는 안테나뮤직 대표이자 가수인 유희열은 물론 페퍼톤스·권진아·정승환 등 소속사 뮤지션들도 대거 출연했다. 동료 가수인 김동률은 ‘기억의 습작’의 한 소절을 불렀고, 가수 이적은 영상편지를 통해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홈쇼핑이 재밌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이 방송은 현재까지도 역대 가장 흥미로웠던 홈쇼핑 방송 가운데 하나로 언급된다.  

2017년에는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8집 앨범 ‘블랙슈트’로 컴백한 슈퍼주니어는 쇼케이스 현장에서 앨범 20만장이 팔리면 홈쇼핑에 나가 검은 정장을 팔겠다는 공약을 걸었다. 8집 활동이 끝나갈 무렵 앨범 20만장 이상이 팔려 CJ오쇼핑의 ‘슈퍼마켓’에 출연한 것이다. 이들은 검은 정장 대신 롱패딩 1만9000여개를 판매해 21억원 이상의 실적을 냈다. 

슈퍼주니어의 ‘슈퍼마켓’ 방송 장면./CJ 오쇼핑 캡쳐

◇홈쇼핑도 재밌어야 사요 

2019년 3월에는 tvN 개그 프로그램 ‘코미디빅리그’의 인기 코미디언들이 홈쇼핑에 출연했다. 코미디빅리그는 쿼터제로 운영하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매주 1라운드씩 진행하며 매 코너 종료 후 방청객들의 점수를 받는다. 한 쿼터(12라운드) 종료 시 가장 높은 승점을 획득한 코너가 최종 우승을 차지한다.  

박나래·장도연·황제성 등 코미디빅리그의 주요 출연진들은 ‘마성의 나래 Bar’, ‘석포빌라B02호’ 등 코빅의 상위 4개 코너를 선보이며 매진 경쟁을 벌였다. 이들은 면도기· 립스틱·아이스크림 등을 활용한 에피소드를 선보이며 준비한 4개 상품 중 3개를 매진시켰다. 특히 면도기를 맡은 나래바 팀은 직접 겨드랑이 털을 밀면서 제품을 소개하는 열정을 보였다. 2시간 15분 동안 진행한 방송의 총 주문 금액은 10억 이상을 달성했다.

CJ 오쇼핑 캡쳐

코미디빅리그 팀의 홈쇼핑 출연을 기획한 CJ오쇼핑 콘텐츠 기획팀 김진경 PD는 잡스엔과의 인터뷰를 통해 “40~50대의 구매 비중이 높은 제품인데도 방송 당시 20~30대의 주문이 평소보다 2배 정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김 PD는 “출연진·작가·연출진들과 대본을 사전에 검사하며 코너 색을 살리면서도 제품이 잘 드러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했다”며 “실제 홈쇼핑인 만큼 심의가 까다로웠지만 연기자들이 이해하고 자제를 많이 해줘서 고마웠다”고 했다.  

코미디빅리그 팀에 이어 2020년 또 다른 예능 홈쇼핑이 탄생했다. 지난 4월 MBC (설명) ‘끼리끼리’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의 농수산물을 판매하기 위해 홈쇼핑에 등장했다. 박명수·장성규·인교진 등의 출연자들은 직접 수확한 농산물을 판매하며 농가의 어려운 현실을 알렸다. 이날 방송에서 박명수는 강원도 춘천에서 재배한 생 아스파라거스 폭풍 먹방을 선보였고 은지원과 이수혁은 장미와 수국으로 꽃다발을 만들었다. 방송 시작 12분 만에 첫 품목이 매진된 이후 전체 품목도 조기 매진됐다. 

(왼) CJ오쇼핑 캡쳐, (오) iMBC 홈페이지 캡쳐

◇판매와 홍보, 두 마리 토끼 잡은 예능 홈쇼핑 

연예인과 협업으로 재미를 보자 아예 드라마 제작에 나선 홈쇼핑 업체들도 있다. 온라인 콘텐츠 제작사들과 손을 잡고 T커머스 방송(TV 방송을 이용한 전자상거래)에 뛰어들었다. T커머스 방송은 편당 짧게는 2~3분, 길게는 30분 분량의 드라마로 제작해 자연스러운 간접광고(PPL) 형식으로 제품을 소개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CJ오쇼핑은 온라인 콘텐츠 제작사 ‘72초’와 손잡고 개그우먼 장도연의 먹방 라이브쇼 ‘오늘 또 뭐 먹지’ 등을 제작했다. 먹방 라이브 포맷인 ‘오늘 또 뭐 먹지’는 페이스북 영상 누적 조회수 400만건을 넘었다.

(왼) CJ오쇼핑의 웹드라마 ‘신감독의 슬기로운 사생활’ 캡쳐, (오) 장도연의 먹방 라이브 쇼 ‘오늘 또 뭐 먹지’ 영상 캡쳐

이처럼 단순 판매 방송이었던 홈쇼핑이 재밌는 볼거리를 제공하는 이유는 젊은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주부들의 전유물이었던 홈쇼핑은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TV 시청률이 계속 하락하면서 저성장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콘텐츠와 커머스의 다양한 만남을 통해 젊은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홈쇼핑 채널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글 CCBB 잔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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