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촌스럽다고 해서…8000억 들여 ‘얼굴’ 바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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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가 16년 만에 바뀌는 새 로고를 오는 10월 발표한다. 박한우 기아차 사장은 올해 2월20일 ‘2020 올해의 차’ 행사에서 “새롭게 바꾼 브랜드 정체성(BI·Brand Identity), 기업 이미지(CI·Corporate Identity)등을 10월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고를 바꾸는 데에는 전기차 시대에 맞춰 미래 사업을 선도하는 기아차의 모습을 고객이 체감할 수 있게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기아차 현행 로고(좌), 기아차가 최근 상표권 등록한 새 엠블럼(우)./기아차 홈페이지 캡처
2019 제네바모터쇼에 선보인 ‘이매진 바이 기아(Imagine by Kia)’ 차량에 부착된 새로운 로고./유튜브 채널 ‘Kia Motors UK’ 캡처

기아차의 현행 로고는 타원형 안에 ‘KIA’라는 글자가 입체감 있게 담겨 있다. 많은 소비자가 이 로고에 대해 아쉬움의 목소리를 내왔다. 촌스럽고 밋밋하다는 평이 대부분이었고, 해외에서는 기아차를 사면 가장 먼저 엠블럼을 교체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기아차의 새로운 로고가 작년 ‘2019 제네바 모터쇼’에서 선보인 콘셉트카 ‘이매진 바이 기아’에 있던 것과 유사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로고에는 기존에 있던 원형 테두리와 검은색 바탕을 없애고 새로운 폰트를 적용했다.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는 “뭐든 지금보단 낫다” “기아차 최대 약점이 로고였는데 이제 볼만하다” 등 대체로 호의적인 반응이 나왔다. 새 로고 변경에는 최대 8000억원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한다.

이처럼 기업이 큰 비용을 들여서 로고를 바꾸는 이유가 있다. 로고는 기업을 대표하는 얼굴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전문 분야, 이미지, 목적, 비전, 철학 등을 담아 대중의 관심을 끌고 브랜드 정체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로고를 만든다. 또 기업의 변화, 세계 시장의 흐름에 맞게 로고를 새롭게 변경하기도 한다. 로고를 바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기업에 대해 알아봤다.

◇세계화에 맞춰 간단하게 로고 바꾼 기업들

세계화 흐름에 맞게 외국인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로고의 모양을 바꾼 기업이 있다. SK그룹이 대표적이다. 1953년 선경직물로 출발한 SK그룹은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 계속해서 로고를 변경해왔다. 초기 선경그룹의 로고를 보면 한자로 ‘선경’을 표기하고 ‘그룹’은 한글로 표기했다. 이후 섬유 중심의 사업 구조를 석유와 화학, 에너지, 증권 부문으로 다각화하면서 1997년 SK그룹으로 이름을 바꿨다. 외국에 진출하면서 해외에서 쓰기에는 한국식 이름과 발음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에 선경의 이니셜인 SK로 단순화한 것이다. 로고 또한 한문 표기 방식에서 이니셜로 간단하게 바꿨다. 또 날개 모양을 형상화해 세계로 뻗어 나가는 글로벌 이미지를 담았다. 글로벌 시대로 진입하면서 고객이 기업 이미지를 쉽게 인식할 수 있게 기업명과 로고를 단순화·통일화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LG그룹도 글로벌 시대에 맞게 로고를 바꿨다. 1947년 락희화학공업사로 시작한 LG그룹은 1983년 럭키금성(Lucky Goldstar)으로 그룹 명칭을 바꿨다. 당시 금성전자, 럭키화학 등의 자사 브랜드의 이니셜을 딴 것이었다. 그러나 세계화 시대로 진입하면서 해외 소비자가 ‘럭키 골드스타’라는 이름을 쉽게 기억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1995년 럭키와 금성의 이니셜을 딴 LG로 회사 이름을 바꿨다. 로고 또한 간단하게 변경했다. 신라 시대 유물인 얼굴무늬 수막새 기와에 담긴 신라인의 얼굴 미소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심볼 안에 LG라는 글자가 숨어있다. 실제로 LG는 로고를 사람 얼굴 모양으로 바꾼 뒤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가 크게 오르는 효과를 봤다고 한다.

최근 세계화 시대에 발맞춰 신규 BI를 발표한 에듀윌./에듀윌 홈페이지 캡처

국내 종합교육기업 에듀윌도 최근 세계화 시대에 발맞춰 로고의 워드마크(word mark·기업명을 나타내는 글자)를 영문으로 변경했다. 교육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한다. 또 워드마크 위에 기업을 상징하는 노란색의 곡선을 그려 넣으면서 고객과 함께 변함없이 성장하겠다는 도전을 표현했다. 에듀윌 관계자는 “로고 변경 후 기업 브랜드와 훨씬 더 잘 어울린다는 평이 많다”고 말했다.

로고의 방향을 바꾸고 세계적인 스카치위스키 브랜드로 성장한 조니워커. 심볼인 스트라이딩맨./디아지오코리아

◇로고의 방향만 바꿨는데 글로벌 1위 브랜드로 성장

로고의 방향만 바꿨는데도 소비자의 호평을 받은 경우도 있다. 위스키 브랜드인 조니워커는 브랜드의 상징인 스트라이딩맨(Striding Man)의 걷는 방향을 바꾸면서 세계적인 스카치위스키 브랜드로 성장했다. 스트라이딩맨은 유명 삽화가인 톰 브라운이 창업자인 존 워커의 손자 알렉산더 워커와 식사를 하던 중 냅킨에 그린 그림에서 탄생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스트라이딩맨이 왼쪽으로 걷는 모양이었다. 2000년 끊임없는 도전을 상징하는 ‘계속 걸어가라(Keep Walking)’라는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스트라이딩맨이 걷는 방향을 오른쪽으로 바꿨다. 직관적으로 볼 때 스트라이딩맨이 과거를 뜻하는 왼쪽보다 미래를 상징하는 오른쪽을 보는 게 마케팅 문구와 더 어울렸던 셈이다. 로고의 방향을 바꾼 이후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이듬해에는 경쟁 브랜드인 ‘시바스 리갈’을 제치고 세계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미국 시애틀에 있는 스타벅스 1호점, 스타벅스 현재 로고./스타벅스 홈페이지, 스타벅스 인스타그램 캡처

◇색상 바꾸고 이미지 변신에 나선 기업들

로고의 색상을 바꿔서 성공적인 브랜딩 사례를 남긴 기업도 있다. 1971년 미국 시애틀에서 문을 연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는 초기에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요정 세이렌의 형상을 그린 갈색 로고를 썼다. 당시 로고에는 세이렌의 상반신이 드러나 있어 선정적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이후 1987년 로고 색상을 초록색으로 변경했다. 스타벅스 회장 하워드 슐츠는 “구태에 얽매인 듯한 갈색을 버리고 긍정적인 느낌을 주는 일 지오날레의 초록색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편안하고 안정적이면서 환경친화적인 초록색으로 로고 색상을 바꾸면서 로고 선정성 논란에서 벗어났다. 이후 스타벅스는 3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초록색 로고를 쓰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로고는 기업의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소비자와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하면서 대중의 머릿속에 각인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브랜드 로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기업과 어울리는 더 좋은 로고를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인다”고 설명했다.

글 CCBB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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