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모피 안 써요” 동물 소비 없는 ‘착한’ 명품 브랜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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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패션 업계 트렌드를 꼽자면 동물 모피 사용을 중단하는 이른바 ‘퍼프리(Fur-free)’다. 퍼프리 운동에 참여하는 해외 명품 브랜드들은 인간의 패션을 위해 살아있는 채로 동물을 도살하는 행위는 비윤리적이고 입을 모은다. 동물 가족 사용을 금지한 ‘착한’ 명품 패션 브랜드를 알아봤다. 

◇명품 브랜드 최초로 울 사용 중단한 ‘발렌티노’ 

8월13일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발렌티노’가 2021년 말까지 모든 의류에서 알파카 울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명품 업체 가운데 울 사용 중단을 발표한 건 발렌티노가 처음이다. 세계적 동물권 보호 단체 페타(PETA)가 지난 5월 알파카들의 털 채취 현장을 폭로한 영상이 계기였다. 

작업자들이 알파카들의 머리나 목 부위를 누르며 털을 깎고 있다. 오른쪽은 상처가 나 피를 흘리는 모습니다,/페타 제공

촬영지는 세계 최대 규모의 페루 알파카 목장으로, 글로벌 패션 그룹에 알파카 털을 납품하는 미쉘그룹(Michell Group)이 운영한다. 영상에서 작업자들은 알파카들을 작업대로 던지거나 머리나 목 부위를 누르며 털을 깎아냈다. 작업자들의 거친 행동 때문에 알파카들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마취도 하지 않고 알파카 배에 난 상처를 꿰매기도 했다.  

폭로 이후 알파카 울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패션업체들이 속속 나왔다. 갭(GAP), H&M그룹은 몰키니의 모회사인 미쉘그룹(Michell Group)과 거래를 끊기로 했다. 트레이시 라이먼 페타 부의장은 ”발렌티노의 결정이 알파카들이 털을 위해 학대받고 피투성이가 되는 것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의류 라벨에 알파카라는 단어가 있다면 물건을 그냥 선반에 놓아두는 것이 알파카를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라고했다.

발렌티노 가라바니와 듀오디자이너(마리아 그라지아 치우리, 피에르 파올로 피치올리)./엘르 홈페이지 캡쳐

◇재고품 소각도 멈춘 ‘버버리’ 

영국을 대표하는 브랜드 버버리는 2018년 9월 자사 제품에 모피를 사용하는 것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토끼, 여우, 밍크 등 모피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또 향후 5년간 120t의 자투리 가죽을 활용해 신제품을 생산하고 지속 가능한 재료 개발을 위해 로열 칼리지 오브 아트(RCA)와 연구 그룹을 만들기로 했다.  

모피 사용을 중단한 패션 브랜드는 버버리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스텔라 매카트니를 시작으로 구찌, 아르마니, 베르사체, 샤넬 등이 동물 모피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버버리의 행보가 눈에 띄는 이유는 선언 이후 즉시 보여준 변화 때문이다. 버버리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총괄 책임자인 리카르도 티시의 데뷔 쇼에서 천연 모피가 사라졌다. 이후 영국 패션협회(BFC)는 세계 4대 패션쇼인 런던 패션위크에 동물 모피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버버리 크리에이티브 총괄 책임자 리카르도 티시./(왼)리카르도 티시 인스타그램 캡쳐, (오)버버리 제공

재고품을 소각해오던 관행도 중단했다. 일부 명품 브랜드들은 브랜드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재고 상품을 회수해 태워 왔다. 싼값에 팔리는 일명 ‘땡처리’ 보다 태우는 게 낫다는 것이다. 버버리는 2017년에만 2860만 파운드(한화 약 415억 원) 어치의 의류, 액세서리, 향수를 불태웠다. 자원 낭비와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버버리는 소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인조 퍼에 대한 인식을 바꾼 ‘스텔라 매카트니’ 

몇 년 전만 해도 ‘퍼 프리’라는 단어는 생소했다. 과거 인조 퍼는 천연 모피의 모조품이었다. 당연히 인조 터는 싸구려, 가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대중의 생각은 2015년 FW 스텔라 매카트니 쇼 이후 바뀌었다. 스텔라 매카트니는 ‘FUR FREE FUR’ 컬렉션을 통해 인조 퍼를 사용했다는 것을 당당히 드러냈다. 가짜 모피는 창피한 것이 아니라 더 윤리적이고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동물 애호가이자 채식주의자로 유명한 그는 2001년부터 가족과 퍼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동물에게서 온 모피와 가죽뿐만 아니라 깃털, 동물 화학실험 제품도 안 쓴다. 18개월간의 연구 끝에 2018년에는 비건 슈즈 ‘스니커즈 루프(LOOP)’를 선보이기도 했다. 100% 재활용 가능한 친환경 스니커즈다. 갑피와 신발 밑창을 접착제가 아닌 특수 후크와 스티치로 연결했다. 갑피가 낡으면 신발 전체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밑창을 분리해 재활용할 수 있다.

스텔라 매카트니와 ‘FUR FREE FUR’ 컬렉션./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세계적 트렌드로 자리 잡은 비건 패션 

명품 브랜드들의 잇따른 퍼 프리 선언으로 SPA 브랜드, 편집숍, 아웃도어 등의 패션 업계에서도 비건패션 바람이 거세다. H&M과 자라는 모 섬유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포에버21도 2020년 이후 앙고라 원단을 사용하는 의류 제품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해외 명품 브랜드 편집숍인 육스 네타로프테 그룹은 더는 밍크, 코요테, 여우, 토끼, 너구리 등을 사용한 제품은 취급하지 않는다. 노스페이스, 라푸마, 밀레 등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윤리적인 방식으로 털을 채취한 ‘ROS(Responsible Down Standard·책임 있는 다운 기준)’ 인증 롱 패딩을 판매하고 있다.  

H&M의 컨셔스(Conscious·의식있는) 익스클루시브 컬렉션./H&M 제공

이들이 비건 패션에 집중하는 이유는 그만큼 비건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비건 패션 제품 시장은 2025년 850억 달러(한화 약 100조원)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비건 시장은 아직 해외에 비해 미미하지만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 2008년 15만명 수준이었던 국내 채식 소비자는 2018년 150만명으로 늘었다. 또 비건 제품을 원하는 고객들은 대부분 구매력이 높고 재구매 의사가 확실해 충성고객으로 만들 수 있다. 국내에서 비건 시장이 발전 가능성이 큰 ‘블루오션’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글 CCBB 잔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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