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비평가가 도심 속 메타세쿼이아 군락을 보고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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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멎은 공간 표지 / 출판사 yeondoo 제공

‘오롯이 중력에 맞서느라 자신의 살을 수직으로 찢는다. 주변 것들에 아랑곳없이 온 에너지를 수직성에 끌어모아 단 하나의 하늘에 가닿는다. 그로써 10층 건물 높이로 솟는 가늘고 긴 나무. 무리를 이뤄 숨 멎게 한다. 자신의 단 하나의 과업에 몰두하는 존재의 집합은 인간 세상에 찾기 드문 탈속의 광경이다’

건축 비평가 이종건이 서울 서대문구 안산자락길의 메타세쿼이아 군락지를 묘사한 글 가운데 한 부분이다. 하늘로 치솟은 메타세쿼이아 나무의 특징이 고스란히 글 속에 담겼다. 

메타세쿼이아 숲이 눈 앞에 보이는 듯 생생한 표현과 함께 나무 군락의 생태를 인간 세계에 대입해 바라본 점이 흥미로운 이 글은 최근 그가 펴낸 책 ‘숨 멎은 공간’에 실렸다. 

숨 멎은 공간은 이종건이 사랑하는 몇몇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공간은 안산 자락길 메타세쿼이아 군락지에서부터 시작해 종묘 정전, 구례 천은사 등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열린 공간부터 집이라는 오롯이 개인적인 곳까지 무척이나 다채롭다. 

운문과 산문을 넘나드는 다양한 방식으로 적어 내려간 이종건의 공간을 따라가다보면 새삼스레 내가 꿈꾸는 공간에 대한 청사진을 어느 새 그려놓은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이종건은 “글이든 그림이든 소리든 어떤 것으로 표현하고서야 비로소 그것이 내가 생각하고 느꼈던 것임을 새삼 깨닫는다”며 “나를 매혹한 공간들을 더듬어가며 그것들에 대해 말하고 쓰는 일은 결국 나를 발견하는 일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도서 숨 멎은 공간은 YES24, 교보문고, 알라딘 등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저자 이종건은 조지아공과대학교 건축대학에서 역사·이론·비평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5년 건축 비평지 ‘건축평단’을 창간해 편집인 겸 주간을 맡고 있다. ‘텅빈 충만’, ‘문제들’, ‘건축 없는 국가’ 등 건축 비평서를 냈다. 

글 CCBB 포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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