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인 일본서 ‘상위 1% 두뇌’ 공주가 다시 뜨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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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일왕은 무남독녀… 아들 있는 동생 집안에 왕위 승계

일왕 딸 ‘명석하고 모범적’이란 평가 받아

반면 동생 집안, 특권적 행태 일삼아 비판 직면

공부 못해 대학 부정입학했단 의혹 일며 여론 싸늘

최근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이 “모계(母系)일왕을 인정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계에선 ‘아베 총리의 조기 사임으로 차기 총리 경쟁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고노 방위상이 이슈를 선점해보려는 것’으로 평가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놀랍다. ‘남계남자’(男系男子)만 왕위를 계승할 수 있는 현행 계승 시스템을 고수하는 보수적 성향의 자민당 내에서, 그것도 유력 총리 후보 중 한 명이 모계일왕을 언급하다니 말이다.

왕실에 관해선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일본 국민들도 남계남자 계승이란 전통을 고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런데 최근들어 분위기가 많이 변했다고 한다. 작년 9월 NHK가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여성이 일왕이 되는 것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무려 74%로 나왔다. 여론이 이러하니 자민당 내에서도 모계일왕론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 대체 무슨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아들 없는 일왕… 왕세자 시절 퇴위 압박 받기도

/인터넷 화면 캡처

우선 일왕 가계도를 살펴보자.

현재 일왕은 2019년 즉위한 나루히토(徳仁) 왕이다. 그에겐 무남독녀 아이코 공주가 있다. 반면 일왕의 동생 후미히토(文仁)왕자는 슬하에 1남2녀가 있다. 마코·가코 공주와 히사히토 왕자다. 현재 기준으론 나루히토 일왕의 계승순위는 동생 후미히토, 조카 히사히토 순이다. 그런데 모계일왕을 인정한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현 일왕의 유일한 직계비속인 아이코, 혹은 그의 자녀에게 계승이 가능해진다.

모계일왕론은 2000년대 초반 대두되기 시작했다. 2001년, 당시 왕세자이던 나루히토는 마흔이 넘은 나이에 어렵게 딸 아이코를 얻었다. 왕세자가 아들을 낳기 어려울 것으로 본 일본 정부는 모계일왕을 인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하지만 여당인 자민당 내 보수파의 반대에 부딪쳤다. 그리고 2006년 왕세자의 동생 후미히토가 히사히토 왕자를 낳았다. 왕실에 왕자가 태어나며 모계일왕 논의는 사라졌다.

히사히토가 출생하며 당시 일왕의 차남인 후미히토의 인기는 급상승한 반면 왕세자의 인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일본 우익세력은 대놓고 왕세자에게 퇴위를 요구하기도 했다. 2013년 일본의 저명 종교학자 야마오리 데쓰오 교수는 왕세자빈이 ‘적응장애’로 수년째 요양 중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왕세자가 마사코 왕세자비, 아이코 공주와 함께 제2의 인생을 선택해도 좋은 시기가 됐다”고 언론에 기고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안하무인 둘째네 행태에 지쳤다”

일왕의 동생 후미히토(왼쪽)와 그의 가족. 맨 앞에 있는 소년이 히사히토. /인터넷 화면 캡처

반전은 후미히토의 장녀 마코 공주의 결혼을 앞두고 일었다. 후미히토가 공주의 약혼자에게 특혜를 제공해준 것이다. 마코는 원래 2018년에 결혼하려다 연기했다. 이후 약혼자는 미국 로스쿨로 유학을 가는데, 후미히토는 고액의 경호원을 붙여줬다. 물론 국민 세금으로 말이다. 후미히토는 공주와 약혼자를 왕실로 불러들일 때 취재진을 피한다는 명목으로 동궁 정문을 통해 들어오도록 했다. 그러나 동문은 왕 또는 왕세자의 허가가 있어야만 출입이 가능하다. 형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행태를 보인 셈이다.

이러한 특권적 행태가 불거지며 후미히토 집안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과거 덮여있던 문제까지 불거지기 시작했다. 후미히토의 두 딸인 마코·가코 공주는 학업 성적이 우수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본인 실력으론 갈 수 없는 대학을 특례로 입학했다. 그렇게 입학해놓고선 출석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여론의 십자포화를 받았다. 그런데 막내 아들인 히사히토 역시 특혜를 받아 명문 중학교에 입학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인터넷엔 ‘바보 삼남매’란 조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히사히토 출생 이후 공공연하게 형 부부를 깍아 내리던 후미히토 부부의 태도도 다시금 문제가 됐다.

일왕의 딸 아이코 공주(왼쪽)와 후미히토의 자녀들(오른쪽). 위부터 마코 공주와 약혼남, 가코 공주, 히사히토 왕자. /인터넷 화면 캡처

반면 일왕의 외동딸 아이코 공주는 중학교 입학 이후 줄곳 상위 1%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왕실의 두뇌’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게다가 2019년 왕세자이던 아버지가 왕이 됐다. 나루히토 가족은 아들을 낳지 못했다는 점 때문에 마사코 왕비가 마음의 병을 얻고 장기간 요양을 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 힘든 시간 서로를 의지하며 버텨왔다. 자녀는 품행이 바르고 똑똑하게 자랐다. 국민들이 기대하는 서사를 갖춘 가족의 모습인 셈이다.

글 CCBB 가마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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