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분노에 ‘이효리 마오’ 통편집, 그러자 이번엔…

937

중국 네티즌 “이효리가 마오쩌둥 비하”
정치·민족 문제에 민감한 중국인들
잘못 건드렸다 매출 폭락하기도

“다시는 중국에 올 생각하지 마라.”

가수 이효리의 인스타그램에 달린 댓글이다. 이효리는 8월22일 MBC 예능 ‘놀면 뭐 하니’에서 유재석과 새 걸그룹 환불원정대 활동 기간에 쓸 예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효리는 “글로벌하게 나갈 수 있으니 중국 이름으로 하는 게 어떻냐”며 “마오가 어때요”라고 했다. 마오(姓)는 중국 초대 주석인 마오쩌둥(모택동·毛澤東)을 말한다. 중국 네티즌들은 이효리가 중국 국부를 욕보였다고 비난했다. 그의 인스타그램에 “왜 다른 나라 위인의 이름을 함부로 쓰나”, “나는 한국에 진출하는데 세종대왕을 예명으로 하겠다” 등 악플이 달렸다. 여기에 한국 네티즌들이 ‘지나친 트집 잡기’라고 맞서면서 댓글창은 전쟁터로 변했다.

‘놀면 뭐 하니’에 출연한 이효리./MBC 방송화면 캡처(좌) 이효리 인스타그램에 달린 중국 네티즌들의 댓글./인스타그램 캡처(우)

◇“왜 중국 눈치 보냐” 반응도

논란이 커지자 놀면 뭐 하니 제작진은 24일 “특정 인물을 뜻하는 의도는 전혀 없다”는 사과문을 올렸다. 마오가 중국 국부인 마오 주석을 의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 이상 오해를 막기 위해 다시보기에서 해당 내용을 편집한다고 했다. 또 “앞으로 보다 세심하고 신중하게 방송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제작진을 비판하는 댓글이 달렸다. “별거 아닌 일에 사과하지 마라”, “중국인들 기분 나쁘다고 다 받아들이면 계속 간섭할 것” 등이다. 한국 네티즌들이 중국의 눈치를 본다며 불편함을 드러낸 것이다.

◇정치적 문제 엮이면 더 큰 논란

중국에서 한국 방송과 연예인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비슷한 갈등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한국 아이돌들은 중국에서도 큰 팬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거수일투족이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에 오른다. 그런데 중국은 민족주의와 국가주의 문화가 강하다. 여기에 정치적 문제가 더해지면 거부감이 더 커진다.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최시원./최시원 인스타그램 캡처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의 멤버 최시원은 작년 11월 트위터에서 홍콩 시위에 공감을 표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당시 범죄인 인도법에 반대해 일어난 홍콩 시민들의 시위로 중국 국과 홍콩 사이에 갈등이 극에 달해 있었다. 최시원은 시위에서 경찰이 쏜 실탄을 맞고 중태에 빠졌던 홍콩 청년이 미국 CNN과 한 인터뷰 기사에 트위터 좋아요를 눌렀다. 이에 “홍콩 시위를 지지하냐”는 중국 네티즌들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이들은 “중국에서 돈을 벌고 싶다면 중국 입장에 찬성해야 한다”는 댓글을 쏟아냈다. 

이후 최시원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여러분께 실망과 반감을 일으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글을 써야 했다. 그는 “폭력과 혼란이 멈추었으면 하는 생각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부는 “앞으로 중국에 오지 마라”는 항의를 이어갔다. 하나의 중국이라는 정치, 민족 문제를 건드리자 팬들이 안티로 돌변한 것이다. 특별히 말을 잘못한 것도 아니고 기사에 좋아요를 누른 것만으로 중국인들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 멤버 쯔위./트와이스 인스타그램 캡처(좌) 유튜브 영상에서 사과문을 낭독하는 쯔위./JYP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우)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 멤버 쯔위는 2016년 MBC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해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가 중국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쯔위의 고향과 국적은 대만. 그러나 대만 독립을 둘러싼 중국과 대만의 대립이 문제였다. 중국인들은 쯔위가 대만 독립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며 항의했다. 

독립분자, 매국노라는 비난 폭격이 쏟아졌다. 결국 쯔위는 유튜브에 직접 등장해 사과문을 낭독했다. 검은 옷을 입고 “중국은 하나밖에 없으며 제가 중국인임을 언제나 자랑스럽게 여깁니다”라고 말했다. 소속사 대표 박진영까지 나서 사과했다. 이 일로 쯔위는 모든 중국 활동을 멈추고 자숙 기간을 가졌다. 대만인이 대만 국기를 흔든 것도 중국인에게는 도저히 참지 못할 폭거였던 셈이다. 중국 네티즌들은 민족적, 정치적인 문제가 걸리면 합리적인 판단과는 거리가 먼 행동을 한다.

◇매출 폭락하기도···조심스럽게 반응할 필요 있어 

중국인들은 꼭 정치 문제에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을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면 상대가 어느 나라 사람, 기업이건 격렬하게 항의한다. 중국인들을 무시했다가 매출이 곤두박질 친 명품 업체도 있다. 명품 브랜드 돌체앤가바나는 패션쇼 홍보영상에 중국인을 젓가락으로 피자를 먹는 모습으로 우스꽝스럽게 표현했다. 

비난받은 돌체앤가바나 홍보영상 속 장면./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중국 네티즌들이 이를 지적하자 이 회사의 디자이너 겸 설립자는 SNS에 “중국은 똥 같은 나라”라는 글을 남겼다. 이에 중국 전역에서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장쯔이 등 중국 유명 연예인들이 불참을 선언하는 바람에 패션쇼를 당일 취소하기도 했다. 

중국은 전 세계 명품 시장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곳. 결국 설립자 두 명이 직접 나서 사과 동영상을 올렸다. 이들은 “모든 중국인에게 깊이 사과하며 세계 다른 문화를 존중하라는 교훈을 절대 잊지 않겠다”고 했다. 

◇중국 공기 안 좋다고 했다가 악플 테러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사람이 중국을 좋지 않게 이야기하면 더 흥분하는 경향도 있다. 가수 황치열은 작년 MBC 예능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중국 활동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그는 “중국 후난성 공항에 내리는 순간 앞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공기가 안 좋았다”고 말했다. 황치열은 한국보다 중국에서 더 큰 인기를 끈 가수. 2016년 중국판 ‘나는 가수다’에 출연해 외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했다.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황치열./MBC 방송화면 캡처

“비록 공기가 안 좋고 물맛도 달랐지만 정해진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는 발언 이후 황치열의 SNS에는 중국 네티즌들의 댓글 테러가 이어졌다. ‘황치열이 중국 공기질이 안 좋다고 말했다’는 문장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결국 황치열은 자신의 웨이보에 중국어로 사과문을 썼다. 그는 “한국과 중국의 환경이 달랐지만 그것이 중국 행사에 참여하는 자신의 열정을 막을 수 없었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중국 공기와 물에도 사과해라” 등 비아냥대는 반응을 보였다. 

고객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은 마케팅의 기본이다. 한국 문화산업 매출에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국격을 중요하게 여기는 중국 문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쯔위 논란 당시 박진영 JYP 대표도 “다른 나라와 함께 일하는 데 있어 그 나라의 주권과 문화, 국민들의 감정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특정 나라를 상대로 장사할 때는 그들의 문화를 깊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특히 민족에 대한 개념이 강하다”며 “민족 가치에  조금만 해를 가하면 마치 가족을 건드린 것처럼 벌떼같이 들고일어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사실 이 같은 반응이 이성적 이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돌체앤가바나처럼 중국에 영업을 원하는 경우라면 중국인들이 민족·국가에 느끼는 자부심과 이들의 역사를 고민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글 CCBB 오리

img-jobsn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