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평을 12평으로…원룸 사는 대학생의 번뜩 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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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층형 가구로 원룸 공간을 넓힌다, 스타트업 ‘2F스튜디오’

원룸 사는 대학생 창업,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장관상 수상

양산은 쉽지 않네… 한샘 이영식 부회장 만나 어려움 토로

청년 아이디어, 대기업 시스템이 만나자 시너지 효과

대학가 원룸은 대체로 좁다. 책장형 책상에 침대와 옷장이 하나씩 들어가면 방이 꽉 찬다. 그렇다고 돈 없는 대학생들이 큰 방을 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원룸을 넓힐 수 없다면, 가구를 복층 형태로 콤팩트하게 만들어 공간 활용도를 넓히면 어떨까. 가구 스타트업 ‘투에프스튜디오’(2F Studio)가 선보이는 ‘마루플러스’는 복층 공간이란 콘셉트로 좁은 원룸에 거주하는 대학생, 1인가구를 겨낭한 가구다. 침대 위에 책상과 책장이 펼쳐진다. 잠을 잘 때는 책상 밑에서 침대를 서랍 열 듯 꺼내면 된다. 원룸의 형태나 크기에 따라 마치 레고 블록처럼 가구 구성을 바꾸거나 더할 수도 있다.

투에프슈티디오 공동창업자 송영우, 정재홍, 고유미씨(왼쪽부터). /투에프스튜디오

이 가구를 만든 투에프스튜디오 공동창업자 송영우(28), 정재홍(28), 고유미(23)씨는 대학생이다. 영우씨가 기획과 마케팅, 재홍씨가 유통과 영업, 유미씨가 디자인을 맡는다. 물론 본인들도 각각 원룸에 산다. 지난해엔 마루플러스로 산업부장관상을 수상했고, 올해 초 와디즈를 통해 준비한 2900만원 상당의 제품을 완판했다. 현재 한샘과 협업을 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양산 가구를 준비 중에 있다.

-어떤 계기로 가구를 만들게 됐나?

송영우씨가 2015년 직접 만든 복층형 가구. /투에프슈티디오

송영우(이하 송) : “대학(서울과학기술대) 앞 6평(19㎡)짜리 원룸에서 자취를 했다. 침대에 누우면 집안 천장이 한 눈에 들어오는 작은 방이다. 이 안에 책상, 침대, 옷장 등등을 넣고 나면 남는 공간이 없다. 복학 후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초대해 조촐한 파티라도 하고 싶은데, 이러한 로망이 하나도 실현이 안됐다. ‘침대만 없어도 공간이 좀 생길텐데’란 생각을 하다가 침대 위에 책상을 두는 가구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을 하게 됐다. 아버지가 인천에서 주물공장을 하신다. 때문에 난 기본적인 절단·용접을 할 줄 안다. 2015년쯤이었다. 철재·목재를 구해다 직접 재단을 하고 용접을 해서 복층형 가구를 만들었다. 이거 하나 만드는데 3주나 걸렸다.”

정재홍(이하 정) : “영우와 붙어다니며 늘 사업 아이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는 했다. 영우가 만든 가구를 처음 본게 나였다. 이 아이템을 발전시켜보자고 했다. 다만 투박한 가구에 디자인을 입힐 사람이 필요했다. 2017년 학교게시판에 디자인을 담당할 친구를 찾는다고 공고를 올렸다.”

고유미씨의 디자인 도안. /투에프스튜디오

고유미(이하 고) : “그 공고를 보고 들어온 이가 나다. 내 전공이 금속공예학과다. 두 선배가 올린 글 중 ‘동료를 구한다’는 말에 끌렸다.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니 상품성이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왜 바로 회사를 설립하고, 제품을 생산하진 않았나?

정 : “우리는 학생이었다. 특히 나는 2017년에 학교 부총학생회장을 맡는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까지 학내 활동을 많이 했다.”

고 : “2017년은 창업을 위한 ‘친목 도모의 시간’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하하)”

-그럼 본격적으로 창업을 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고 : “2018년부터다. 디자인을 바꾸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침대 하나만 가지고도 설계도를 100장은 그린 것 같다. 이렇게 완성된 설계도를 토대로 시제품을 만들어야 했다.”

송 : “그런데 우리는 대학생이라 경험도 없었고, 무엇보다 자본이 없었다. 어떻게 제조를 해야 하는지 조차 몰라서 무작정 경기도 파주의 가구거리를 헤맸다. 인터넷에 ‘가구 공장’을 검색해 무작정 찾아가기도 했다.

-그래서 업체를 찾아 제작에 들어갔나?

직접 시제품을 제조하는 모습. /투에프스튜디오 

송 : “문전박대만 당했다. 대학생들이 돈 몇푼 들고 와선 복잡한 가구 시제품을 만들어달라고 하니 나서는 업체가 없었다. ‘그 돈으로는 못 만든다’부터 ‘장담하는데 너희는 못 한다’는 악담까지 들어야 했다. 철재 가구의 경우 인건비가 많이 드는 분야라 국내 제작 여건이 열악하다. 실제 기성 가구업체 대부분이 중국업체에 발주를 한다. 가구 공장에서 딱지를 맞고선 을지로·문래동 철공소까지 돌아다녀봤다. 우리도 철재·목재 단가를 뻔히 아는데 2~3배 비싼 값을 부르는 사장님도 있었다.”

-그래서 못만들었나?

정 : “행운이 찾아왔다. 우리 학교가 정부의 ‘창업선도대학’에 지정됐고, 2018년 우리 사업이 지원 대상에 선정됐다. 지원금 3000만원을 받았다. 이 돈으로 빈 공장을 빌렸고, 용접 기술자 한 분을 모셨다. 우리 셋이서 목재·철재를 구해다 날라다 재단을 하고 직접 시제품을 만들었다.

고 : “이렇게 만든 시제품으로 ‘2019 대한민국 가구디자인 공모전’에 나갔다. 우리가 땀흘려 만든 가구가 대상(산업부장관상)을 받았다.”

-그럼 이제 거의 다 된 것인가?

이영식 한샘 부회장(당시 사장)과 송영우씨(오른쪽). /한샘  제공 

송 : “아니었다. 시제품 하나 만들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안정적으로 양산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때 한샘 이영식 부회장(당시 사장)님과 만나게 되는 행운이 찾아왔다. 2019년 6월 한샘은 한 호프집에서 ‘청춘공감 호프데이’란 행사를 열었다. 이 부회장님이 20대 청년들과 만나 청년들과 소통하는 자연스러운 자리였다. 한샘 측이 대학생 단체를 통해 참가자를 모집했는데, 마침 그 단체에 재홍이가 있어서 우리 셋 다 참석을 할 수 있었다. 나는 부회장님과 임원분들께 ‘가구산업은 스타트업이 진입하기에 장벽이 너무 높다. 가구 제조 생태계가 취약해 결국 중국 업체를 찾아야 한다’ 등등 창업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말 진지하게 들어주시고 다시 연락을 주셨다.”

-대기업과 만나자 어떤 변화가 생겼나?

정 : “이영식 부회장님을 만나기 전까진 ‘한국에서 도저히 안되니 중국에 가서 생산을 해야 하나’ ‘그런데 우리가 할 수 있을까’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한샘을 통해 우리의 철재 가구를 생산할 수 있는 제조업체를 소개받고,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큰 도움을 받았다.”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받았나?

고 : “예컨대 침대 위 마루에 바퀴달린 의자가 올라가 있다. 그런데 이 의자가 뒤로 떨어지면 안되게 안전장치를 해야 한다. 경험이 부족한 우리는 그런 생각을 못했다. 모서리는 날카롭게 남겨두면 안되고, 볼트가 튀어 나와서도 안된다. 한샘 전문가 선배를 통해 이러한 부분을 하나하나 찾아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다. 올해 중 이 작업을 마치고 한샘몰에서 판매를 하는 것이 목표다.”

-창업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투에프스튜디오의 마루플러스. 투에프스튜디오

송 : “파주의 가구 공장을 돌아다니던 때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마찬가지로 고생했을 것이다. 제조사와 신뢰를 쌓지 못한 상황에서 초기 어려움은 피할 수 없다. 다만 그때처럼 풀죽진 않을 것 같다.”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하다.

송 : “우리가 만든 제품으로만 방 하나를 꾸밀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꿈이다. 이후엔 투에프스튜디오 이름의 오피스텔에 우리 가구로만 공간을 채우고 싶다.”

고 : “재미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나는 우리가 새로운 공간문화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작은 공간이지만, 그곳을 보다 더 즐겁고 재밌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

정 : “올해 무사히 양산에 들어가서 첫 제품이 나오면 내년부터는 다양한 제품들을 기획해서 내놓을 것이다. 기대해도 좋다.”

투에프슈티디오 공동창업자 정재홍, 송영우, 고유미씨(왼쪽부터). /투에프스튜디오

글 CCBB 가마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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