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2배 줄게 기술 빼와” 韓기업 노리는 中 검은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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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기술 유출 위험에 노출된 국내 기업
바이오, IT…분야 가리지 않아
고액연봉, 높은 직책 유혹에 흔들려

삼성이 최근 세계 최초로 개발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기술을 해외에 빼앗길 뻔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소속 연구원 3명이 2019년 11월부터 2020년 5월까지 디스플레이 장비 협력업체에 기술을 유출했기 때문이다. 최신 디스플레이 공정 기술을 넘겨받은 협력업체는 받은 자료로 시제품을 만들었고 이를 중국업체에 넘기려고 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시작돼 넘기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지검은 소속 연구원 3명을 산업기술유출방지법 위반으로 구속기소 했고 협력업체 대표 등 2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연구원이 유출한 기술은 ‘OCR(투명접착제) 공정’이다. 이는 중소형 OLED 패널에 유리 덮개를 정교하게 접착하는 ‘후(後)공정’ 조립 작업이다. 디스플레이 표면을 보호하고 강도를 높이는 기술로 이때 필요한 장비를 ‘라미네이션 장비’라고 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잉크젯 형식의 ‘OCR 라미네이션 장비’를 개발했다. 거액을 들여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뻔한 것이다.

이처럼 국내 기술이 해외나 국내 경쟁 업체에 유출된 사건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이때 경쟁업체에서 전·현 직원에게 이직이나 높은 연봉을 조건으로 핵심 기술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해외기업이 눈독 들여 영업비밀 유출 위험에 노출된 국내 기업과 기술은 무엇이 있을까.

삼성디스플레이 홈페이지 캡처

바람 잘 날 없는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는 휴대폰, TV 등에서 쓰일 최신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곳이라 항상 기술 유출 위험이 도사리는 기업이다. 2018년 삼성디스플레이는 협력업체 톱텍이 ‘플렉서블 OLED 패널 3D 라미네이션’ 설비를 중국업체에 유출했다고 주장했다. 

‘플렉서블 OLED 패널 3D 라미네이션’은 엣지 디자인 스마트폰을 만들 때 유리와 패널을 하나로 합하는 모듈 공정이다. 삼성전자 갤럭시S,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엣지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때 사용하는 핵심 공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6년 동안 약 1500억원을 투자해 완성했다고 알려졌다. 또 산업기술보호법상 국가핵심기술이자 첨단기술에 해당하기도 한다.

해당 사건에 대해 1년 넘게 공방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협력업체 톱텍이 위장회사를 세워 ‘3D 라미네이션’ 관련 산업기술과 영업비밀을 중국에 넘겼고 이 과정에서 155억원의 이익을 취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톱텍은 이 기술을 구현하는 장비 특허는 자사가 지니고 있어 영업비밀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엣지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삼섬전자 제품 / 삼성전자 홈페이지 캡처

연봉 1억6000만원에 흔들린 양심

2018년 국내 드럼세탁기 고효율 DD모터(모터와 세탁조를 직접 연결하는 것) 설계 도면도 중국으로 유출됐다. 중견기업이 10년에 걸쳐 개발한 이 모터는 개발비만 수백억원이었다. 이 기술로 만든 국내 대기업 세탁기는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하기도 했다. 모터를 개발한 중견기업 중국 현지법인 연구소장이 2015년 핵심 기술자료와 설계도면을 중국 업체에 빼돌렸다. 중국기업에서 연봉 1억6000만원, 주택, 차량, 성과보수 등을 주겠다는 조건으로 기술을 요구한 것이다. 

당시 같은 기업 다른 연구원도 기술 유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퇴사하면서 생산설비 설계도면, 검사자료 등 파일 5918개를 가지고 나갔다. 이를 토대로 다른 지역에 자동화 설비 제작업체를 설립하고 중국 현지 사업장에 모터 대량 생산을 위한 설비를 구축했다. 이들이 유출한 모터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졌다. 피해액만 64억원, 연간 200억원의 매출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DD모터 참고사진 / LG전자 Library 유튜브 캡처

5600억원 짜리 기술 유출

세계 LED 기업 4위에 올랐던 ‘서울반도체’의 영업기밀, 핵심 기술 등이 대만으로 유출되기도 했다. 뜻대로 풀리지 않은 연봉협상 불만을 가진 전 상무가 대만 경쟁 업체로 이직하면서 핵심 기술을 빼간 것이다. 그는 당시 경쟁 업체로부터 고액 연봉을 약속받았고 부하직원 2명도 그를 도운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을 저지른 3명은 2009년부터 2016년까지 7년간 연구개발에 투입된 핵심 기술을 대만 경쟁 업체로 빼돌렸다. 금액으로 따지면 5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상무와 부하직원 2명은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한, 부정 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픽사베이 제공

기술은 중국으로, 피해는 국내 중소기업이

이 밖에도 선박 설계도면, LNG선 건조기술 등의 조선기술, OLED 세정기술 등의 모니터 액정기술, 2차 전지에 관한 소재와 제조기술 등이 해외 경쟁업체로 유출됐다. 이런 국가핵심기술 유출 사건 대부분은 중국 기업에 의해 발생했다. OLED의 경우, 2012년 중국 기업으로의 기술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좀처럼 OLED 시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던 중국 기업이 등장했다. 이후 2016년 중국 OLED 업체의 매출은 약 65%증가했다. 시장점유율도 올해 20%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의 세계 OLED 시장 점유율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적발된 산업기술 유출 사건만 630건이 넘는다. 이 중 550건이 중소기업이 피해를 입은 건이었다. 국내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기술 유출 방지 시스템을 구축할 예산이 부족하다. 업무 강도에 비해 평소 직원 복지나 급여가 열악해 직원들이 유혹에 흔들리기 쉽다”고 말했다. 해외 경쟁 업체가 지금 받는 연봉보다 3배~5배를 주는 조건으로 기술을 요구하면 이를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정부는 이에 2019년 1월 산업기술과 영업비밀 유출에 대해 처벌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은 ‘산업기술 유출 근절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정승일 산업부 차관은 “산업기술 유출 문제가 심각하지만 처벌은 관대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 대책을 통해 산업기술 유출 방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글 CCBB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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