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조림 해주신 시어머니가 수저 위에 올려 주신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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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은 사진과 영상으로 자신의 일상을 전하면서 지인과 가볍게 소통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다. 그간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만화도 개그나 소소한 일상 등을 다루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차별·편견 등 다소 무거운 사회 이슈를 다룬 인스타툰(인스타그램에 연재하는 웹툰)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일반 웹툰 플랫폼이 수용하지 못한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내용이 독자의 공감을 얻고 있다.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있는 인스타툰을 알아봤다.

◇데이트 폭력, 이혼 등으로 여성이 겪는 사회적 차별 다뤄

수신지 작가의 ‘며느라기’는 가부장제에서 결혼한 여성이 겪는 일상을 그린 작품이다. 수신지 작가는 사춘기나 갱년기처럼 며느리가 되면 겪게 되는 시기를 ‘며느라기’라고 이름 붙였다. 시모가 갈치조림 반찬을 앞에 두고 아들에게는 갈치를, 며느리에게는 무를 주는 등 기혼 여성이 공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며느라기’는 팔로워 수만 33만명이 넘는 등 네티즌의 큰 호응을 얻었다. 또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선정하는 올해를 빛낸 우리나라의 대표만화로 꼽혀 ‘2017 오늘의 우리 만화’를 수상하기도 했다.

데이트 폭력을 그린 이아리 작가의 작품 ‘다 이아리’./인스타그램 캡처

작가가 직접 겪은 데이트 폭력을 그린 작품도 있다. ‘다 이아리’의 이아리 작가는 연애하면서 겪었던 데이트 폭력 상황과 그에게서 벗어나고자 했던 노력, 주변인들의 편견 어린 시선 등 자신의 경험담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작가는 “누구나 이아리가 될 수 있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누구나 잊지 못할 상처가 생길 수 있고, 누구보다도 약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데이트 폭력은 특정한 사람만 당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말하면서 많은 여성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홍녀 작가의 ‘다녀왔습니다’는 ‘이홍녀’라는 주인공이 이혼한 후 겪는 차별과 편견을 다룬 작품이다. 그는 이혼녀라는 낙인이 찍힌 채 가족들과 직장 동료의 따가운 시선을 담담하게 그려나간다. 여동생의 상견례 자리에서 자신이 이혼했다는 사실을 숨기는 가족들, 이혼 사실을 고백하자 “왜 그걸 지금 말하는 거예요?”라면서 달라진 태도를 보이는 썸남 등 현실적인 내용을 담았다. 그는 “이혼한 게 죄는 아니다. 지금도 이혼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한 번 이혼한 사람은 영영 이혼한 사람이다. 그런 말에 휘둘리고 싶지 않다. 이혼녀라는 낙인을 지울 수 있을까. 나는 혼자고, 충분히 괜찮다”라고 말한다. 상처 주는 말을 서슴지 않게 하는 주변인들에게 일침을 날리는 그의 모습에 독자들은 대리 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외국인, 장애인, 성 소수자 커플 등 소수자의 삶 그리기도

외국인, 장애인, 퀴어 커플 등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신하는 인스타툰도 있다. 예롱 작가의 ‘지하철에서 옆자리에 흑인이 앉았다’는 가나에서 온 흑인 남자친구 만니와의 일상을 그린 만화다. 예롱 작가는 외국인 남자친구를 사귀면서 인종차별을 직접 느꼈고 이를 만화로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는 “남친이랑 길을 걷다 보면 마치 동물원에 갇힌 동물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또 “사회에서 소외당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어 고민하던 중에 만니와의 일상 속에서 발견한 차별을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했다”면서 “상처 입은 이들에게 조그맣게나마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고 전했다.

농인 그림쟁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천근 작가는 청각장애인의 일상을 그린 작품 ‘소리 없는 세계’를 인스타그램에 연재하고 있다. 그는 버스 안내 방송을 듣지 못하기에 창문 밖을 살펴보고 내려야 하는데, 어느 날은 버스 안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밖을 볼 수 없었고 결국 잘못 내렸다는 일상 등을 전한다. 퀴어 커플의 에피소드를 담은 ‘너나둘이’, ‘하나리즈’는 성 소수자들의 연애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작가의 투병기 담은 인스타툰도 화제…공감과 위로 불러일으켜

자신의 투병기를 담은 인스타툰도 많은 이들의 공감과 응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윤지회 작가의 ‘사기병’은 위암 4기를 판정받은 자신의 투병기를 담았다. 수술과 항암 치료로 힘겨워하는 작가의 모습, 그를 위해 항암 공부에 나선 가족들, 다섯 살배기 아들과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씩씩하게 투병 생활을 이어가는 모습 등으로 많은 독자의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13만명, 페이지 누적 조회 수만 5000만뷰에 달한다. 윤 작가는 잡스엔과의 인터뷰에서 “하루아침에 암 환자가 됐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몰라 막막했다. 암 환자가 어떤 과정을 겪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투병기를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인스타툰 연재 이유를 밝혔다. 그는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만화를 보고 위로를 얻었으면 한다고 했다.

사회적으로 쉬쉬하던 정신 질환을 다룬 작품도 있다. 김늦가을 작가의 작품 ‘디어 마이 블랙 독’은 작가 본인이 겪어온 우울증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오랜 시간 자신을 괴롭혀온 우울증을 ‘검은 개’로 표현했다. 증상이 심해져 자살 충동에 시달리던 작가는 그림을 그리면서 상처를 치유하고자 했다고 한다. 서귤 작가의 ‘판타스틱 우울백서’는 작가의 정신과 치료 일기다. 기분장애를 앓고 있는 일상과 치료 과정을 만화로 그리면서 많은 독자의 응원과 관심을 받고 있다.

◇익명성과 소통을 기반으로 점점 커지는 인스타툰

사회적으로 불편해했던 이야기들이 웹툰으로 만들어지는 데에는 익명성과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인스타그램 플랫폼 특성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인스타툰 작가 A씨는 “인스타그램은 익명성이 보장돼 솔직하게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다. 주제나 내용에 대한 제약이 없어 다양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인스타툰은 주제에 대한 검증이나 승인·등록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웹툰 플랫폼과 달리 자신의 공간에 간편하게 웹툰을 올려 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포털 사이트나 만화 콘텐츠 전문 업체 등에 실리는 웹툰은 공모전이나 일정 기준에 의해 선정되기 때문에 보다 많은 사람이 좋아할 만한 소재를 주로 다룬다. 그래서 민감한 소재이거나 소수의 이야기 등을 담은 웹툰을 사적인 공간인 SNS에 연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적인 주제를 다룬 인스타툰에 독자들은 깊은 공감과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은 인스타툰이 책으로 출판되는 경우도 많다. 인스타툰 ‘며느라기’, ‘지하철에서 옆자리에 흑인이 앉았다’, ‘디어 마이 블랙독’ 등은 책으로 출간됐다. 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이 새로운 작품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하는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

글 CCBB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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