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소매치기범 혀 내두르게 만든 35살 한국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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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검가방 ‘미토도’ 이병옥 대표, 총천연색 ‘팔래트백’ 내놓아

온통 검은색만 팔리는 한국… “잃어버린 화사함 돌려주겠다”

“패션업계가 다수 소비자 취향만 맞추다보니 소수 못받아”

스물 두 살, 군대에서 막 제대한 이병옥씨의 앞날은 짙은 안개 속이었다. 좋은 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라 취업도 쉽지 않고, 그렇다고 집안이 장사 밑천을 대줄만큼 유복한 것도 아니었다. 그가 초등학교 2학년 때 부친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는 인형 눈에 페인트칠을 해 번 돈으로 병옥씨 남매를 키웠다. 어머니는 제대한 아들을 외삼촌에게 보냈다. 그의 외삼촌은 당시 카메라 가방을 만드는 봉제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영업을 배우면 먹고는 살 수는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외삼촌이 운영하는 공장은 좁은 지하 상가에 있었다. 직원 9명이 다닥다닥 붙어 미싱기를 돌렸다. 딱히 가릴 처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고 한다. 그래도 ‘한 달만 참고 다녀보라’는 어머니의 뜻을 무시할 수 없었다. 병옥씨는 처음 2년간 재봉과 쪽가위질만 했다. 영업을 위해선 자신이 판매할 제품을 알아야 한다는 외삼촌의 판단이었다. 3년차부터 이 대표의 업무는 넓어졌다. 미국 등 해외 바이어의 요청을 받으면 이를 구현한 샘플을 제작한다. 샘플을 중국·베트남에 있는 생산업체에 보내고 공정을 감독한다. 이렇게 생산된 제품을 납품받아 다시 전 세계로 수출한다. 13년이 지났다. 한 달만 참고 다녀본다고 발을 들인 봉제 업계에서 병옥씨는 30대 중반의 나이에 베테랑이 됐다.(그의 외삼촌이 운영하는 ‘성진아이앤씨’도 현재 매출 1000억원대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처음 하는 것, 지금 잘되는 것, 남이 하는 것’은 금물

이병옥 미토도 대표가 최근 출시한 팔레트백을 선보이고 있다. /jobsN

그는 35살인 2015년 독립해 ‘미토도’를 창업했다. 국내 방검가방 1위 업체로 여행족 사이에서는 인지도가 높다. 최근에는 무채색 위주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 ‘화사함을 돌려준다’는 콘셉트의 12가지 색상 가방 브랜드 ‘팔레트백’(bit.ly/30VYK80)을 출시하기도 했다.

독립을 하는 조카에게 외삼촌은 “처음하는 것, 지금 잘되는 것, 남이 하는 것은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이 말을 따랐다. 이병옥 대표는 “이미 잔뼈가 굵은 가방을 만들되, 다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소재를 활용해 차별화를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눈에 띈 소재는 방검원단이었다. 방검 원단은 플라스틱 성분의 합성섬유와 유리 성분의 섬유가 엮여있는 구조다. 때문에 쉽게 절단되지 않는다. 그는 “해외여행이 보편화되면서 해외에서 소매치기 피해를 입는 이들도 많아졌다”며 “특히 날카로운 물질로 가방을 찢은 뒤 내용물을 훔쳐가는 피해가 많았다”고 했다.

/미토도 제공

문제는 마름질이었다. 유리섬유 때문에 일반적인 옷감처럼 잘리지 않았다. 레이저 절단기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 경우 플라스틱 섬유 부분이 쉽게 타버렸다. 이 대표는 “레이저 절단기 옆에 양동이를 걸어놓고 작업을 해가며 레이저의 강도·굵기 노하우를 터득했다”고 했다. 이 가방은 칼로 찢어지지 않는 것은 물론, 지퍼에도 자물쇠를 달아 열 수 없도록 했다. 강도는 몰라도 절도 피해를 입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매출이 빠르게 성장하며 일본, 싱가포르, 대만, 아랍에미레이트, 태국 등에 해외총판도 생겼다.

◇‘행복한 순간의 화사한 색감’을 돌려드립니다

/미토도 제공

두 번째 도전은 색(色)이었다. 그는 “가방 판매 사이트에서 검색해보면 상위 품목이 모조리 검은색”이라며 “소비자들에게 ‘화사함’을 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2019년 9월 그가 내놓은 ‘팔레트백’(bit.ly/30VYK80)은 총 12가지 색상이다. 같은 디자인의 가방이 초코, 에메랄드블루, 다크네이비, 코발트네이비, 바이올렛, 퍼머넌트그린, 올리브그린, 인디안옐로우, 카드뮴오렌지, 스트로베리, 베이비핑크, 스칼렛핑크 12종으로 출시된다.

이 대표의 말대로 한국에선 검은색이나 짙은 회색 계통의 무채색 가방이 대세다. 가방만 그런 것도 아니다.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도, 주머니 안의 스마트폰도 검은색·무채색 일색이다. 한국 소비자들이 화사한 것을 싫어해서일까? 이 대표는 “생산자들이 색상은 무난하되 브랜드(CI)는 드러나는 제품을 선호하는 다수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제품만 내놓다보니 화사한 색상을 선호하는 소수 소비자들의 기호는 무시되는 것”이라고 했다.

컬러백 역시 시작은 특수소재에서부터였다. 발수·발유 기능이 있는 특수소재 ‘나노텍스’를 이용해 가방을 만들면 물 등 각종 액체류 오염물질로 인해 얼룩이 지지 않는다. 마치 물방울이 연잎 표면에 스며들지 않고 흐르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 대표는 “어린 아이들이 쓰면서 각종 오염물질에 쉽게 더러워지지 않도록 하는 측면도 있고 12가지 고유 색상이 오래도록 변질되지 않고 유지되도록 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는 물론 싱가포르, 대만 등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그는 “때론 밝고 화려한 색감의 제품을 사고 싶어도 나와있는 제품이 없어 소비자들이 포기할 때가 많다”며 “팔레트백을 통해 다양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하겠다”고 했다.

글 CCBB 가마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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