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 드릴 건 보여드려야죠…삼성·LG의 대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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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내부 시설부터 연구원 일상까지
가감 없이 공개하고 나선 기업들
철통 보안은 옛말, 보여줄 건 보여준다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남양기술연구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필수 절차가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휴대폰 카메라에 보안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다. 국내 1위 기업 총수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지난달 21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차세대 모빌리티(운송 분야)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남양연구소를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스마트폰 카메라에 보안 스티커를 붙이고 입장했다.

이처럼 기업의 핵심 기술을 연구하는 연구소는 보안이 철저한 곳이다. 일반인은 물론이고 같은 기업 내 비 연구직 직원들의 출입도 쉽지 않다.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곳도 많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업 연구소가 달라지고 있다. 여전히 기술 보안은 철저하게 유지하지만, 유튜브 등 SNS를 이용해 소비자들과 구직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 연구소 연구원들뿐 아니라 개발자·마케터 등도 영상을 통해 자신들의 일상과 직업을 소개하고 있다.

◇민감한 정보는 블러 처리해 보안 유지

삼성전자는 유튜브 채널 ‘ 삼성전자 뉴스룸’에 직장인 Vlog(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로, 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영상 콘텐츠) 시리즈 영상을 올리고 있다. 연구소 직원들이 나와 하루 업무 일과를 소개하는 내용이다. 삼성의 대표적인 연구소는 미래 선행기술을 연구하는 종합기술원이다. 삼성전자가 4대 미래 성장 사업으로 선정한 AI·5G·바이오·반도체 중심의 부품도 모두 종합기술원에서 선행 연구를 하고 있다.

자신의 업무와 일상을 공개한 삼성반도체 제품 기술 엔지니어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오른쪽 사진을 보면 기밀을 요하는 모니터 화면 등은 블러 처리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유튜브 ‘삼성전자 뉴스룸’ 캡처

연구소 직원들이 직접 셀카봉을 들고 브이로그를 찍는다. 근무하는 사무실이나 팀 회의 장면도 보여준다. 해당 직군 연구원들이 맡은 업무를 하나하나 설명해주고, 실무자들을 인터뷰해 연구소와 관련 있는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그러나 컴퓨터 화면이나 인력 등 민감한 정보는 ‘삐’ 소리를 입히거나 블러 처리를 한다. 소통과 기술 보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방법이다.

◇새 시스템 소개하며 모니터까지 보여주기도

LG그룹도 마찬가지다. LG그룹 공식 유튜브에는 ‘LG인 브이로그’ 시리즈가 있다. LG생활건강 화장품 연구원, LG전자 소프트웨어 연구원, 선행디자인연구원 등 LG 그룹 내 다양한 연구원들이 나와 자신의 업무 일상을 공개한다. 근무 복장부터 근무 시간 등 회사 내 제도와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 등을 가감 없이 소개한다. 팀 회의 영상을 소리 없이 빠르게 편집해 공개하기도 한다. 브이로그 영상이 인기를 끌자 최근에는 LG상사 솔루션사업 담당 신동헌 상무의 일상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LG 계열사별 대표 연구소가 모여 있는 LG사이언스파크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나오는 영상도 따로 있다. ‘LG사이언스파크’ 유튜브 채널에 올라오는 ‘엘사인의 브이로그’ 시리즈다. LG사이언스파크는 LG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연구 단지다. 근무하는 연구개발 인력만 2만명이 넘는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018년 취임 후 처음으로 현장을 방문한 곳이기도 하다. 구 회장은 이 자리에서 “사이언스파크는 LG의 미래를 책임질 R&D(연구·개발) 메카로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그 중요성이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LG사이언스파크 AI 개발인프라팀에 근무하고 있는 안소연 선임. 화상 회의하는 모습과 자신의 컴퓨터 모니터를 공개했다./유튜브 ‘LG사이언스파크’ 캡처

7월 3일과 10일 올라온 두 편의 영상에서는 AI(인공지능) 개발 인프라팀 안소연 선임이 등장했다. 안 선임은 6월 새로 시작한 ‘LG AI HUB 시스템’을 소개하며 자신의 모니터 화면을 공개하기도 했다. 기업 핵심 연구소 직원의 모니터도 공개할 정도로 연구소 보안에 대한 개념이 달라진 것이다.

◇베일에 가려졌던 연구소도 유튜브 통해 공개

예능 형식으로 연구소를 소개하는 영상도 있다. 현대차 남양연구소 소속 연구원들이 나오는 ‘남양연구소 사람들은 무슨 일을 현대?’ 영상이다. 자신들을 사내 크리에이터 ‘연구소 꼬꼬’라고 소개한 직원 2명이 전자파 무반사 시험실 등 시설을 탐방한다. ‘남하(남양연구소 하이)’ 등 유행하는 신조어를 변형해 사용하고, ‘30초 후 공개 ㄱㄱ’ 같은 자막을 입히는 등 편집에도 신경을 썼다.

현대차는 남양연구소에 대한 소개 영상을 예능 형식으로 제작해 올렸다./유튜브 ‘현대자동차 채용 [ H-T.M.I ]’ 캡처

이 영상이 올라온 계정 이름은 Htmi다. 현대(H)와 TMI(Too Much Information·너무 과한 정보)를 합친 말인데, 이런 것까지 말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모든 걸 말해준다는 의미를 담았다. 유튜브 계정의 본래 용도는 채용이다. 구직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직원들이 직접 나서겠다는 의도다.

SK이노베이션도 유튜브를 이용해 대전에 있는 기술혁신연구원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기술혁신연구원은 석유·윤활유·고분자·배터리·신소재 분야 등에 대한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곳으로 그동안 보안 유지를 위해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었다. 그러나 영상에서는 ‘SKinnoMan(스키노맨)’이라고 불리는 직원이 SK의 상징색인 빨간색 운동복을 입고 나와 연구원을 구석구석 투어 형식으로 보여준다.

담당하고 있는 업무와 내부 실험실을 소개하고 있는 SK 이노베이션 대전 기술혁신연구원 직원들./유튜브 ‘SK이노베이션’ 캡처

이같은 현상에 대해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 윤리가 강조되면서 기업 경영에서도 투명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보안 유지에 필요한 기술과 시설이 발달했기 때문에 과거처럼 보안에 얽매이기보다는 연구소에 대해서도 공개하는 게 경쟁력을 확보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글 CCBB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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