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공무원이 아니라 무당직 뽑는 거 아닙니까?”

358

국어, 한국사 등 5과목 보는 9급 시험과 달리
영어도 없고 3과목만 보는 계리직 공무원 시험
들쑥날쑥 일정·난이도로 공시생 혼란

“계리직이 아닌 괴리직이다”, “이 정도면 누가 잘 찍나 무당직을 뽑는 거 아니냐.”

지난해 10월19일 시행한 2019년도 우정 9급 우정서기보(계리) 공개경쟁채용 시험 이후 수험생들 사이에서 나온 말이다. 우체국에서 금융업무를 보거나 창구업무를 보는 공무원을 계리직 공무원이라 말한다. 계리직 공무원은 공무원 수험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직종이고, 그만큼 경쟁률도 높다. 하지만 들쑥날쑥한 시험 일정과 시험 난이도 조절 실패로 수험생을 뿔나게 만드는 시험으로도 통한다.

드라마에서 9급 공시생 역을 맡았던 정채연./tvN 방송화면 캡처

◇시험 과목 적고 영어 시험 없어 경쟁률 높아

계리직 공무원 시험은 우정사업본부에서 채용하는 9급 채용 시험이다. 같은 공무원 시험이지만, 다른 국가직·지방직 시험과 차이가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시험 과목이다. 보통 9급 공무원은 국어·영어·한국사 세 과목에 직렬별 두 과목, 총 다섯 과목 시험을 본다. 하지만 계리직 공무원 시험 과목은 한국사와 우편 및 금융상식, 컴퓨터 일반 세 과목뿐이다. 과목 수가 적고, 난도가 높은 영어 시험을 따로 보지 않는다. 우편 및 금융상식 시험에 나오는 영어 문항 2문항이 전부다.

9급 계리직 시험 과목은 한국사를 포함한 3과목이 전부다./우정사업본부 홈페이지 캡처

계리직 시험이 다른 시험보다 과목 수가 적은 이유는 과거에 10급 기능직 공무원 시험이었기 때문이다. 2013 10급 기능직을 폐지하면서 계리직도 9급으로 바뀌었다. 시험 과목은 바꾸지 않아 현재까지 다른 9급 시험보다 과목 수가 적다.

시험 시행 기관도 다르다. 계리직 시험은 인사혁신처나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우정사업본부가 시행한다. 응시 자격은 큰 차이가 없다. 18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응시 지역 제한 기준도 다른 지방직 시험보다 느슨한 편이다. 시험 공고일을 기준으로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응시하고자 하는 지역에 해당하면 지원할 수 있다.

시험 경쟁률은 높다. 종합교육기업 에듀윌 자료를 보면, 2008년부터 2019년까지 7차례 시험에서 평균 채용 인원은 299명이었다. 하지만 지원자는 평균 3만4000여 명에 육박했다. 100대 1의 경쟁률을 넘긴 시험이 세 차례나 있었고, 2016년에는 경쟁률이 220.7대 1에 달했다. 2019년에도 전체 경쟁률은 96.1대 1을 기록했지만, 부산지방우정청에서는 경쟁률이 263.3대 1이었다.

계리직 시험 연도별 경쟁률(위)과 연도별·지역별 경쟁률(아래)./에듀윌

◇들쑥날쑥한 시험 일정, 난이도 조절 실패로 ‘무당직’ 비판도

문제는 시험 일정이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계리직 9급 시험은 매년 시행이 아닌 격년 시행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2019년 5월 15일 우정사업본부가 2019년도 공채 시험 일정을 발표하면서 2018년과 2019년에는 유일하게 2년 연속 시험이 치러졌다.

다음 시험은 내년이 될 가능성이 크다. 7월 초 우정사업본부와 전국우정노동조합이 긴급 노사협의회를 개최해 우체국 창구 근무 부족인력을 충원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올해는 4개월밖에 남지 않아 사실상 시험이 올해 열릴 가능성은 적고, 내년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시험이 언제 열릴지는 아직 모른다. 시험 일정이 매번 들쑥날쑥했기 때문이다. 2012년에는 3월, 2014년에는 2월에 필기시험을 치렀지만, 2016년과 2018년 필기시험은 7월이었다. 2019년에는 10월에 시험이 열리기도 했다.

계리직 시험 일정. 형광펜 칠한 부분을 보면 필기시험 일정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들쑥날쑥하다./에듀윌

불확실한 시험 일정에 대한 우정사업본부의 태도도 애매하다. 우정사업본부는 매년 시험 공고문에 ‘다음 시험은 없을 수도 있고, 있더라도 최소 인원만 선발할 것’ 이라는 내용을 덧붙인다. 지난해에도 ‘2020년 이후 계리직 시험을 실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라고 공지해 많은 수험생을 불안에 떨게 했다. 에듀윌 관계자는 “매년 3만명이 넘게 응시하는 시험인 만큼 그 중요성을 인지하고, 시험 일정을 정례화하는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시험 난이도 조절도 우정사업본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앞서 언급했듯이 2019년도 계리직 시험이 끝난 후 수험생들은 입을 모아 시험 난이도에 대해 성토했다. 시험이 너무 어렵게 출제됐기 때문이다. 실제 70~80점대를 유지하던 합격선이 작년 시험에서는 50점대까지 떨어지는 등 난이도가 급상승했다. 열심히 공부하는 수험생도 풀 수 없을 정도로 어렵게 나와 일각에서는 ‘무당직’을 뽑는다는 평까지 받았다. 2019년도를 제외한 나머지 과거 시험의 합격선을 고려하면, 다음 시험은 2019년보다는 쉽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

계리직 시험 합격선. 2019년 시험이 어렵게 나오면서 합격선이 확 낮아졌다./에듀윌

◇내년 상반기 열린다고 가정하고 준비해야

그렇다면 계리직 수험생들은 앞으로 어떻게 시험에 대비해야 할까. 에듀윌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시험이 열릴 것이라 가정하고 시험을 준비하라고 조언했다. 이르면 6개월 안에 시험이 열릴 수도 있으므로 지금부터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선 많은 수험생이 어려워하는 컴퓨터 일반 과목부터 준비할 것을 추천했다. 처음에는 용어가 낯설기 때문에 이해하기 힘들지만, 꾸준히 반복하고 기출문제를 풀어 보면서 문제에 대한 감을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두 과목인 한국사와 우편 및 금융상식은 개념에 대한 이해와 암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문제를 자주 풀어보면서 실력을 진단하고, 취약점을 보강해 나가는 게 에듀윌 추천 공부법이다.

글 CCBB 라떼

img-jobsn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