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보청’·‘구라청’이라고요? 저희도 이런 사정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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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역대급 폭염 예보와 달리 물 폭탄 쏟아져
기상청 “기후변화로 정확한 예측 어려워”
1000억 들인 수치예보모델, 아직 불안정

기상청이 머쓱해졌다. 역대급 폭염이 올 것이라는 예보와 달리 역대급 장마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5월22일 3개월 기상 전망을 하면서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무더위가 절정에 이른다”고 경고했다. 폭염일수도 20~25일로 평년과 작년보다 많을 것이라 했다. 하지만 8월 초인 현재, 폭염 대신 기록적인 장마가 이어지고 있다. 제대로 예측을 못 하면서 구라청, 오보청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5월 폭염을 예보했던 기상청. 예측이 빗나가자 SNS에는 오보청, 구라청 태그를 단 글이 수만건 등장했다./TV조선 방송화면·인스타그램 캡처

올해만의 문제는 아니다. 2017년 감사원이 발표한 기상청 특정감사 결과를 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기상청의 강수 유무 적중률은 평균 46%에 그쳤다. 기상청이 비가 올 것이라고 예고한 5193회 중 실제 비가 온 경우는 3228회(62%)였다. 비가 올 것이라고 예보하지 않았지만, 비가 온 경우는 1808회였다. 강수 적중률은 2012년 47.7%에서 2016년 45.2%로 하락하기도 했다. 기상청 예보 정확성이 왜 떨어지는지 알아봤다.

◇기후변화에 다른 나라도 기상 예측 실패

기상청은 오보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꼽았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지구 전체 기온이 오르면서 날씨 자체의 변수가 많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기상청은 기온이 오르면 수증기와 비구름의 활동성이 높아져 짧은 시간에 좁은 곳에 폭우를 퍼붓는 스콜성 폭우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국에서 이어진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 상황./TV조선 방송화면 캡처

또 북극이 예년보다 따뜻해진 영향으로 북극의 한기가 중위도 지역까지 내려왔다. 블로킹 현상도 생겼다. 블로킹은 위도가 높은 지역에서 정체하거나 매우 느리게 이동하는 온난 고기압을 말한다. 블로킹 현상으로 고위도의 찬 공기가 중위도에 계속 들어왔다. 이 때문에 평상시라면 북쪽으로 확장해야 할 북태평양고기압이 찬 공기에 막혀 정체전선을 만들었다. 이 정체전선이 동아시아 지역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많은 비를 뿌린 것이다.

기후변화로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도 기상 예측에 실패했다. 미국 해양대기청도 5월 즈음 “올해가 상위 10위 안에 드는, 기온이 높은 해가 될 것”이란 예측했다. 일본과 중국도 집중호우를 예측하지 못했다. 일본 야마가타현 쓰루오카시에서는 7월 27일 저녁부터 24시간 동안 226.5㎜의 비가 내렸다. 한 달 치 강수량이 하루 만에 내린 수준이다. 중국에서도 남부지방에 비가 집중적으로 쏟아져 5000만명 이상의 이재민이 생겼다.

8월 초 가평에 내린 폭우 이후 김동완이 SNS를 통해 피해 복구에 나선 근황을 알렸다./김동완 인스타그램 캡처

◇500억원 넘는 장비도 기후변화 속도 따라가지 못해

한국형 수치예보모델(KIM·Korean Integrated Model)을 완벽히 구축하지 못한 것도 예보 정확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수치예보모델은 대기 움직임을 분석해 시간대별로 예측하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다. 대기 운동을 지배하는 수많은 방정식으로 이루어져 있고, 주로 각국의 슈퍼컴퓨터로 계산해낸다. 2019년까지는 미국·일본·영국·프랑스·독일·중국·러시아·캐나다 8개국만 독자적인 수치예보모델을 보유하고 있었다. 한국은 2020년 KIM을 완성해 독자적인 수치예보모델을 보유한 9번째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기상청은 앞서 2011년부터 약 10년에 걸쳐 946억원을 들여 KIM을 개발했다. 올해 4월부터 KIM을 실전에 도입했다. 그러나 KIM은 아직 구체적인 데이터를 많이 모으지 못해 다소 불안정하다. 이 때문에 현재는 영국형 수치예보모델(UM)과 병행해 사용 중이다. UM은 세계에서 정확도가 가장 높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지형과 기상 특성 등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물품 중 가장 비싼 슈퍼컴퓨터 5호기./2019 회계연도 국가결산·TV조선 방송화면 캡처

한편 KIM을 계산하는 것은 슈퍼컴퓨터의 몫이다. 기상청은 현재 520억원대 슈퍼컴퓨터 5호기, 170억원대 슈퍼컴퓨터 4호기를 갖추고 있다. 슈퍼컴퓨터 5호기는 2019년 기준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물품 중 가장 비싼 물품이기도 하다. 슈퍼컴퓨터 4호기도 가장 비싼 물품 4위에 이름을 올렸다. 값비싼 장비를 들이고도 제대로 예측하지 못 한다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기상청은 기후변화 속도를 기술개발 속도가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기상 예보관 업무 강도도 문제

마지막으로 기상청 예보관들의 업무 강도도 예보 정확성을 낮추는 문제 중 하나다. 예보관은 슈퍼컴퓨터가 계산한 수치예보모델의 결과를 바탕으로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살려 최종 예보문을 만든다. 그러나 업무 강도가 높은 탓에 소극적으로 업무에 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기상청 예보국은 7명이 한 조를 이뤄 4개조가 12시간씩 교대근무 한다.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일하는 일근과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일하는 야근을 이틀씩 연속으로 한다. 이후 비번과 휴무일이 3일 붙는 7일 근무제다. 밤낮이 바뀌어 신체적인 피로도가 높고, 휴식이 부족한 업무 환경이다.

예보가 빗나갈 경우 느끼는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예보가 조금만 틀려도 항의가 빗발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똑같은 공무원이지만 기피 보직으로 꼽힌다. 실제 지난해 기상청이 이정미 전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예보 현업근무를 희망하지 않는 직원이 195명이었다. 전체 직원(342명)의 57%가 핵심 업무인 예보를 하기 싫다고 응답했다. 직원들은 예보 현업 근무가 육체적 스트레스(94%)와 정신적 스트레스(87%)가 높다고 했다.

기상청 내 설문조사 결과. 직원 대부분이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가 높다고 응답했다./이정미 전 의원실

이 전 의원은 정확한 예보를 위해 “예보관 근무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교대근무 주기를 늘리고, 근무 인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스트레스가 높고 사기와 자존감이 저하되는 상황을 고려해 예보관 심리상담 등 지원방안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 CCBB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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