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 휠체어 타게 된 ‘절친’ 때문에 시작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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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이 있다면 일하면서도 보람을 느끼지 않을까. 2018년 스타트업을 시작한 김민지(34) 브이드림 대표는 장애인들이 기업에서 일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시스템을 통해서 장애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는 기업들과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들을 이어주고 있는 것이다. 기업을 직접 찾아다니며 업무협약을 맺은 결과 현재 브이드림을 통해 250개 기업에서 600여명의 장애인들이 취직해 일하고 있다. 취업으로 인해 삶이 바뀐 장애인들을 보면 가장 뿌듯하다고 한다. 사업을 위해 일주일의 절반은 서울 지사에서, 절반은 부산 본사에서 일하고 있는 그를 만나봤다. 

김민지 대표./본인 제공

– 장애인이 기업에서 일할 수 있게 돕는 스타트업을 한다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돕고 있는지.

“장애인들이 재택근무를 하며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어요. 기업에서 장애인을 고용하면 장애 유형별로 근무를 도울 수 있는 기구와 장비를 장애인에게 제공하고 원활하게 재택근무를 하며 소통할 수 있도록 기업에 시스템을 제공해요. 실시간으로 다중 화상 회의를 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하고 우리 담당자가 출근 체크나 일일보고, 휴가 관리 등 장애인의 인사 관련 업무까지 관리해 줍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장애인을 고용해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장애인 입장에서는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며 불편 없이 기업의 업무를 볼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기업과 장애인 모두 윈윈 하는 것이 우리 사업의 목표입니다.”

– 창업 아이템이 독특한 것 같다. 어떻게 이런 아이템을 떠올렸는가.

“장애인 친구의 취업을 함께 알아봐 준 적이 있어요. 친한 친구가 20대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안타깝게도 하반신을 쓸 수 없는 장애인이 됐어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오랜 기간 치료를 마친 후에 다시 직장을 구하던 상황이었는데, 장애인의 취업이 어려운 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기업들은 장애인의 고용을 꺼려 했고, 취업의 어려움을 겪던 친구도 나중에는 취업 의지마저 사라졌어요. 장애인이 기업에서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이 사업을 시작했어요. 지금 그 친구는 우리 회사를 통해  취업해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어요.”

한국여성벤처협회시상식에서 표창장을 수여받은 김민지 대표./본인 제공

– 비교적 어린 나이에 창업을 했는데, 관련 경험을 쌓은 적이 있나.

“미대를 나와서 이미지메이킹을 공부했어요. 스타트업을 하기 전에는 IT 회사를 다녔는데, 처음에는 IT 기업 강연 사업부에서 모바일 홈페이지에 대해 교육하는 일을 했어요. 그러다가 영업 파트의 일을 하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적성에 잘 맞았어요. 누군가를 찾아가서 설득하고 결과를 내는 일이 즐거웠어요. 결과가 좋아서 초반에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다가 나중에는 관공서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부 사업으로 2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어요. 실적 덕분에 1년에 연봉이 3번 올랐고 입사 4년 만에 대외사업부 이사를 맡았습니다. 그때가 29 살이었어요.”

– 20대에 이사로 승진하는 게 가능한 일인가. 원래 IT가 전공 분야도 아니었을 텐데.

“신생 IT 기업은 조직의 특성상 개인의 능력과 성과에 따라 보상이 빨라요. 그래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IT 기업이 구현하는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수였어요. 미술을 전공한 저에게는 생소한 분야였죠. 그래서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 외에는 거의 모든 시간을 공부하는데 썼어요. IT 기술 관련 서적을 구해서 읽고 유튜브 채널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블로그나 관련 기사들을 스크랩해서 밤새 공부했어요. 처음에는 팀장급 회의에서 제가 못 알아듣는 기술 용어가 있어서 자존심이 상해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나중에는 외부에 나가서 설명하고 영업할 수 있을 정도가 됐습니다.”

– 임원까지 올라갔는데 과감하게 창업을 하게 된 이야기가 궁금하다.

“어려서부터 사업을 해보는 게 꿈이었어요. 농담으로 여성경제인협회 회장이 될 거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으니까요. IT 회사에서 이사로 2년 정도 일해보니 미래에 대해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퇴직금과 모아둔 돈을 모두 투자해서 스타트업을 시작했어요. 대외사업부 이사로 일할 때 관공서와 테크노파크에서 쌓은 인맥의 도움을 많이 활용했어요. 처음 창업 아이템은 진로체험 플랫폼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아이템 수정 과정을 거쳐서 장애인 취업 플랫폼에 집중하게 됐어요.”

장애인 취업을 위해 힘쓰는 김민지 대표의 모습./본인 제공

– 장애인 취업과 관련해서, 기업에서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은 법적으로 의무 아닌가.

“50인 이상의 기업은 직원 중 3.1%를 장애인으로 고용하는 것이 법으로 정해져 있어요. 공공기관은 3.4%를 무조건 고용해야 하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100인 이상의 기업부터는 벌금이 부과돼요. 고용하지 않은 장애인에 대해 기본 시급의 3배를 벌금으로 내야 하니까, 100인 기업을 기준으로 장애인을 한 명도 고용하지 않으면 부담금과 추가 법인세를 합해서 1년에 8천만원 가량의 벌금을 내야 합니다. 300인 이상의 기업의 경우 법인세 등이 가중돼서  4억 가까이 되는 금액을 벌금으로 내야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78%가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고 벌금을 내고 있습니다.”

– 기업이 장애인 고용을 꺼리는 이유가 무엇인가.

“장애인을 고용하면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이 많다는 인식이 강해요. 직장 내에 장애인의 이동 동선도 마련해야 하고 편의 시설도 구비해야 하니까요. 의사소통이 힘들고 업무를 수행할만한 능력의 장애인을 찾기 힘들다는 기업의 의견도 많아요. 장애인 입장에서도 회사 조직에서 적응하기 힘들어서 어렵게 취업을 했다가도 스스로 그만두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사례가 악순환이 되면서 기업 입장에서도 장애인 고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브이드림에서 만든 것이 재택근무 시스템이에요. 집에서 장비를 갖추고 편하게 일하면서도 기업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업무 결과를 낼 수 있게 도와주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거죠. CS팀에서 자택 방문도 하고 인사 관련 업무도 대신해 줘서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렇게 지속적으로 인식을 바꿔줘야 장애인 고용을 늘려갈 수 있습니다.”

재택 근무 중인 장애인./김민지씨 제공

– 코로나 이후로 재택근무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 같은데.

“예전에는 기업을 만나서 장애인의 재택근무 시스템을 제안하면 대부분 난색을 표했어요. 재택근무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던 거죠. 그런데 코로나 사태 이후로 재택근무를 경험해 본 기업이 늘어나자 재택근무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변했어요. 저희에게는 기회가 된 셈이에요. 이제는 재택근무 시스템에 대해서 믿음을 갖고 먼저 연락 주는 기업이 많습니다.”

– 스타트업을 한 지 2년이 지났는데, 브이드림을 통해 실제로 장애인을 채용하는 기업이 늘었나.

“우리가 제공하는 시스템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만큼 장애인을 고용한 기업의 만족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어요. 브이드림을 통해 기업에 취업하는 장애인의 숫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업계에 소문이 나면서 상담을 요청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어요. 협약을 맺고 장애인을 고용한 기업이 만족도가 높아서 계열사에 소개해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롯데칠성음료, 더본코리아, 야놀자, 강원테크노파크, 와이즈넛, 프라임에셋, 인천테크노파크, 패스트파이브 등 현재 250여개 기업과 업무 협약을 맺고 장애인 취업을 돕고 있어요.”

(왼)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들과의 업무 협약, (오) 취업에 성공한 장애인의 부모님이 감사의 의미로 써준 손편지./본인 제공

– 취업을 해서 일하고 있는 장애인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취업에 성공한 장애인들이 또 다른 친구를 소개해 주기도 하고 장애인 복지관 같은 곳에서 좋은 인재들이 있다며 이력서를 보내주기도 해요. 무엇보다 브이드림을 통해 취업을 하면 근속 기간이 길다는 점을 가장 긍정적으로 봐주세요.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수시로 집을 방문해서 관리해 주다 보니 안정적으로 오래 일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팬덤이 생길 정도로 장애인들의 응원을 많이 받고 있어서 뿌듯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소개해 주는 장애인들 중에는 중증 장애인들이 많아요. 그들이 취업으로 인해 삶이 바뀐 모습을 보면 가장 기분이 좋아요. 얼마 전에는 취업에 성공한 장애인의 부모님이 감사하다며 손 편지 20장을 써서 보내주셨어요. 뭉클했습니다.”

– 창업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창업 초기에 회사가 자리 잡을 때까지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처음 1년은 제가 회사에서 10원도 못 가져갈 정도로 회사를 유지하기가 버거웠습니다. 새벽 기차를 타고 서울과 부산을 오고 가며 정신없이 일할 때는 차 안에서 혼자 많이 울었어요. 그래도 힘든 것을 쉽게 떨쳐버리는 긍정적인 성격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이전 회사에서 영업을 담당하며 거래 업체로부터 거절을 하도 많이 당해봐서 맷집이 생기기도 했죠. 지금도 우리 시스템을 설명하기 위해서라면 전국 어디든 달려가곤 합니다. 거절을 두려워하지 않거든요.” 

김민지 대표가 딸과 함께한 모습. 김 대표에게 딸은 인생을 살아가는 힘이다./본인 제공

– 열정적인 모습이 인상적이다. 원동력이 무엇인가.

“일찍 결혼을 했다가 스물넷에 이혼을 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혼이 제 삶을 바꾸는데 큰 계기가 됐어요. 딸아이와 둘이 살아갈 생각을 하니 마음가짐이 달라지더군요. 내가 무언가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간절함이 생겼어요. 그때부터 주어진 일에 정말 열심히 일하며 살아왔어요. 평일에는 일하느라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내지는 못했지만, 늘 아이에게 ‘내가 너를 사랑하는 만큼 내가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어요. 지금은 아무리 바빠도 주말은 아이와 시간을 보내요. 낙천적이고 긍정적으로 자라준 아이가 제 삶의 원동력입니다.”

– 꿈이 있다면.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장애인들의 삶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늘 잊지 않고 있어요. 그래서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습니다. 기업과 장애인이 모두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게 꿈이에요.” 

글·사진 CCBB 친절한 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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