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가 방송에서 대놓고 ‘새우깡’ 먹자, 시청자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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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유튜브 뒤흔든 PPL 논란
예능에서는 ‘대놓고 PPL’이 대세
‘차라리 낫다’ 반응 VS ‘과하다’ 우려

요즘 간접광고(PPL)가 논란의 중심이다. 최근 스타일리스트 한혜연과 가수 강민경은 유튜브 영상에 협찬받은 제품을 소개하면서 광고 표시를 하지 않아 지적받았다. 이들이 수천만원에 달하는 광고비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같은 논란에 휩싸인 구독자 470만명 먹방 유튜버 문복희도 광고 사실을 밝히지 않고 PPL 영상을 올렸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8월4일 올렸다.

유튜브 PPL 논란에 휩싸인 가수 강민경./강민경 인스타그램 캡처

비단 유튜브만의 문제는 아니다. 올해 4월 방영한 SBS 드라마 더킹도 과도한 PPL로 질타를 받았다. 더킹은 치킨, 멀티밤, 커피, LED 마스크 등 한 회에만 7개의 PPL을 내보냈다. 극 중 형사로 나오는 김고은이 갑자기 멀티밤을 꺼내 입술과 볼에 바르거나, 주인공 이민호가 특정 상표 커피를 마시면서 30초 동안 맛을 묘사하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이러한 노골적인 PPL에 “드라마가 아니라 광고인 줄 알았다”, “홈쇼핑 방송과 다를 바 없다” 등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놓고 PPL로 정면 돌파

원래 PPL은 콘텐츠 속에 제품 광고를 티 나지 않게 담아내는 것이 포인트다. 하지만 줄거리에 딱 맞는 제품만 받을 수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것이 어렵다. 결국 어색한 PPL로 시청자에게 비난받기 일쑤다. 그러자 최근에는 오히려 PPL을 정면돌파하는 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어설프게 할 바에야 대놓고 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출연진이 일부러 제품을 칭찬하는 멘트를 남발해 코믹한 상황을 연출하거나, ‘광고주님 보고 계신가요’ 등의 자막을 더하는 식이다. 광고라는 사실을 대놓고 드러내 시청자의 거부감을 줄인다.

‘놀면 뭐 하니’에서 PPL 상품인 새우깡을 먹는 이효리./MBC 방송화면 캡처

방송인 유재석과 가수 이효리, 비가 ‘싹쓰리’로 함께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줘 화제에 오른 MBC 예능 ‘놀면 뭐 하니’도 PPL을 개그 소재로 썼다. 이들은 싹쓰리 뮤직비디오 제작비를 위해 협찬을 끌어오겠다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이효리는 “뮤직비디오에 헤드폰이 자주 나오니 하나 정도 받고, 의상도 명품으로 입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한다. 그리고 실제로 비가 모델인 농심 새우깡과 양파깡 과자를 먹는 장면을 대놓고 보여준다. 제작진은 자막을 통해 협찬사 도움으로 촬영장 세트를 완성했다고 설명한다. 

‘유퀴즈 온 더 블럭’에서 PPL 상품인 샌드위치를 먹는 조세호./tvN 방송화면 캡처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은 조세호가 PPL 제품인 샌드위치를 먹는 모습을 내보내면서 ‘세호야 입 벌려, 제작비 들어간다’라는 자막을 달았다. 같은 방송사 ‘놀라운 토요일’도 출연진들이 스튜디오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협찬 제품인 고기 불판을 등장시켰다. 박나래와 문세윤 등이 어색하게 제품을 칭찬하는 모습과 함께 ‘대놓고 제품 후기 공유하는 중’, ‘아무도 안 시켰습니다” 등 자막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PPL을 주제로 내세우기도

드라마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있다. tvN 드라마 ‘멜로가 체질’은 극 중 주인공들의 직업이 드라마 PD와 작가다. 주인공이 자신의 드라마에 치킨과 안마의자 등 제품 PPL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넣을지 고민하는 장면이 계속해서 나온다. 이때 나오는 제품들이 실제 멜로가 체질 드라마 협찬 브랜드들이다. 멜로가 체질은 줄거리를 해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PPL을 녹여낸 사례로 호평을 받았다. 연출을 맡은 이병헌 PD는 한 인터뷰에서 “드라마 제작 환경 자체가 PPL이 없으면 안 되기 때문에 우리 스타일대로 풀어보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멜로가 체질’에서 마케팅 PD역을 맡은 한지은과 공명./tvN 방송화면 캡처

아예 PPL을 주제로 삼은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지난 7월 27일 첫 방송한 SBS ‘텔레비전에 그게 나왔으면’(텔레그나). 텔레그나는 ‘PPL로 세상을 이롭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만든 예능이다. 제작진은 매 회 출연진에게 PPL 상품을 한 가지씩 나눠준다. 멤버들은 각자 맡은 상품을 활용해 미션을 수행한다. 서로 미션에 성공하지 못하도록 방해도 한다. 방송 처음부터 끝까지 제품이 전면에 등장한다. 첫 방송에서는 두피 마사지기, 자동 다리미, 휴지 케이스 등이 나왔다. 

대신 텔레그나는 착한 소비를 컨셉으로 잡았다. 정부 산하 중소기업유통센터와 협업해 국산 중소기업 제품과 지역 특산품을 소개한다. 우수한 제품을 가지고 있지만 홍보 기회가 없었던 중소기업을 돕는다는 공익성을 내세웠다. 시청자들 반응은 긍정적이다. 4월 방영한 파일럿 방송에서 소개한 논산 딸기와 청소기는 일시품절됐다. 가수 송가인이 맡았던 비염치료기는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선 넘지 않도록 주의 필요

당장은 시청자 반응이 좋을지라도 길게 봤을 때는 선을 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방송법 시행령은 간접광고를 전체 방송시간 100분의 5 이내, 방송화면 4분의 1 안에만 담도록 규정한다. 또 간접광고하는 상품을 구매하라고 직접 권유해서도 안 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과도한 PPL로 판단할 경우 제재를 가할 수 있다.

‘라끼남’ 에서 강호동이 라면 끓여먹는 모습./tvN 방송화면 캡처

실제로 tvN 예능 프로그램 ‘라끼남(라면 끼리는 남자)’은 대놓고 다양한 브랜드의 라면을 끓여 먹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안성탕면, 너구리 등 라끼남과 PPL 계약을 맺은 농심 제품이 대거 등장했다. 결국 “특정 업체에 정도가 넘은 광고 효과를 줬다”는 이유로 방통위에 경고를 받았다. 방통위는 “사실상 라면 광고를 방송했다”고 판단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요즘 시청자는 똑똑하기 때문에 아무리 자연스럽게 넣으려고 노력해도 PPL을 빠르게 눈치챈다”고 말했다. 콘텐츠 흐름과 관계없는 상품을 강조할 경우 오히려 상품에 대한 거부감만 커진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어설프게 광고를 넣을 바에는 차라리 PPL을 주제로 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각별히 주의하지 않는다면 광고와 콘텐츠가 뒤섞여 정체성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무리 코믹한 상황을 연출하더라도 과도한 PPL은 시청자가 거북하게 느낀다는 점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글 CCBB 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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