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정년 늘리면 청년 2명 일자리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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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정년 80세로 늘린 기업 등장
생산가능인구 줄어 정년 연장 필요성 있지만,
기업 인건비 부담·청년 고용 축소로 이어지는 부작용도

“73세까지 일하고 싶다.” 통계청이 7월28일 2020년 5월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55~79세 고령층 인구 1427만1000명 중 취업자는 55.3%에 달했다. 이미 절반 이상이 일하고 있지만, 취업 희망자는 계속 늘고 있다. 또 10명 중 6∼7명은 평균 73살까지 일하고 싶다고 했다. 75~79세 근로 희망 연령은 82세에 달했다. 올해 기준 한국의 기대수명(82.8세)을 고려하면 ‘죽을 때까지’ 일하고 싶다는 얘기다.

2020년 5월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통계청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난 반면, 출생아가 줄어들면서 저출산‧고령화는 전 세계적인 사회 문제로 자리매김했다. 통계청은 유엔이 발표한 전 세계 201개국의 세계인구 전망을 비교·분석해 노인인구 비율이 2019년 9.1%에서 2067년 18.6%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에 맞게 일본에서는 정년을 최대 80세로 늘린 회사가 나왔다. 

◇일본, 내년 4월 정년 70세로 연장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요코하마에 본사를 둔 가전판매업체 ‘노지마’가 본사 직원과 매장 판매원 약 3000명을 대상으로 정년을 80세까지 늘렸다고 26일 보도했다. 기존 정년은 65세였다. 다만, 65세부터는 건강 상태와 근무 태도 등을 고려해 1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하는 비정규직으로 고용할 방침이다. 근무 형태와 보수 체계는 아직 불확실하다.

노지마 이전에도 정년을 80세로 늘린 일본 기업이 있었다. NHK는 2017년 12월 삿포로에 있는 한 운송회사가 80세 정년 제도를 도입했다고 보도했다. 65세에 일단 퇴직하지만, 본인이 원하면 전원 재고용하는 방침을 세웠다. 단, 운전이 아닌 영업·총무 등의 업무를 맡게 했다. 이외에도 시즈오카현에 있는 파이프 가공업체는 사원 270명 중 30% 가까운 76명이 65세 이상이었다. 해당 업체는 이미 호경기에 일손이 부족했던 1980년대부터 시니어 사원을 적극 채용했다. 2017년 당시 최고령 사원은 89세였고, 72세 남성을 새로 채용하기도 했다.

이번에 80세 정년을 도입한 노지마(왼) 일본 내 한 회사의 시니어 사원 모집 공고./MBC·NHK 캡처

일본 기업들이 정년을 늘리고, 고령자 채용에 적극적인 이유는 노인 인구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2019년 9월 기준 일본의 고령화율은 28.4%로 세계 1위다. 고령화율은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일본 전체 인구 10명 중 2~3명이 65세 이상 노인이라는 의미다. 일본의 노인 인구 비율은 2025년에 30%, 2040년에는 35.5%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어린이는 줄고, 고령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노지마는 고령의 종업원이 회사 성장에 도움이 되는 귀중한 자산이라고 판단해 정년 연장에 나선 것이다.

일본 정부도 정년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월 국무회의에서 정년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연장하는 고령자 고용안정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내년 4월 시행 예정인 고용안정법에 따라 일본 기업은 정년을 연장하거나 다른 회사로의 재취업·창업 지원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10명 정년 늘리면, 청년 2명 일자리 줄어

한국에서도 현행 60세인 정년을 연장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현재 속도라면 2025년에는 고령화율이 20%가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2045년에는 고령화율이 일본을 추월해 세계 1위가 된다는 전망도 있다. 반면 생산가능인구(15~65세)는 계속 줄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해 9월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에 60세 정년 이후 일정 연령까지 고용 연장 의무를 부과하되 재고용·정년연장·정년 폐지 등 구체적 방식은 기업에 맡기는 제도다. 말은 ‘고용연장’이지만, 사실상 ‘정년연장’이라는 말이 나온다.

문제는 정년 연장이 기업의 인건비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 정년은 만 60세 이상이다. 각 기업이 60세 이상으로 정하는 것은 자유지만, 60세 미만으로 정할 경우에도 법률적으로 60세가 정년이라는 의미다. 정부는 2013년 고령자고용법을 개정해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60세 정년을 의무화했다.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고령 노동자의 업무량과 임금을 줄이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근로자들의 반발로 2018년 6월 기준 정년제를 운용하는 상용 1인 이상 사업체 가운데 도입률은 겨우 21.5%에 그쳤다. 정년 연장으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났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드라마에서 61세의 나이에 희망퇴직을 당한 뒤 재취업하기 위해 면접을 본 김응수./MBC 캡처

정년을 늘리면 청년 고용이 줄어드는 문제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5월 ‘정년 연장이 고령층과 청년층 고용에 미치는 효과’를 발표했다. KDI는 고용보험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정년 60세 의무화로 인한 일자리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10~999인 규모의 비교적 소규모 사업체에서 10명의 정년을 연장하면 15~29세 고용이 약 2명 감소했다. 한요셉 KDI 연구위원은 “정년을 연장하더라도 점진적으로 시행해 노동시장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럽·아시아 국가들 정년 연장, 미·영국은 정년제도 없어

해외에서는 정년 제도를 어떻게 운용 중일까.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 문제를 겪기 시작한 유럽 대부분의 국가는 법정 정년을 늦추고 있다. 독일은 현재 65세인 정년을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67세로 늘릴 예정이다. 스페인도 2027년까지 정년을 67세로 높이고 있다. 프랑스는 정년을 현행 62세에서 64세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다가 극심한 노동계 반발에 조건부로 정년 연장 계획을 접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외에 싱가포르와 홍콩이 정년을 연장했다. 싱가포르는 2019년 정년을 기존 62세에서 65세로 점진적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또 정년 재고용도 연장했다. 정년 재고용은 정년을 맞아 은퇴하는 직원에게 재고용 기회를 부여하는 제도다. 그동안 재고용을 받으면 62세부터 67세까지 최대 5년간 일할 수 있었지만, 정년을 3년 연장하면서 이를 70세까지 올렸다. 원한다면 70세까지 일할 수 있는 셈이다. 홍콩은 2017년 공직자의 정년을 65세로 올렸다.

70대 인턴이 30대 CEO와 함께 일하는 영화도 있었다./영화 ‘인턴’ 포스터 캡처

반면 미국과 영국 등 일부 국가는 정년 제도 자체가 없다. 미국은 1967년 65세, 1978년 70세로 정년을 올렸다가 1986년 아예 없앴다. 정년 제도를 나이를 이유로 한 차별 제도라고 봤기 때문이다. 정년을 65세로 유지해왔던 영국도 2011년 제도를 폐지했다.

글 CCBB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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