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장에 들어오지 않아 징계 받은 검사가 낸 취소 소송, 그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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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법원, 7월27일부터 2주간 휴정기 돌입
대부분 민사·가사·행정재판 열리지 않아
판사들, 재판 없어도 사건 기록 검토 등으로 바빠

2017년 6월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살인미수 혐의 재판을 맡았던 재판부는 다음 재판 기일을 7월 25일로 잡았다. 사건 담당이었던 검사는 재판부에 그 시기가 휴정기라는 사실을 알렸다. 재판을 연기해달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중범죄에 대한 재판이라 휴정기에도 재판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불만을 품은 검사는 휴정을 요청했고, 오전 내내 재판장에 돌아오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오전 재판은 진행되지 못했고, 해당 검사는 오후에야 법정으로 돌아왔다.

이후 법무부는 검사에 대해 감봉 2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품위손상 및 성실 의무를 위반했다고 본 것이다. 검사는 징계에 불복해 취소 소송을 냈다. 법원은 검사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검사에게 감봉 처분을 하는 경우는 폭행, 금품수수, 성폭력을 저지른 경우로 상당히 중한 비행 행위”라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2심도 같은 판단을 내렸고, 대법원에서도 법무부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 인스타그램 캡처

검사는 왜 재판부가 정한 재판 기일에 반발했을까. 법원 휴정기 때문이다. 법원 휴정기는 전국 법원이 약 2주 동안 재판을 쉬는 기간이다. 학교로 치면 일종의 ‘방학’인 셈이다. 평소 재판하랴, 사건 기록 검토하랴 바쁜 법조인들이 재판에서 해방될 수 있는 유일한 기간이라는 의미다. 휴정기가 무엇인지, 판사를 비롯한 법조인들은 어떻게 휴정기를 보내는지 알아봤다.

◇2006년 휴식·휴가 보장 위해 휴정기 도입

대법원은 2006년 하·동계 휴정기를 도입했다. 혹서기와 혹한기에 재판을 열지 않아 판사를 포함한 법조인, 사건 관계자들의 휴식과 휴가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휴정기를 도입하기 전에는 재판부마다 휴정 시기가 달랐다. 그 때문에 사건 당사자는 물론이고 검사·변호사 등 소송 관계자들도 휴가를 제대로 가지 못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드라마에서 판사 박차오름으로 나왔던 고아라./JTBC 캡처

휴정기 도입 전 대법원은 전국 법관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당시 대법원은 “일정 시기를 정해 그 기간 내에 재판부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휴가를 보낼 경우 각종 불편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휴정기를 도입하고자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당시 법원 내에서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공감하는 의견이 우세했다. 하지만 휴정기를 재판부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부분 휴정기에 행정 업무 처리나 사건 기록 검토

법원 휴정기는 일종의 방학이지만, 마냥 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휴정기에도 그대로 열리는 재판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민사·가사·행정재판과 피고인이 구속되지 않은 형사재판 등은 일정이 밀린다. 하지만 주요 형사사건이나 피고인이 구속된 사건은 휴정기에도 심리를 진행한다. 긴급한 사안을 다루는 재판도 그대로 열린다. 법원이 빠르게 판단을 내려야 하는 가압류·가처분 사건 심리나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영장실질심사·체포적부심·구속적부심 등은 휴정기에도 차질 없이 진행한다.

드라마에서 시보 생활을 시작한 후 한 검토해야 할 사건 기록을 한 뭉치 받은 이유영./SBS 캡처

재판이 없는 판사들도 마냥 쉬지는 못한다. 휴가를 갔다 오는 판사도 있지만, 대부분은 밀린 행정업무를 처리하거나 사건 기록을 검토하는 데 시간을 보낸다. 휴정기 이후 선고 예정인 사건의 판결문을 작성하기도 한다. 법원에서는 오히려 휴정기가 더 바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법원에 출석하는 게 주요 업무 중 하나인 검사와 변호사도 법원 휴정기를 이용해 휴가를 보낸다. 하지만 검사와 변호사도 휴정기라고 해서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판사와 마찬가지로 사건 기록을 검토하고, 재판을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한 대형 로펌의 변호사는 “한 주는 푹 쉬면서 그동안 쌓인 피로를 풀고, 나머지 일주일은 사건 기록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밀의 숲’에서 검사역을 맡았던 조승우. 그의 방에는 검토해야 할 사건 기록이 가득했다./tvN 캡처

◇올해는 코로나 탓에 4주간 특별 휴정기 있었다

한편 올해 하계 휴정기는 7월 27일부터 8월 7일까지다. 앞서 2월에도 이례적인 휴정기가 있었다. 코로나19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법원행정처가 휴정을 권고했고, 각급 법원은 4주간 특별 휴정기를 가졌다. 동·하계 정기 휴정기가 아닌 때에 휴정을 권고한 것은 법원 휴정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었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터졌을 때는 코로나 사태만큼 확진자가 많지 않아 별도의 휴정 권고가 없었다.

글 CCBB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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