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원 모나미 볼펜, 이면지, 두유 4팩으로 합격한 대학은?

545

‘두유공신’ 이원엽, 게임 폐인에서 치대 진학까지
가난한 탓에 하루에 두유 4팩 먹으면서 공부
하루 15시간씩 공부했지만 불합격
공부법 바꾸고 단국대학교 치대 진학

인터넷 강의, 학원, 과외. 요즘 좋은 대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 필수인 사교육이다. 그러나 오직 교과서와 인터넷에서 누구나 받을 수 있는 무료 기출문제로만 공부해 치대에 합격한 사람이 있다. ‘두유공신’이라 불리는 이원엽(26)씨다. 가난한 탓에 하루 두유 4팩만 먹으면서 공부했다고 붙여진 별명이다. 그는 강성태의 공신 카페에서는 물론 ‘수만휘’ ,’오르비’, ‘포만한’ 등에서 이미 유명한 멘토다.

그러나 이원엽 씨가 처음부터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던 건 아니다. 재수하고도 반수 만에 원하는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오랜 시간 끝에 자신만의 공부법을 찾은 것이 그 비결이라고 한다. 현재 단국대학교 치과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이원엽씨를 만났다. 

이원엽 씨 / jobsN

◇게임에 빠져 지내던 내게 생긴 목표

이원엽 씨는 학창 시절 내내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다. 단순히 노는 것이 좋았다. 집에서 게임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중학생 때 한 시간에 500원 하는 PC방을 알고 난 후부터는 PC방에서 살았다. PC방에 한 달 용돈 5000원의 대부분을 쓰기도 했다. PC방 요금을 대신 내준다고 하는 친구들을 따라 다녔다.

-언제 공부에 눈을 떴나.

“우리 집은 가난했다. 급식비를 못 내는 일도 많았고 수학여행을 가본 적도 없다. 이렇게 가난하면 할 수 있는 게 많지가 않다. PC방도 돈이 들어 나중에는 갈 수가 없었다. 할 수 있는 건 무료 도서관에서 책 읽기였다. 엄마께서 어렸을 때 책 읽는 습관을 들여주신 덕분에 책은 좋아했다. 어느 순간 책을 읽으면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결정적인 책이 인간 노화에 관한 과학책이었다. ‘나도 공부를 많이 해 성공하면 책 속의 주인공이 될 수 있겠지?’라는 생각에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너무 늦지 않았나?

“늦었기 때문에 한 과목 과학탐구에만 집중했다. 공부법 같은 건 없었고 기출문제집을 막무가내로 풀었다. 집중한 과학탐구만 1등급이었고 다른 건 4등급이었다. 막연히 ‘공부를 하려면 서울대’라는 생각 때문에 재수를 택했다. 지원을 해줄 수 없는 부모님은 ‘재수는 무슨 재수냐’며 반대를 하셨다. 직접 독서실 총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다시 수능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의신 강성태 채널에 출연한 이원엽씨 / 공부의신 강성태 유튜브 캡처

◇하루 두유 4팩 먹으면서 15시간 공부했지만 실패

-그때 하루에 두유 4팩만 먹었다고 한다.

“4개월 동안 독서실 총무 아르바이트로 번 돈이 약 100만원이었다. 원서비까지 생각하면 돈을 무조건 아껴야 했다. 제일 싼 모나미 펜을 쓰고 연습장은 도서관에서 나오는 이면지로 해결했다. 이런 나에게 제대로 된 밥은 사치였다. 그래서 택한 것이 두유였다. 그때 할인을 많이 해 가장 싼 것이 두유였다. 또 식사 시간을 줄여 공부할 시간을 늘릴 수 있으니 일석이조였다.”

-하루 15시간 공부했지만 수능을 망쳤다. 이유가 뭔가.

“그때만 해도 노력하면 다 될 줄 알았다. 노력하면 무조건 된다고 맹신했다. 기출문제집만 계속 풀었고 틀리면 해설을 보고 베끼는 식이었다. 오랜 시간 앉아서 손만 많이 움직이면 공부를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당시 ‘이렇게 고생하면 못해도 서울대는 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보기 좋게 실패했다. 국어 2등급, 수학 3등급, 영어 4등급, 과학탐구 4등급. 재수하기 전이랑 차이가 없었다.”
 
-그 이후에는 무엇을 했나.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성적표로 한 대학에 상향 지원했다. 운 좋게 합격해 입학까지 했다. 그러나 원하는 곳이 아니어서 적응하지 못했다. 생활비 대출받은 150만원으로 다시 PC방을 전전하면서 방황했다. 그때 다니던 PC방 가격이 500원에서 1300원으로 올랐다. 갈 곳이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자신이 속한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생활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자존감이 낮아 환경을 탓하고 욕했던 나와는 달랐다. 열심히 사는 주변 사람들을 보고 다시 시작해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하루 6시간, 6개월 만에 치대 합격

-재수 후 다시 반수를 택했다. 그때는 어떻게 공부했나.

“문제집을 다시 사기 부담스러워 직접 만들었다. EBS, 한국교육평가원, 사관학교 사이트에 들어가 무료 기출문제 PDF 파일을 받아서 제본했다. 문제는 해설집이 없다는 것이었다. 해설이 없으면 문제를 틀려도 왜 틀렸는지 모른다. 미련하지만 직접 해설지를 쓰면서 왜 틀렸는지 스스로 알아내기로 했다. 오로지 교과서에 의지했다. 기출문제를 풀고 틀린 문제가 있으면 교과서에서 관련 개념부터 다시 정리했다.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왜 이렇게 풀어야 하는지 계속 질문하고 책을 찾아 스스로 답하니 실마리가 보였다. 이게 내가 찾은 ‘생각 공부법’이다.”

-포기하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

“공부를 하면서 4시간에 한 번씩 ‘포기하고 싶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이 아니면 다시는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공부했다.”

-결과는?

“국어와 수학 100점, 영어 96점, 탐구 96점이었다. 원하던 대학에 합격하기에는 안정적인 점수는 아니었다. 지원한 치대와 의대에서 합격 예비 번호를 받았다. 그리고 2월 치대에 추가 합격할 수 있었다.”

jobsN

◇’두유공신’ 멘토로 활동

수험생 커뮤니티에도 꾸준히 자신의 이야기를 올렸다. 이 글 덕분에 교육 유튜버이자 ‘공부의신’ 소셜벤처 창업주 강성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도 출연했다. 최근 ‘합격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공부합니다’ 책도 냈다.

-책은 왜 냈나?

“‘공부의 신 강성태’ 채널에 출연하고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나도 마침 나 같은 이야기를 가진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에 제안을 받아들였다. 지금 당장 공부할 거리가 부족하고 형편상 ‘지금 공부를 해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드는 사람에게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고 싶었다.”

-멘토로도 활발히 활동한다는데…

“공신 카페 온라인 1기 멘토로 2015년 12월부터 활동했다. 이 밖에도 수만휘, 오르비 등에서 많은 질문을 받다 보니 자청해서 멘토링을 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상담을 해주고 직접 찾아갈 때도 있다. 지금은 기쁜 마음으로 하는데, 언제가 멘토링이 버거워졌을 때도 있었다. 공부의 신 촬영을 마치고 성태형한테 ‘학교 공부도 해야 하고 과외도 해야 하는데 멘토링까지 하는 게 힘들다. 다 가난 때문인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하나’ 물었다.

그때 대답을 잊을 수 없다. ‘원엽아, 네가 두유를 먹으면서 공부를 했듯이 대한민국 어딘가 지금 너처럼 두유 먹어가며 공부하는 사람이 있을 거야. 그 사람에게는 너만이 도움을 줄 수 있어. 나도 가난을 경험해보지 않아서 몰라. 너만의 경험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거야’ 이 대답을 듣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세 가지 원칙만 지키라고 말해주고 싶다. 첫 번째는 ‘교과서를 보고 질문을 떠올리는 것’이다. 문제를 모르면 교과서로 돌아가 개념을 확인하고 질문을 해야한다. 질문할 때 내가 뭘 모르고, 어떤 걸 공부해야 할지 감이 잡힌다. 두 번째는 ‘약점을 파악해 보완하는 것’이다. 공부는 아는 걸 반복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걸 채우는 거다. 처음엔 틀린 문제에 대해 공부하는 게 어렵다. 모르니까 집중하기가 어렵고 두렵다. 이걸 극복해야 성적이 는다. 마지막은 ‘짧은 시간에 최대한 에너지를 투입하는 것’이다. 긴 시간 앉아있다고 온전히 공부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나도 15시간 했을 때보다 6시간 했을 때 결과가 더 좋았다.”

-앞으로의 목표는?

“지금 당장은 인터뷰, 책, 멘토링을 통해서 과거의 저와 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중에는 겸손한 곳에서 끊임없이 배우고 싶다. 자만하지 않고 항상 부족한 걸 느낄 수 있는 곳에 있고 싶다.”

글 CCBB 이승아

img-jobsn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