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해 보인다고요? 저희는 130만원 벌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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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 백화점 건물 앞에 수십 명이 서 있다. 매장 오픈 2~3시간 전에 줄을 서도 대기 번호는 50번대.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의 가격 인상 소식이 들리자 ‘오픈런(open run)’을 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다. 오픈런은 매장 개장 시간 전부터 줄을 섰다가 문을 여는 순간 매장으로 내달리는 것을 뜻한다. 

샤넬은 5월14일부터 주요 제품 가격을 7~17%가량 올렸다. 작년 10월 제품 가격 인상 이후 7개월 만이다. 인기 상품인 ‘샤넬 클래식 미디움 백’ 가격은 715만원에서 846만원으로 올랐다. 하루 만에 131만원이 오른 셈이다. 샤넬 제품을 구매하려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샤넬은 오늘 사는 게 가장 저렴하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왼)5월 12일 롯데 백화점 본점 샤넬매장 앞에 고객들이 줄 서있는 모습, (오)샤넬 클래식 미디움 백./조선DB, 샤넬 홈페이지 캡처

◇가격 인상은 명품 브랜드 연례행사 

명품 브랜드는 매년 1~3회 정도 가격을 인상해 왔다. 결혼식이 많은 봄과 연말에는 가격을 인상하는 게 관행처럼 굳어졌다. 올해도 루이비통·프라다·티파니·불가리·롤렉스 등 다수 명품 브랜드들이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루이비통은 올해 3월 가격을 올렸지만 2달 만인 5월에 주요 제품 가격을 6~10% 인상했다. 명품 브랜드의 지속적인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인기 제품은 예약 대기를 걸고 몇 달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구하기 어렵다. 

명품 매장의 응대 방식도 한몫한다. 명품 매장은 직원 한 명이 한 팀만 응대하는 경우가 많다. 인기 브랜드는 매장 밖에서 30분에서 2시간 정도 기다려야 입장할 수 있다. 매장에 들어갔다고 해서 원하는 제품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매장 측에서도 입고 시기를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명품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매장의 대기 줄이 얼마나 긴지’, ‘어떤 제품의 재고가 남았는지’ 등의 글을 올려서 서로 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

(왼)샤넬 매장 점원이 태블릿PC를 이용해 고객 입장을 관리하고 있다, (오)오이스터 퍼페추얼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 스틸./조선DB, 롤렉스 홈페이지 캡처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롤렉스는 2018년 7월 이후부터 ‘웨이팅(waiting·구매 대기)’ 제도를 폐지했다. 웨이팅 제도는 금액을 미리 내면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예약할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예약제다. 그러다 보니 온라인에서 웃돈을 주고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 롤렉스 ‘오이스터 퍼페추얼 데이토나 스틸’ 매장 판매가는 1599만원이지만 리셀(resell) 가격은 2배가 넘는 2950만원~2970만원이다. 이 때문에 샤넬 가방을 되팔아 재테크한다는 뜻의 ‘샤테크’, 롤렉스 시계로 돈을 버는 ‘롤테크’란 말도 생겼다. 

◇비쌀수록 잘 팔리는 명품 

명품 브랜드들은 환율 변동·원자재 값 상승·본사의 글로벌 정책 등을 가격 인상 이유라고 밝힌다. 하지만 환율이 떨어졌다고 가격을 내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2015년 샤넬이 전 세계 가격을 평준화하기 위해 일부 가방 값을 20% 정도 내렸지만 8개월 만에 다시 올리기도 했다.  

대부분 과시 목적으로 명품을 소비하기 때문에 경기와 소비 침체 등에 영향을 받지도 않는다. 오히려 비쌀수록 잘 팔린다. 부를 과시하기 위해 고가 제품을 구매하는 ‘ 베블런 효과’ 때문이다. 결국 소비자의 허영심을 자극하기 위해 일부러 1년에 여러 차례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특히 한국에서 파는 명품 가격은 다른 나라에 비해 비싸다. 프랑스 금융그룹 엑산BNP파리바는 명품 브랜드 4846개를 조사한 결과 한국 명품 가격이 국제 평균보다 14% 높다고 밝혔다.

중국 상하이의 한 루이비통 매장./조선DB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억눌렸던 소비를 해소하려는 ‘보복 소비’ 현상이 명품에 나타난 것으로도 보인다. 실제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해외여행 수요가 크게 줄면서 명품 소비 지출이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에르메스·샤넬·구찌 등 명품 브랜드 매출이 전년 동기(5월 13일 ~ 5월 19일) 대비 51.5%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국내 IT 대기업들도 명품 모시기 나서 

꾸준한 수요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소비 확산으로 몇몇 명품 브랜드들은 온라인에 진출했다. 샤넬·루이비통과 함께 3대 명품 브랜드로 꼽히는 에르메스는 지난 6월 공식 온라인 스토어를 오픈했다. 200만~300만원이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오픈 당시 입고된 30여 종의 가방 중 4종 정도만 남고 다 팔렸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80만 원대 슬리퍼는 전 품목 품절이었다.

왼쪽부터 에르메스 홈페이지 캡처, 구찌코리아 네이버 브랜드 스토어 캡처, 카카오 선물하기 샤넬(뷰티) 전문관 캡처

온라인에서도 오픈런이 일어나다 보니 국내 IT 대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도 명품 모시기에 나섰다. 네이버는 구찌 코리아 브랜드 스토어를 열어 가방·주얼리·화장품 등을 판매 중이다. 카카오는 ‘선물하기’ 서비스에 샤넬(뷰티) 전문관을 열었다. 카카오 선물하기는 상대방 주소를 몰라도 선물을 보낼 수 있는 서비스다. 샤넬(뷰티)이 백화점 온라인몰을 제외하고 국내 온라인몰에 정식 입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 CCBB 잔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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