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개업 선물 사줄 돈 없어 직접 만들었다 1달에 1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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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 나면서 약 8년 전 간판 만들기 시작
지금까지 만든 간판만 5000개 이상
실내·외 인테리어로 사업 분야 확장해

약 8년 전, 선물을 살 돈이 없어 직접 만들어 선물한 간판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꿨다.  간판을 주로 만드는 디자인 회사 플레져 여동진(40) 대표 이야기다. 당시 광고 대행사를 운영하던 여 대표는 빚이 3억원이었다. 신용대출을 받아 직원 월급을 주고 월세를 낼 정도였다. 친구 한 명이 가로수길에 편집숍을 연다고 했지만, 개업 축하 선물을 살 돈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직접 간판을 만들어 선물했다. 궁여지책으로 만들었던 이 간판이 ‘대박’이 났다.

플레져 직원들과 여동진 대표(오른쪽)./플레져

“친구가 개업하고 나서 ‘간판 어디에 맡겼냐’는 질문을 제일 많이 들었대요. 그때만 해도 저는 광고 대행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간판은 무슨 간판이야’ 하고 넘겼죠. 저는 안 한다고 하는데, 주변에서 계속 물어보니까 친구도 많이 시달렸던 것 같아요. 그래서 결국 한 분에게 제 번호를 알려줬고, 그 일을 계기로 간판업계에 발을 들였습니다.”

◇광고 대행사에서 기른 안목으로 간판 디자인·컨설팅

-아무나 간판을 만들 생각을 하지는 못할 것 같은데. 손재주가 좋은 편인가.

“광고대행사에 입사해 디자인이나 광고·홍보·마케팅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직원이 30~40명인 대행사에 다녔는데, 저 빼고 다들 광고·홍보·마케팅·디자인 전공자였어요. 비전공자라 회사에서 계속 무시하는 분위기가 느껴져서 이 악물고 공부했어요. 매일 7시에 출근해 새벽 1시까지 광고나 행사 등 지금까지 주목받은 케이스 공부를 시작했죠. 그때 디자인에 대한 감각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았는데 회사에서는 자꾸 ‘그게 될까? 그걸 한 사례가 있어?’ 하면서 기획하는 건마다 퇴짜를 놨어요. 세상에 없던 광고를 만들어야 하는데 선례를 찾고 있으니 답답했죠. 그래서 직접 광고 대행사를 차렸는데, 쫄딱 망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익혔던 감각 덕분에 친구 간판을 만들어줄 수 있었고, 지금까지 간판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리모콘으로 조정해 오후에는 커피, 밤에는 맥주집으로 간판을 바꿀 수 있다./플레져

-이전 사업이 어려웠는데, 간판 사업은 바로 성과가 있었나.

“문의가 끊이지 않았어요. 사업을 시작하고 약 1년 만에 빚을 다 갚았습니다. 2년 동안 너무 바빴어요. 저 혼자 상담부터 간판 디자인·제작·시공까지 다 하다가 2년 후부터 직원을 뽑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직원이 15명 있어요. 월 매출은 약 10억원 정도입니다.”

-직접 간판 디자인도 하는 건가. 보통은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을 고르지 않나.

“물론 고객분들이 원하는 샘플 사진을 먼저 보여주십니다. 하지만 간판이 예쁘다고 해서 모든 가게랑 어울리는 건 아니에요. 연예인이 입어서 예쁜 옷이라고 해서 모두에게 잘 어울리지는 않는 것처럼요. 그래서 기본적으로 컨설팅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따로 비용을 청구하지는 않아요. 다만 저희가 많이 접해본 만큼, 고객분들에게 더 어울리는 간판을 추천해드리고 있습니다. 가게의 브랜드, 분위기 등 전체적인 느낌을 고려해 작업하고 있습니다.”

플레져가 디자인한 간판과 조형물./플레져

-철을 녹슬게 처리한 부식 간판부터 조화를 활용한 플라워 간판, 현무암을 부숴 만든 돌 간판 등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 

“간판은 가게 주인이 손님에게 건네는 인사라고 생각해요. 손님이 가게에 들어오면 ‘어서 오세요’라고 인사하지만, 바깥에 지나다니는 손님들은 간판을 보고 들어갈지 말지 결정하잖아요. ‘들어오세요’하고 손님을 유혹할 수 있는 독특하고 센스있는 간판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재에 제한을 두지 않고, 여러 소재를 활용하고 있어요.”

◇간판 대신 포토존 제안해 적자였던 카페를 ‘핫플’로 만들어

-간판으로 시작해서 실외 조형물 제작, 실내 인테리어 등 영역을 넓혔다고.

“간판 작업을 하면서 고객분들께 조언을 드렸어요. 출입구 쪽에 포토존을 만들면 좋겠다거나, 창문을 어떻게 꾸미면 어울릴 것 같다는 식으로요. 그렇게 간판에서 출입문, 창문 등 외관 인테리어, 실내 인테리어까지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전쟁기념관 신주 간판 교체나 BTS 광고 세트 디자인 등 디자인이 필요한 다양한 곳에 작업하고 있어요.”

작업하고 있는 여동진 대표./플레져

-사업 영역을 확장한 계기가 있었나.

“덕소의 한 카페에서 간판을 바꾸고 싶다는 의뢰가 왔었어요. 장사가 너무 안돼 매달 적자인 상황이라고 하시면서, 멀리서도 눈에 확 들어오는 간판을 만들고 싶다고 하셨죠. 그런데 직접 가서 보니까 간판 문제가 아니었어요. 서울 외곽에 있는 카페들은 대부분 강을 끼고 있는데, 산속에 있어서  지리적인 메리트가 없었어요. 카페를 딱 보고 ‘사람들이 여기까지 오게 할 유인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었죠. 그래서 사장님께 야외 공간이 좋으니까 애견 동반할 수 있는 카페로 바꾸자고, 간판 대신 그 돈으로 실내에 포토존을 만들자고 제안했어요.

6개월 후에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포토존 문구가 ‘넌 나를 행복하게 해’였는데 강아지와 함께 포토존에서 찍은 사진이 SNS에서 유명해진 거에요. 아마 가게 상호나 다른 문구로 포토존을 만들었다면 그렇게까지 인기를 끌지는 못 했을 거예요. 이후 저희를 믿고 간판뿐 아니라 야외 조형물 설치나 다른 시공도 맡겨주셨어요. 그렇게 실내·외 디자인으로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애견 카페에 조성했던 포토존과 150개국 세종학당으로 보낸 간판./플레져

-가장 기억나는 작업이 있다면.

“기억에 남는 의뢰는 청와대에서 온 의뢰였어요. 처음에는 친구들이 장난치는 줄 알고 ‘저희 좀 비싼데’ 하면서 받아쳤는데, 진짜 청와대의 의뢰였습니다. 신기한 경험이었죠. 한 4번 정도 청와대에 들어가서 작업을 했습니다. 또 한번은 세종학당이라고 한글을 가르치는 아카데미 간판을 만들었는데요. 한국에서 만들어서 세계 150개국에 보내서 뿌듯했습니다.”

◇화장실·콘센트 등 변화 없었던 디자인 바꾸고 싶어

-작업하는 과정을 찍어 브이로그처럼 영상을 올리고 있다고.

“한 직원이 즐겁게 일하는 모습을 한 번 찍어서 올려보자고 아이디어를 냈어요. 넷플릭스를 보면 미국에서 아빠랑 아들이 같이 오토바이 튜닝하고 하는 것들을 웹드라마처럼 만든 콘텐츠도 있거든요. 그럼 우리도 한 번 넷플릭스에 올라가는 것을 목표로 해보자 해서 이름을 ‘넷플레져’로 지었습니다. 시작한 지 2달 만에 구독자가 1만명이 될 정도로 많은 분이 봐주셔서 그저 감사할 뿐이에요.”

노유민 카페(위)와 여기어때 실내·외 사인물, 에듀윌 부분 인테리어(아래)를 맡기도 했다./플레져

-목표는.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들고 싶습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했어요. 이제 사람이 운전하지 않아도 되는 자율주행차도 나오고 있는데 여전히 그대로인 부분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화장실이나 스위치, 전기 콘센트는 지금까지 변화가 거의 없었어요. 아크릴 위주의 간판을 변화시켰던 것처럼 세상에서 변화가 없었던 것들을 바꿔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들고 싶습니다.”

글 CCBB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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