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폭리 취할 때 ‘반값’ 선택한 한국인, 미국 영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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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풀엑스 박인철 대표
반값 손소독제로 ‘코로나 영웅’ 등극
“무수저로 태어나 돈 벌 만큼 벌어봐
사회적 가치 실현할 때”

◇코로나19 사태에 등장한 또 한명의 영웅

‘어디냐, 여기 손소독제만 사서 혼내주겠다.’

지난 2월 마스크와 손소독제 대란이 벌어졌다. 정부가 공적 마스크를 개시하기 전이었다. 마스크 업체들은 마스크 가격을 3000원 이상 올렸다. 이 와중에 KF80 마스크를 개당 700원에 팔아 주목받은 기업이 있다. ‘박찬호 크림’으로 유명한 건강보조제품 판매 업체 파워풀엑스다.

(왼쪽) 조수빈 아나운서가 파워풀엑스의 ‘쏙’ 손소독제를 기부하고 있다. (오른쪽) 배우 김보성이 대구시를 직접 찾아 파워풀엑스 손소독제를 전해주고 있다./파워풀엑스 제공

파워풀엑스 박인철 대표는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시기 손소독제를 대구에 기부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손소독제 3개(500mL)에 1만6000원에 사서 1000원을 더 내면, 소비자 이름으로 대구에 손소독제 1개를 추가 기부하는 식이다. “보내준 성원 덕분에 대한의사협회에 ‘쏙’ 손소독제(500ml) 5000개,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쏙(100ml)’ 3000개를 전달했습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돈으로 혼내주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파워풀엑스의 대표 상품 ‘박찬호 크림’도 같은 기간 30% 판매가 늘었다.

◇전 세계 놀라게 한 K방역의 숨은 영웅

지난 5월 박 대표는 미국에서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는 182만2000여명의 한국인 교포와 친인척을 위해 해외배송 사업을 벌였다. 마스크(200장)와 손소독제(스프레이·파우치·젤) 등으로 채워진 3kg의 ‘코로나19 예방 키트’ 상품을 17만9900원에 판매했다. 미 전역 어디든 배송비 6만원을 받았다.

파워풀엑스는 거래처에서 1개당 550원에 마스크를 사들인다. 200개의 원가는 11만원 정도다. 각종 소독제 등 제품을 합치면 원가만 13만원 넘는다. 나머지 4만원 정도는 배송비에 든다. 박 대표는 “인천국제공항에서 로스앤젤레스(LA)행 화물기에 마스크를 싣는다”고 설명했다. “LA로 보내는 화물은 배송비 원가가 6만원 정도고 나머지 지역은 배송비가 6만원을 훨씬 초과합니다.” 쉽게 말해 손해를 보면서도 대량의 마스크와 손소독제 제품을 미국에 배송했다는 의미다.

(왼쪽) 파워풀엑스 박인철 대표가 코로나119 예방 키트 상품을 들고 있다. (오른쪽) 서울 중소기업들이 만든 방역제품 ‘서울 메이드’에 포함돼 파워풀엑스의 손소독제가 미국에 보내지고 있다.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는 미국 현지에서는 놀라운 반응을 보였다. 예방 키트를 구매한 한 네티즌은 “한국은 세계적으로 방역이 잘 이뤄지고 있어 ‘K방역’이라 불릴 정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인철 대표 같은 숨은 영웅들의 노고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는 후기를 남겼다.

◇명함에 꿈 적어놓은 박인철 ‘꿈대장’

“반값에 내놔도 충분히 남습니다. 모두 어려운 때인데 고통을 나눠야죠.” 박인철 대표는 손소독제·마스크의 파격적인 가격 정책의 공을 직원들에게 돌렸다. “팀장들 아이디어로 위기를 극복해낼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저희 회사엔 모두 팀장밖에 없습니다. 24살 신입사원부터 65살 최고령 사원분까지 전직원 모두 팀장입니다.”

터무니없도록 저렴한 가격에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내놓은 배경에는 박 대표의 사업 철학이 있었다. 직원들이 모두 팀장이라는 박인철 대표는 스스로를 ‘대장’이라 칭한다. ‘대장’의 명함엔 ‘대한민국에서 사업하는 사람 많이 만들기’라는 꿈이 적혀있다. “대한민국은 인적자본이 전 세계 2위 수준인 나라입니다. 그런데 취업이 어려워 시간을 낭비하는 청춘들이 너무 많죠. 젊은이들이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기성세대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생각합니다. 제 꿈은 도전하는 청년들을 크게 지원해 줄 수 있는 사업가가 되는 것이죠.”

강남 논현동에 위치한 파워풀엑스 사옥./와이낫

◇안 해본 일 없었던 ‘무(無)수저’ 사업가

“미래 사업가를 위해 사업한다”는 박 대표는 젊어서 안해본 일이 없었다. 어린 시절 찢어지게 가난했다.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가장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돈을 벌기 위해 지방으로 떠났다고 한다. 여동생과 단둘이 서울 망우동 단칸방에 살았다. 10대엔 신문과 우유를 배달했다. 식당에서 눈칫밥을 먹어가며 청소와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했다. 스무살엔 길에서 선인장을 팔았다. 뭐든 닥치는 대로 일해 돈을 벌었다. 사업가 기질이 있어 물건을 팔면 돈을 곧잘 벌었다.

“스물넷, 선인장 장사로 강서구 등촌동 신혼집을 마련했어요. 1999년 넷포츠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전국 레저 상품을 인터넷에서 팔았습니다. 콘도·팬션·스키장티켓·레프팅 등 야외 활동 이용권을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판매하는 사업이었습니다. 600만원의 자금으로 회사를 창업했는데 1년 후 통장에 80억원이 찍혀있었습니다. 일매출이 1억원 정도였죠.”

파란만장한 창업기를 거친 박인철 파워풀엑스 대표이사./파워풀엑스 공식홈페이지

성공가도를 달리던 레포츠 이커머스 사업은 G마켓·인터파크 등의 대형 쇼핑몰이 시장에 진입한 이후 기세가 꺾였다. 2004년 사업 아이템을 바꿔 판도라TV를 공동창업했다. 유튜브보다 앞서 탄생한 온라인 동영상 공유 서비스였다. “당시 실리콘밸리의 알토스벤처스에서 600억원의 투자금을 받았습니다. 구글은 1600억원에 판도라TV를 매입하겠다 제안했죠. 그때 제안을 거절한 게 살짝 후회스러운 부분입니다.”

◇사업 망해 제약회사 입사 후 ‘박찬호 크림’으로 역전

사업가들은 큰돈을 벌어도 하루아침에 쫄딱 망할 때가 있다. 사업체를 유지하지 못해 파산하거나 다른 사업을 벌이며 투자금을 쓰다 큰돈을 잃는 경우다. 박 대표는 판도라TV 창업 이후 두 상황을 모두 겪었다. 결국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2015년 대웅제약에 마케팅 본부장으로 입사했다.

“대웅제약에서 일하는 중 회사에 박찬호 선수가 찾아왔습니다. ‘박찬호 크림(근육 통증 완화 크림)’이라는 걸 만들어보자는 제안이었죠. 회사 대표를 비롯해 임원진은 모두 고개를 저었어요. 물파스보다 5~6배나 비싼데 누가 쓰겠냐는 거였죠. 저는 ‘크림이 시장에 아직 없으니 아무도 안 쓰지만 제품을 내놓으면 달라질 것’이라고 판단했어요. 박찬호 크림은 기존 물파스보다 통증을 완화해 주는 효과가 확실했습니다. 시장에서 통할거라 직감했어요.”

박찬호 크림은 기존 물파스 제품보다 싸한 냄새가 덜했다. 끈적임도 없었다. 박찬호 크림을 바른 부위는 따뜻하게 열이 나면서 근육 내 염증이 줄었다. 박인철 대표는 대웅제약을 퇴사 후 크림 개발에 몰두했다. 2015년 자본금 1000만원으로 파워풀엑스를 창업했다. 근육 통증 이완제 ‘박찬호 크림’을 출시했다. 야구·골프·마라톤 선수들이 먼저 찾았다. 국내에서만 1년에 약 100만개 이상 팔려나갔다. 현재 중국·베트남·러시아 등지에 수출도 한다. 2019년 파워풀엑스는 매출 155억원을 기록했다.

파워풀엑스의 대표상품인 ‘박찬호 크림'(왼쪽), 지난 5월 파워풀엑스가 출시한 열화상감지 카메라 ‘코비체크’. 저렴한 가격에 판매돼 중소기업 관계자들의 호평을 받았다./와이낫

◇젊은이들에게 “두려워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

“고생하는 거 두려워하지 않고 넓고 얕게 많이 아는 사람이 사업을 잘합니다.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가 대표적인 사업가죠. 저는 대한민국에 사업가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창업을 가르쳐주는 학교를 만들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해야 할 일은 젊은이들이 자기 사업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 생각해요.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두려워하지 말라’는 겁니다. 대기업에 취업 못해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어요. 일할 의지만 있다면 굶어죽지 않습니다. 제 아이들은 각각 24살, 20살인데 둘 다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졸업했어요. 여행 다니고 그 나라에서 일하면서 세상을 몸으로 경험하고 있습니다. 두려워하지 마세요. 청춘의 시간을 단돈 몇 푼에 바꾸지 마세요. 대한민국 청춘들이 마음껏 꿈꾸며 살길 진심으로 바라고 응원합니다.”

글 CCBB 강자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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