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1억병…미국인들 갈증 해소한 한국 음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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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음료 조운호 대표
대추, 매실, 쌀 등 신토불이 원료 음료 만들어
망해가던 회사 살리고 대표된 고졸 은행원 출신
우리음료 세계화로 국내 최초 美트레이더조 입점

‘가을대추, 초록매실, 아침햇살, 하늘보리, 블랙보리…’

이 음료는 모두 우리나라에서 나는 원재료로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시 말해 ‘우리 음료’인 셈이다. 또 출시 첫해에 적으면 150억원, 많으면 10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린 ‘히트 상품’이다. 모두 ‘음료업계 미다스 손’이라고 불리는 ㈜하이트진로음료 조운호(58) 대표의 작품이기도 하다. 그의 최근 제품인 블랙보리는 출시 2년 만에 1억병 판매를 달성하고 국내 음료 최초로 미국 ‘트레이더조(Trader Joe’s)’에 입점했다. 조 대표는 “25년 동안 노력했기에 이룰 수 있던 꿈”이라고 말한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하이트진로음료 사옥에서 조운호 대표를 만나 그 꿈을 이룬 여정을 들었다.

조운호 대표 / jobsN

◇은행→웅진그룹→웅진식품, ‘히트 상품’의 시작

조운호 대표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곳은 음료와는 전혀 상관없는 제일은행(현 SC제일은행)이었다. 15살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고 가족을 책임져야 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했고 일하면서 야간대학으로 학위도 땄다. 10년 동안 은행원으로 일하던 그는 1990년 웅진식품으로 이직해 기획조정실 팀장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이곳에서 그의 꿈이 시작됐다고 한다.

“팀장으로 근무 중 계열사인 웅진식품 신사업추진으로 발령받았습니다. 대표님께 1만평 부지에 있는 2000평 공장을 돌릴 만한 아이템을 하나 만들어보라는 특명을 받았죠. 당시 웅진식품은 무리한 공장 설비투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한편으로는 ‘좌천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받아들였고 이게 제 운명을 바꿨습니다.

음료가 공장을 가동하기에 적합한 제품이라고 생각했고 음료 시장조사를 시작했어요. 그때만 해도 음료 문외한이었습니다. 그러나 공부를 하다 보니 해방 이후 50년 동안 한국 음료 시장은 2004년 기준 2조5000억원의 규모였고 롯데, 해태, 코카콜라 등 메이저 기업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오렌지, 커피, 콜라, 레몬 등 당시 우리 땅에서 한 톨도 나지 않는 원료로 만든 제품이 음료 시장 90% 이상 차지하고 있었죠. ‘우리 음료의 세계화’를 해보겠다는 결심이 섰어요. 그 시작은 외국 음료가 판치는 한국 음료 시장에 우리 음료를 자리 잡게 하는 것이었죠.”

그렇게 처음 개발한 제품은 대추 음료 ‘가을대추’였다. 1995년 출시해 첫해 170억원 매출을 올렸다. 이어 아침햇살, 초록매실, 하늘보리, 자연은 시리즈를 개발했다. 모두 출시 첫해 15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이중 아침햇살, 초록매실, 자연은 시리즈는 연 매출 1000억원 이상이었다.

웅진식품 시절 조운호 대표. 과거 배우 송혜교씨와 함께 광고에도 직접 출연했다. / 하이트진로음료 제공

◇1억병 판매, 미국 진출 이룬 우리 음료는 숭늉에서 시작 

조운호 대표는 38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웅진식품 대표로 올랐다. 누적적자만 450억원이 넘는 웅진식품을 연이은 히트 상품으로 연 매출 2600억원대 기업으로 성장시켜 공을 인정받은 것이다. 더 큰 무대로 향하기 위해 2007년 웅진식품을 나왔다. 세라젬그룹, ㈜얼쑤를 거쳐 2017년 2월부터 하이트진로음료 대표를 맡았다. 이곳에서 처음 결심했던 우리 음료의 세계화를 이룰 수 있게 한 블랙보리를 출시했다.

“블랙보리는 검은 보리로 만들었어요.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신품종으로 주로 전라남도 해남과 전라북도 고창에서 재배해요. 일반 보리보다 항산화 물질인 ‘안토시아닌’이 4배, 식이섬유가 1.5배 많아 슈퍼 푸드 중 하나죠. 보리를 생각해낸 건 제 습관 때문입니다. 저는 먼저 제가 하는 일에 대한 역사를 집요하게 찾아요. ‘인간은 음료는 왜 마시게 됐을까’라는 생각까지 거슬러 올라갔고 그 이유 중 하나가 음식과의 궁합(pairing)이었어요. 미국에서는 햄버거와 콜라, 일본은 초밥과 녹차, 한국은 숭늉이라는 답을 찾았죠. 숭늉은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에 잘 맞는 우리 음료입니다. 숭늉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보리숭늉이 원조예요. 그때 그 맛을 살려보고 싶었습니다.”

하이트진로음료에 취임한 해에 출시한 블랙보리는 첫해 150억원 매출을 올렸다. 출시 2년이 지난 지금 1억병 판매를 돌파했고 해외 진출에도 성공했다. 지난달 국내 최초로 미국 대형 유통 업체 트레이더조에 입점했다. 첫 수출 물량 26만병에 이어 2차 발주를 받아 또 다른 26만병 납품 준비를 마쳤다.

트레이더조(좌), 블랙보리(우) / 트레이더조 홈페이지, 하이트진로음료 제공

◇25년 동안 한길만 걷다 보니 꿈 실현 앞둬

음료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지 25년째. 조운호 대표는 그동안 그의 꿈이 차근차근 이뤄졌고 ‘우리 음료 세계화’ 실현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아침햇살은 베트남에서 코카콜라보다 인기가 좋고 이제 블랙보리를 통해 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 시장에 우리 음료를 알리고 싶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설탕과 카페인이 들어가지 않은 음료가 트렌드를 이끌 겁니다. 트레이더조에 입점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도 이와 같아요. 2년 전 미국 박람회에 출품했을 때 블랙보리를 맛본 트레이더조 담당자가 자신들이 찾던 음료라고 먼저 연락이 왔습니다. 그들은 무카페인, 무설탕 음료를 찾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가장 부합하는 것이 한국 곡차입니다. 숭늉만 보더라도 알 수 있듯 한국은 곡물 음료의 종주국입니다. 산업화가 늦긴 했지만 역사와 전통을 이어온 마실 거리 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 있습니다.”

그는 신제품 개발뿐 아니라 기존 제품 성장을 끌어내기도 했다. 2018년 40년 된 토닉워터의 라인업을 확장했다. 소주와 궁합이 잘 맞는 믹서를 출시했고 ‘쏘토닉(소주+토닉워터)’을 앞세워 마케팅을 펼쳤다. 홈술과 홈파티가 늘면서 지금까지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조운호 대표는 직접 트위터를 운영하면서 소비자와 활발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 조운호 대표 트위터 캡처

◇”꿈은 하늘을 찌르고 발은 땅에 붙여라”

지금은 음료업계 미다스 손이지만 매번 성공했던 건 아니었다. 수박 음료 ‘여름수박’을 출시했지만 이 음료를 아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실패하기도 했다. 또 우리 음료를 만들 때마다 수많은 반대에 부딪혔다고 한다. “대추 같은 게 어떻게 성공하나. 잘 되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별짓을 다 한다”, “쌀뜨물밖에 더 되겠냐” 등의 말을 듣는 게 일상이었다.

조 대표는 “그때의 어려움과 반대를 딛고 지금의 조운호를 만든 건 ‘패기’와 우리 음료 세계화를 내 손으로 이루고 싶은 ‘열정’이었다”고 했다. 이런 그의 성격 덕분에 ‘우노운호’라는 별명도 붙었다. 열정 넘치는 대표 아이돌 ‘유노윤호’와 조운호를 합친 것이다. 지금도 그 꿈을 갖고 노력하는 사람으로서 청년들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꿈은 하늘을 찌르고 발은 땅에 붙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꿈과 포부는 크게 갖되 현실을 직시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예요. 또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직업은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돈 버는 것을 목적으로 한 것, 두 번째는 사회적 지휘 혹은 커리어를 위한 것, 세 번째는 소명을 위한 것입니다. 음료 개발 담당으로 간 후 ‘우리 음료 세계화’라는 꿈을 갖고 나서는 직업에 대한 소명이 생기더군요. 음료 문외한이었지만 그 속에서 내 역할을 찾고 최선을 다하다 보니 점점 제게 주어지는 게 많아졌어요. 국내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 진출까지 할 수 있었죠.”

이런 조운호 대표의 목표는 하나다. 우리 음료 세계화를 이루는 것이다. “25년 동안 하다 보니까 어느새 전문가가 됐습니다. 몸담은 시장에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전문가라고 생각해요. 코카콜라 이상의 제품을 만들고 싶어요. 제가 살아있을 때까지 다 이룰 수 없다면 최대한 가능성을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후배들이 그걸 이어 꿈을 이룬다면 여한이 없을 것 같습니다. 또 내가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이롭게 하는지를 항상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글 CCBB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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