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은 치마 입는데…” 남직원 반발에 반바지 허용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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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반복되는 여름철 남직원 반바지 착용 논란
“반바지 입으라” 하면서 상사들은 정장 고수
기업 따라 인식 달라…쿨비즈 정식 도입도

“꼰대 회사냐”, “회사에 놀러 가냐.”

매년 여름이면 직장인 복장을 두고 여러 커뮤니티에서 설전이 벌어진다. 찬반 논란이 가장 뜨거운 옷차림은 반바지다. 무더운 여름에도 긴바지를 입어야 하는 남직원들은 “여직원은 치마를 입을 수 있는데, 왜 남직원은 반바지를 못 입게 하느냐”고 반발한다. “무슨 옷을 입든, 일만 잘하면 그만”이라는 얘기다. 이에 맞서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반바지 반대파들은 “편하게 옷을 입으랬다고 개념 없이 반바지를 입느냐”고 한다.

블라인드에 올라온 반바지 착용 관련 의견./블라인드 캡처

6월5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반바지 착용에 관한 의견을 묻는 글이 올라왔다. 7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공기업에 다니는 한 사용자는 “회사 문화가 보수적이라 반바지 얘기조차 꺼낼 수 없다”고 말했다. 방산 업체에 재직 중이라고 밝힌 직장인은 “반바지 입고 일해도 미사일을 잘만 만든다”고 했다.

2020년 6월 들어 무더위가 찾아왔다. 기상청은 6월 9일 서울 동부권에 올해 처음으로 폭염특보를 내렸다. 기상학자들은 2020년 여름 기온이 그 어느 해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은 올해가 1880년 이래 가장 더운 해가 될 확률이 74.7%라고 발표했다. 지구 온난화로 매년 기록적인 더위 현상이 나타나면서 반바지 착용에 관한 논란도 나날이 뜨거워지고 있다.

◇“입고 싶으면 입으세요. 제가 입겠단 말은 아닙니다”

공무원·공기업·학교나 은행·증권사 등 상대적으로 사내 문화가 보수적인 곳에서는 반바지를 못 입게 하는 곳이 많다. 은행처럼 고객을 응대하는 곳에선 “반바지를 입고 나왔다간 그날이 퇴직하는 날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일부 시·도청이나 공기업은 반바지 착용을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하지만 실제로 반바지를 입고 출근하는 직원은 찾기 힘들다.

이재명 지사가 반바지 착용에 관해 남긴 트위터./이재명 트위터 캡처

경기도청은 2019년 7월 처음 반바지 착용을 허가했다. 남직원 사이에서 여름에 반바지를 입게 해달라는 민원이 나오자 도청에서 온라인 여론조사를 했다. 직원 10명 중 8명(79%)이 반바지 착용을 원한다고 답했다. 도민 대부분(80.7%)도 공무원 반바지 착용에 찬성했다. 하지만 반바지 착용을 허가한 첫날 도청에 반바지를 입고 나온 직원은 극소수였다. 경기도청 홈페이지에 ‘이재명 도지사가 반바지를 입고 나와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이 지사는 트위터에 “원하는 직원이 입을 수 있는 것일 뿐 내가 입겠다는 건 아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그러자 “도지사가 안 입는데 말단 직원이 어떻게 편하게 반바지를 입겠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여름철 반바지 착용을 권해왔다. 일주일에 한 번은 반바지를 입을 수 있게 했다. 서울시는 “냉방병을 예방하고 효율적인 업무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며 직원에게 이 같은 ‘시원차림’을 권했다. 시원차림 수칙으로 ‘넥타이를 풀고 재킷을 벗는다’, ‘통이 넓은 바지와 치마를 입는다’ 등을 꼽았다. 2019년 7월 26일에는 시청 정례조례 때 시원차림 패션쇼가 열렸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반바지를 입고 무대에 올라 춤을 췄다. 하지만 반바지 권장 9년 차인 지금도 여름철 서울시청에서 반바지를 입은 직원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젊은 직원들은 “팀장이나 과장이 긴바지를 입는데 눈치가 보여서 어떻게 입느냐”고 말한다.

반바지를 입고 출근한 에듀윌 직원들./에듀윌 제공

◇사기업, 공기업보다 관대한 편이지만···

삼성전자는 2014년 여름 시범적으로 수원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주말과 공휴일에 반바지를 입을 수 있게 했다. 2016년부터는 여름철 반바지 착용을 허용했다. 현대자동차 직원들은 2016년까지 정장을 입고 출근해야 했다. 2019년 3월 자율복장제 도입으로 시간·장소·상황에 따라 반바지도 입을 수 있게 됐다. 이 밖에 SK·LG 등 다른 대기업에서도 반바지 착용에 관대한 편이다. 외부 미팅이 있거나 중요한 회의가 있는 날이 아니면 반바지를 입고 나와도 눈치를 주지 않는다고 한다. 판교에 거점을 둔 IT 대기업에서는 반바지뿐 아니라 샌들이나 가락신(쪼리)을 신는 것도 가능하다.

고객 응대가 주 업무가 아닌 다른 사기업도 복장 규정이 비교적 관대한 편이다. 종합교육기업 에듀윌 직원은 기간과 상관없이 ‘쿨비즈’ 복장을 할 수 있다. 쿨비즈란 ‘시원하다’(cool)와 ‘업무(biz)를 더한 말이다. 반바지를 입고 싶으면 언제든 입을 수 있다. 쿨비즈룩 제도 도입 이후 직원 만족도가 올랐다고 한다. 황소영 에듀윌 인사혁신실장은 “쿨한 복장으로 쿨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헤나(henna·가루로 만든 염색제) 염색이나 문신까지 허용하는 회사도 있다. 리조트 사업체 대명소노그룹은 2019년  6월 근무 복장을 임직원 자율에 맡기는 ‘대명 용모 복장 3.0’을 도입했다. 반바지를 포함해 어떤 옷이든 입을 수 있다. 대명소노그룹 측은 “다른 직원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주지 않으면 염색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관리가 가능한 선에서 수염을 기르는 것이나 헤나·문신도 허용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서비스직은 새로운 복장 규정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글 CCBB 영조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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