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난 여드름 고민하던 한국청년, 이젠 전세계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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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킨’ 곽태일 대표
버려지는 젖소 초유로 화장품 만들어
창업 3년 만에 연매출 30억원…40여개국 수출
농촌과 진정성 있는 상생 하고 싶다고

초유란 어미 소가 송아지를 낳은 후 3~4일간 나오는 우유를 말한다. 면역성분이 일반 우유보다 6배, 사람의 초유보다 100배 이상 높다. 또 성장과 생리 활성에 필요한 물질도 다량 들어 있다. 그러나 빠른 부패 속도와 특유의 냄새 때문에 국내에서만 연간 4만톤의 초유가 버려진다.

농촌에서 나고 자란 한 청년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초유’를 가지고 화장품을 만들어 창업 3년 만에 연매출 30억원을 올렸다. 독자 기술을 개발해 부패와 악취 문제를 없앴다. 현재 미국, 캐나다 등 전 세계 40여개국에 수출하면서 해외 시장서 주목을 받고 있다. 국산 초유의 효능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초유 전문 스킨케어 화장품 브랜드 ‘팜스킨’ 곽태일(29) 대표를 만났다.

‘팜스킨’ 곽태일 대표. 독자 기술로 버려지는 젖소 초유를 가공해 마스크팩, 로션 등 스킨케어 제품을 만들고 있다./팜스킨 제공

-자기소개 해주세요.

“초유 전문 스킨케어 화장품 브랜드 ‘팜스킨’을 운영하는 곽태일입니다. 버려지는 젖소 초유를 가공해 마스크팩, 로션 등 스킨케어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축산농가에서 자라면서 초유의 효능 알아

곽 대표는 충북 청원군에서 축산업을 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 농장 일을 도우면서 초유의 효능을 일찍부터 알았다. 갓 태어난 소가 먹는 초유는 이후 나오는 모유보다 100배 많은 영양분이 들어 있다. 송아지가 태어난 직후 초유를 먹지 못하면 95% 이상 세균 감염으로 죽는다고 알려져 있을 정도다. 초유에는 면역 성분이 일반 우유보다 6배 많다. 또 82가지 이상의 천연 생체 활성 성분을 가지고 있다.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등도 풍부하다. 그러나 코를 찌르는 듯한 특유의 냄새와 쉽게 부패한다는 점 때문에 산업에 활용되지 못하고 폐기돼 왔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연간 4만톤의 초유가 버려지고 있다.

대량의 초유가 버려진다는 것을 안 곽 대표는 ‘초유를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버려지는 초유를 활용하면 국내 농가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건국대학교 축산학과(현 동물생명공학과)에 들어가 초유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그는 초유에 단백질이 많아 보습에 좋다는 점, 면역 성분이 여드름균을 죽인다는 점에 주목했다.

“여드름이 났길래 초유 원액을 화장솜에 묻혀 15분간 올려놨는데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초유의 면역 성분이 여드름을 억제했던 것입니다. 또 피부 보습, 진정, 미백, 주름 개선 효과도 있었습니다. 신선한 초유를 화장품 원료로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교 선후배들에게 초유 화장품 이야기를 했습니다. 다들 초유의 효능을 아니까 ‘우리가 직접 만들어보자’라고 했어요. 그 자리에 있던 3명과 함께 2017년 3월 초유 전문 스킨케어 화장품 브랜드 ‘팜스킨’을 창업했습니다. 창업 자금은 학자금 대출로 받은 1500만원 정도였습니다.”

곽 대표는 초유의 성분이 여드름 완화, 피부 보습, 진정, 미백, 주름 개선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고 화장품 개발에 나섰다./팜스킨 제공

◇독자적인 초유 가공 기술 개발로 부패·악취 문제 해결

“초유의 부패와 냄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매달렸습니다. 밤낮없이 연구실에서 살았어요. 보통 초유는 상온에 두면 3일 만에 부패합니다. 유통기한을 3년까지 늘리는 독자적인 발효·정제·여과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 기술로 만든 초유 원료를 2018년 4월 국제화장품원료집(ICID)에 등재하기도 했습니다.”

-원래 화장품에 관심이 많았나요. 제품 개발 과정이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화장품에 대해 잘 몰랐습니다. 여러 화장품 브랜드가 모여있는 올리브영, 왓슨스 등에 매일 가서 화장품 전성분표를 조사했습니다. 화장품 성분을 연구하면서 ‘어떻게 하면 보습감을 더 오래 지속시킬까’ ‘더 빨리 흡수시킬 방법은 없을까’를 고민했어요.”

‘팜스킨’은 농가와 실질적인 상생을 추구한다. 농촌에서 버리는 초유를 매입한다./팜스킨 제공

-초유는 어디에서 얻나요.

“농가와 실질적인 상생을 추구합니다. 농촌에서 버리는 초유를 매입합니다. 농가는 버려지는 초유를 팔아서 새로운 이익을 얻습니다. 또 제품과 홈페이지에 초유를 공급한 목장 이름을 적고 있습니다. 목장 이름을 노출해 마케팅에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농가 상생에 이바지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농림부 장관상을 3회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일단 부딪혀보자’ 정신으로 미국 월마트도 뚫었다

‘팜스킨’은 초유 독자 기술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7년 연매출 3000만원에서 2018년 3억원, 2019년 3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예상 매출은 100억원이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현재 미국, 캐나다, 일본, 러시아, 스페인 등 전 세계 40여개국에 수출 중이다. 또 미국 월마트, 샘스클럽, 글로벌 화장품 유통매장인 타깃, 왓슨스 등에 납품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5월 한달 수출액만 150만달러(약 18억원)을 넘었다. 매출액 대비 수출 비중이 90%다.

올해 예상 매출은 100억원. 현재 미국, 캐나다, 일본, 러시아, 스페인 등 전 세계 40여개국에 수출 중이다./팜스킨 제공
토마토, 아보카도, 블루베리 등 건강에 좋은 슈퍼푸드를 활용한 ‘슈퍼푸드 라인’./팜스킨 제공

-해외 시장을 공략한 이유가 있나요.

“서양권 국가는 우리나라보다 초유에 더 친숙합니다. 국내에서 대기업에 맞서 경쟁하기보단 해외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한국은 낙농 선진국입니다. 축산업 허가·등록제로 가축, 축사, 착유 시설 등 관리가 철저합니다. 다른 나라와 달리 국내 사육 젖소의 99%는 홀스타인종입니다. 한가지 종으로 사육해 품질 관리가 용이합니다. 국내 초유의 효능을 전세계에 알리고 싶었습니다.”

-미국 월마트, 타깃 등 글로벌 화장품 유통매장에 입점한 과정이 궁금합니다.

“‘일단 부딪혀보자’라는 생각이 컸습니다. 제품에는 자신이 있었어요. 2018년 미국 월마트 본사에 무작정 찾아가서 미팅하고 싶다고 했어요. 담당자를 만날 수 없자 월마트 앞 카페에 매일 갔습니다. 테이블 위에 제품을 깔아놓고 화장품 담당자가 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렸어요. 옆 테이블에서 ‘코스메틱’ 단어만 들려도 바로 달려가서 제품을 소개했죠. 일주일 넘게 그렇게 지냈어요. 결국 담당자를 만나 미팅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초유를 활용한 화장품이라는 점에 관심을 보였고 제품을 입점시킬 수 있었어요.

또 미국 타깃에는 수백 통의 메일을 보냈습니다. 어느 날 ‘다음 날 미팅을 하자’는 답장이 왔습니다. 제가 미국에 있는 줄 알았던 거죠. 바로 비행기 표를 샀어요. 집으로 뛰어가 양복 한 벌을 챙겨 당일 저녁 비행기를 탔습니다. 메일을 받은 지 5시간 만이었죠. 다음 날 미국 시카고에 도착해 캐리어를 들고 바로 미팅 장소에 갔습니다. ‘어디서 오는 길이길래 캐리어를 들고 오냐’고 묻더라고요. ‘한국에서 왔다’고 했죠. 깜짝 놀라더라고요. 이후 성공적으로 계약을 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팜스킨’은 사업성을 인정받아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둔 미국 트랜스링크캐피탈 등으로부터 총 52억원을 투자받았다. 또 곽 대표는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 3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아기를 위한 스킨케어 브랜드 프롬맘(Fromom)을 출시했다./팜스킨 제공

-가격대가 궁금합니다.

“라인마다 다르지만 보통 2만~3만원대입니다. 토마토, 아보카도, 블루베리 등 건강에 좋은 슈퍼푸드를 활용한 ‘슈퍼푸드 라인’ 등이 있어요. 포장은 샐러드 용기처럼 만들어서 눈에 띄게 했습니다.

최근에는 아기를 위한 스킨케어 브랜드 프롬맘(Fromom)을 출시했습니다. 아기 제품에 대한 고객의 니즈가 꾸준히 있었어요. 1년간 제품 개발을 했습니다. 품평단을 꾸려 한 명이라도 자극을 느꼈다면 다시 뒤집어엎고 만들었습니다.”

-사업 과정에서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있나요.

“창업한 이후 매일 수많은 문제에 부딪치게 됩니다. 해결하면 살아남고, 해결하지 못하면 죽는다는 각오로 일했습니다.”

곽 대표는 최근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 30인’에 이름을 올렸다./팜스킨 제공

◇농촌과 진정성 있는 상생 하고 싶어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강한 자극으로 드라마틱한 변화를 주는 제품보다 보약 같은 제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좋은 성분으로 피부가 스스로 변화할 수 있게 하고 싶어요. ‘한 통을 다 쓰니 피부가 달라졌다’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떠올렸을 때 ‘그 나라는 초유가 좋아’라고 말할 수 있도록 좋은 제품을 계속 만들 계획입니다. 한국 초유의 장점이 알려지면 자연스레 국내 낙농산업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K-밀크’ 수요 증가에 보탬이 되고 싶어요.

농촌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유전이라고 생각합니다. 할 게 정말 많아요. 청년들이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곳입니다. ‘팜스킨’ 사례를 보면서 많은 청년이 농촌에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글 CCBB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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