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못하는 60대가 손으로 직접 그려 100만개 판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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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지기 개념도 없던 1992년부터 시장개척
OEM방식으로 미국 수출, 무역의날 대통령상 수상
저가 중국산 맞서 고품질 ‘손 마사지기’로 활로 찾아
가격경쟁보다 유럽, 실버헬스케어서 승부볼 것

2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어깨 마사지기를 샀다. 매일 책상 앞에서 일하다 보니 어깨가 뭉치고 뻐근해졌다. 5만원대면 소형 마사지기를 살 수 있어 바로 주문했다. A씨처럼 마사지기를 찾는 2030이 늘어나는 추세다. 신체 일부에만 사용하는 소형 마사지기가 나오면서 가격 부담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요즘은 대형 문구점에서도 쉽게 마사지기를 찾아볼 수 있다.

소형 마사지기 중에서 손과 손목을 집중적으로 안마해주는 손 마사지기로 입소문이 난 곳이 있다. 안마기 제조 업체 미래바이텍이다. 회사명보다는 ‘메디니스’라는 브랜드명으로 더 유명하다. 미래바이텍은 가정용 마사지기가 흔치 않았던 1992년부터 마사지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안마업계를 대표하는 1세대 기업이다. 김낙기(66) 대표는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직접 제품을 개발·디자인하며 기술과 품질을 갖춘 마사지기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미래바이텍 김낙기 대표./잡컴퍼니

◇일본부터 동남아·미국까지, 수출로 키운 회사

-마사지기만 28년을 만들었다.

“창업 전 약 12년 동안 소형 모터를 이용해 기기를 만드는 회사에서 일했습니다. 미래를 생각해봤을 때 마사지기 같은 건강기기류 시장 전망이 좋다고 생각해 창업을 결심했어요. 제조·개발을 계속했기 때문에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가정용 마사지기가 흔하지 않았는데.

“흔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가정용 마사지기 개념 자체도 없었죠. 내수 시장보다는 수출을 염두에 두고 시작했어요. 일본 의료기 회사에 다니던 지인이 회사를 그만둔다는 소식을 듣고 마사지기를 만들어 보는 게 어떻냐고 말해줬어요. 일본에서는 마사지기가 보편화되어 있었거든요. 바로 발 마사지기 개발에 뛰어들었고, 상품을 출시해 일본에 수출했습니다.”

-수출 중심으로 회사를 키웠다고.

“일본에서 제품이 입소문이 나면서 동남아 시장으로 수출을 확대했어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홍콩 등에 진출했습니다. 미국 내 소매 업체인 브룩스톤사가 홍콩에서 저희 제품을 보고 연락을 했어요. 이후 OEM(주문자가 요구하는 제품과 상표명으로 완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미국에 마사지기를 납품했습니다. 덕분에 1999년 4월 무역의날 기념식에서 대통령상인 수출기념탑을, 그해 5월 산업자원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습니다. 수출로 회사 이름과 제품을 알리고, 국내 시장에서도 조금씩 자리를 잡았죠.”


1999년 수상한 수출기념탑과 특허·디자인·상표등록증./잡컴퍼니, 미래바이텍 제공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에 휘청이기도

-지금도 직접 제품 개발·디자인을 하신다고 들었다.

“손으로 그려가며 제품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시안을 그리고 안에 들어갈 부품, 크기까지 다 손으로 적고 있습니다. 시대에 맞지 않는 아날로그 방식이지만,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해 직접 그리는 게 편해요. 이후 시제품을 만들어보고 다시 수정을 거치면서 제품을 만들고 있어요.”

-국내 최초 손 마사지기를 만들었다고.

“안마기 시장에도 트렌드가 있습니다. 발 마사지기, 어깨 마사지기가 유행이었죠. 또 어떤 제품이 유행할까 생각해보다가 손 마사지기를 떠올렸습니다. 가사노동 대부분이 손을 쓰는 일이에요. 온종일 컴퓨터를 사용하는 직장인들도 손에 피로가 쌓일 수밖에 없죠. 2016년 손과 손목 통증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마사지기를 출시했습니다. 100만대 넘게 팔렸고, 지금까지도 인기 있는 제품이에요.”


김낙기 대표가 직접 그리면서 상품을 디자인하는 과정. 오른쪽은 국내 최초로 출시한 손 마사지기./미래바이텍 제공, 메디니스 홈페이지 캡처

-위기는 없었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휘청였어요. 2000년대 초부터 중국에서 저희 제품을 그대로 따라 한 제품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어요. 예를 들어 국내산 제품 제조 원가가 1만원이면, 중국에서 만들어 한국으로 들여오면 6000원이에요. 가전기기뿐 아니라 의류나 신발 등 모든 소비재가 마찬가지였어요. 소비자는 기왕이면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선택하다 보니 중국 제품에 밀리기 시작했죠.

반면 투자비는 늘었어요. 제품 하나를 만들 때마다 그 제품을 만드는 틀인 금형을 제작해야 하는데요. 이전에는 금형에 투자하는 주기가 5년이었다면 지금은 1~2년으로 짧아졌어요. 신제품 출시 후 1년이면 똑같은 제품이 그대로 나오니까 다시 새로운 금형을 만들고, 신제품을 출시해야 하는 셈이죠. 결국 2018년 공장을 중국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어요.”

◇국내 생산 다시 가동해 유럽 진출하고파

-신제품 출시도 앞두고 있다고.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발 마사지기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양발이 붙어있는 기존 제품들과 달리 신발처럼 신을 수 있는 발 마사지기를 개발했어요. 또 충전식 배터리를 사용해 전원을 연결하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계속 복제품이 나오기 때문에 차별화를 위해서 디자인과 기능, 편리성에 중점을 두고 제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와디즈 펀딩 예정인 발 마사지기./와디즈 홈페이지 캡처

-목표는.

“유럽 시장 수출에 도전해볼 계획입니다. 수출 시장에서 중국산 저가 제품에 밀렸었는데, 가격보다 기술력, 제품 품질과 성능을 중시하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국내 생산라인을 다시 가동해 몇 개 제품을 국내에서 만들고, 수출할 생각이에요. 손·발·어깨 등 제품 라인이 많아지기도 했고, 코로나 사태로 한국 제품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져 수출에 좋은 여건이 마련된 것 같아요.

이외에도 실버 헬스케어 쪽으로 제품군을 다양화해보고 싶습니다. 노인 인구도 많아지고, 앞으로 실버산업이 더 부각될 거라고 생각해요. 자동으로 혈압이나 맥박을 측정해 의료진에 전달하는 기기나 노인 운동기기 등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구상 중입니다.”

글 CCBB – Contents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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