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생생정보통’ 리포터로 활약했던 남성,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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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터·모델·작가까지···”인디밴드하려면 돈 벌어야”
아시아 진출 노리고 노래 가사 영어로
인디계 스타트업···”대형 소속사가 꼭 필요한 건 아냐”

‘생생정보통 리포터, ARENA 패션잡지 모델, 의류 도매업자, 기타 선생님, 베스트셀러 작가, 천연 향초 회사 대표, 인디밴드 보컬, 신문 칼럼니스트, 팟캐스트 DJ···.’


생생정보통 리포터 ‘오군’ 오주환씨./’KBS 콘서트문화창고’ 유튜브 캡처

모두 한 사람이 가졌던 직업이다. 가장 마음에 드는 직업이 뭐냐고 물었더니 ‘밴드’라고 했다. 세상 별별 일을 다 해본 이 사람은 인디밴드 아도이(ADOY)의 리더 오주환씨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결과도 좋은 경우가 많다. 아도이는 데뷔 후 6개월 만에 K인디차트 1위를 했다. 여러 가지 경험을 밑천으로 그는 아도이를 소속사 없이 이끈다. 그에게 아도이의 성장 과정을 물었다.

-아도이는 어떤 밴드인가요.

“아도이는 2017년 5월 EP 앨범 ‘캣닙(CATNIP)’으로 데뷔한 신스팝 인디밴드입니다. 신스팝은 신시사이저라는 전자 악기를 활용해 만드는 팝 음악의 한 장르입니다. 밴드명인 아도이는 제가 키우는 고양이 ‘요다(YODA)’의 이름을 거꾸로 뒤집은 단어에요. 멤버는 오주환(보컬), 지(건반), 정다영(베이스), 박근창(드럼) 4명입니다. 멤버들 모두 한 번씩 인디밴드로 데뷔했다가 해체한 경험이 있어요.

그동안 모았던 돈, 그리고 ‘텀블벅(모금을 통해 창작자를 지원하는 사이트)’을 통해 모은 500만원 넘는 후원금으로 첫 앨범을 만들었어요. ‘Young’이라는 곡을 만들 때는 뮤직비디오 스토리보드까지 직접 짰습니다. 영어로만 가사를 쓴다는 점도 새로운 시도였어요.

데뷔 후 첫 공연 관객은 50명이었는데, 작년 7월 예스24 단독 콘서트에서는 2000석을 전부 채웠습니다. 2018년에는 리바이스 글로벌 광고를 찍어, 코펜하겐·런던·도쿄·방콕 등 전 세계에 얼굴을 알렸어요. 2019년 발매한 1집 정규 앨범 ‘비비드(VIVID)’에서는 래퍼 우원재씨가 곡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예전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죠.”

아도이. 왼쪽부터 박근창, 정다영, 오주환, 지(Zee)./엔젤하우스 제공

-노래 가사를 영어로 쓴 이유는요.

“영어 가사에 대한 두려움은 있었죠. 그렇지만 아시아 시장 진출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과감하게 도전했습니다. 인디밴드라고 해서 모두 홍대에서만 공연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K팝 열풍이 뜨거울 때, 다양성 측면에서 인디밴드 음악이 더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어 가사와 신스팝 분위기가 잘 어울리는 것도 한몫했죠.

작년엔 홍콩·태국·베트남·대만·싱가포르·일본·필리핀을 돌며 아시아 투어 콘서트를 했어요. 태국 반응이 가장 뜨겁습니다. 태국 콘서트에서 ‘Wonder’라는 곡을 부를 때 팬들의 ‘떼창’이 귀에 꽂은 인이어 이어폰을 뚫고 들어올 정도였어요. 작사는 유학파 멤버 ‘지(Zee)’가 맡고 있습니다. 비비드 앨범에 실린 곡 ‘Porter(feat.우원재)’와 ‘Ever’를 제외하곤 모두 영어 가사로 썼습니다.”

-소속사에 들어가지 않고, 직접 레이블을 만들었는데.

“‘커머셜 인디’를 꿈꿉니다. 저희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상업적으로 호소력을 갖고 싶습니다. 듣는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는 말이죠.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면서 먹고 살아갈 수 있는 인디밴드를 만들자는 목표로 시작했어요. 저와 멤버 지가 공동대표로 ‘엔젤하우스’라는 레이블을 운영합니다. 마치 ‘인디밴드 스타트업’을 차린 것 같아요.

매니저는 따로 없고, 저희가 직접 월말 정산을 합니다. 투자를 받거나, 페스티벌 회의를 할 때 프레젠테이션도 직접 하고 있어요. 세금계산서를 보내고 비용을 처리하는 일, 음반 유통업체를 정하는 일도 모두 저희가 하죠. 음반 관계자들과 스카이프나 행아웃으로 하는 화상회의, 메일을 주고받는 일도요. 데뷔 초창기에는 앨범도 멤버들이 손수 포장했어요.”

-다양한 직업 경험이 아도이를 이끄는데 도움이 됐다고요.


아도이 굿즈. 캣닙 그래픽 판초(좌),책 ‘잘 살고 싶은 마음(저자 오주환)'(우)./무신사 홈페이지 캡처, 예스24 홈페이지 캡처

“의류 도매업을 했던 경험을 살려 데뷔 초기부터 굿즈(Goods·상품)를 제작했습니다. 기존 굿즈 시장은 아이돌 팬을 중심으로 만들어졌잖아요. 인디밴드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도이의 굿즈로는 무신사와 협업한 모자·가방·코치 재킷·우비·티셔츠·에코백 등이 있습니다. ‘뉴트로(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 열풍을 계기로 LP·테이프 앨범을 제작해 판매하기도 했어요. 인디밴드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고 있는 셈이죠.

2018년에는 ‘잘 살고 싶은 마음’이라는 책도 썼는데요.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사인회를 열었습니다. 아도이를 더 많은 분에게 알릴 기회였죠.”

-앨범표지와 로고로도 유명한데.


아도이 1집 정규 앨범 ‘비비드(VIVID)’./엔젤하우스 제공

“‘섬네일(Thumbnail·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이미지)’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앨범 표지 작업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옥승철(아오키지) 작가의 그림을 넣었습니다. 제가 옥 작가의 기타 선생님이었어요. 그 인연이 앨범 표지 제작까지 이어진 거죠. 이제는 이 그림이 아도이의 얼굴이 됐죠. 로고는 디자인 회사 ‘CFC’의 전채리 그래픽 디자이너가 맡았습니다.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였어요. 방탄소년단 앨범 표지 디자인으로도 유명한 분입니다. 이렇게 뒤에서 도와주신 분들 덕에 아도이만의 캐릭터를 하나하나 만들 수 있었어요.”

-앞으로의 목표는요.

“인디밴드도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막연한 두려움을 깨는 것이 먼저죠. 대형 소속사가 꼭 필요한 것도 아니죠. 하나씩 부딪치면 모두 직접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면서 건강하게 먹고 사는, 똑똑한 밴드가 되고 싶어요.

얼마 전 아도이 멤버들과 함께 홍대 카페에 갔을 때, 기타를 등에 멘 20대 친구들이 ‘야, 우리도 아도이처럼 해야 하지 않겠냐’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후배 인디밴드들에 좋은 예가 될 수 있는 밴드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글 CCBB 김지인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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