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여자’란 말까지 들어가며 세계최초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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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당 하마리아 대표
호텔리어로 사회 입문 화장품 회사서 ‘캐비어’ 만나
바르지 않고 먹으면 안 되나 고민하다 사업화
세계 최초로 철갑상어와 홍삼 섞은 식품 개발
창업 1년 새 백화점, 면세점, 홈쇼핑 등 속속 입점

지리산 자락에 철갑상어가 살고 있다. 경남 함양군 백전면 해발 700m쯤 되는 지리산 기슭에 4만여마리가 자란다. 지하 200m에서 끌어올린 1급 지하수에서 유유자적하고 있는 것이다.

철갑상어는 일반 상어와는 관련이 없는 경골어류(硬骨魚類·뼈가 굳고 단단한 어종)로 주로 민물에 서식한다. 동·북 아시아, 중앙아시아, 유럽 등에서 발견된다. 철갑상어는 공룡들이 번성했던 1억년 전 백악기에 나타나 지금까지 비슷한 외형을 유지해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수명도 길어 100세 혹은 그 이상까지 사는 장수어로 유명하다. 영국 에드워드 2세는 ‘로얄 피쉬(Royal Fish)’, 중국 황실에서는 ‘황어(煌漁)’ 등으로 불렸다.

살아있는 화석인 철갑상어는 약효도 남다르다. ‘본초강목(本草綱目·명나라 때의 약학서)’에는 원기회복, 혈액순환, 뼈, 근육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기록돼 있다. 또 철갑상어가 생산하는 ‘캐비어(Caviar)’는 세계 3대 진미 중 하나다. 국내에서는 시베리안 철갑상어, 이탈리안 철갑상어 등 수정란을 들여와 양식에 성공했다. 2018년에는 세계 최초로 철갑상어와 홍삼이 같이 들어간 건강기능식품도 탄생했다. ‘철갑상어에 미친 여자’라는 소리를 들어가며 철갑상어와 홍삼의 ‘콜라보’를 만들어낸 ‘백록당’ 하마리아(38) 대표를 만나 이 특이한 건강기능식품을 만들게 된 이야기를 들었다.

백록당 하마리아 대표 / 잡컴퍼니

◇’영양분은 먹는 게 좋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시작

지금은 누구보다 건강기능식품에 대해 잘 안다고 자평하지만 하 대표가 처음부터 이 분야 창업을 생각했던 건 아니다. 그는 대학교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하고 호텔리어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헬스앤뷰티’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결국 2005년 한 화장품 회사로 이직했다. CRM(고객관계관리) 담당으로 고객 등급별 관리, 행사 기획·진행을 맡았다. 그러다 문득 내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업을 생각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회사에서 고객 피부에 맞게 카운슬링, 마케팅 등을 했습니다. 그러나 좋은 화장품을 발라도 식습관, 생활습관 등이 그대로면 아무 소용이 없어요. 저는 상품을 팔아야 하는 입장에서 홍보를 해야 했지만 ‘희망을 팔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빠르게 바뀌는 헬스앤뷰티 시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어요. 고민 끝에 나온 게 건강기능식품이었습니다.”

-왜 철갑상어였나요?

“회사 제품 라인 중에 캐비어로 만든 화장품이 있습니다. 효과가 좋아서 이걸 바르기만 하는 것이 아닌 섭취하는 제품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조사하다 보니 철갑상어에 영양분이 풍부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철갑상어는 머리부터 지느러미까지 버릴 게 하나도 없습니다. 특히 사람의 연골, 뼈, 힘줄 등에 분포된 필수성분인 콘드로이틴(Chondroitin) 성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운동선수, 산모 등이 원기회복을 위해 많이 찾아요.

이런 철갑상어는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일반 상어가 아닙니다. 영화 ‘죠스’에 나오는 상어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경골어류입니다. 이빨도 퇴화해 플랑크톤, 작은 동물 등을 먹고 살아요. 이런 편견을 없애기 위해 철갑상어에 대표적인 건강기능식품 재료인 홍삼을 섞으면 효능이 극대화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 다니면서 짬짬이 한의사 자문을 받았고 식물성(홍삼)과 동물성(철갑상어)의 영양이 섞이면 시너지를 낼 것이라 생각한 거죠.”
지리산 해발 700m에서 양식하는 시베리안 철갑상어(좌)와 6년 근 홍삼(우)을 섞어 제품을 만든다. / 백록당 제공

◇문전박대에도 포기 안 해

창업을 결정하고 회사를 다니면서 같이 일할 사람을 찾아 팀을 꾸렸다. 시장 조사는 물론 철갑상어 양식장, 홍삼 제조사 등을 찾아다니면서 함께할 곳을 물색했다. 이때 하마리아 대표는 ‘철갑상어에 미친 여자’라는 소리도 듣고 문전박대도 많이 당했다고 한다.

“경상남도와 경기도에 있는 철갑상어 양식장 8곳 정도 돌아다녔어요. 그러다 지리산 해발 700m에 위치한 함양군철갑상어영어조합을 알게 됐지요. 지리산 암반수로 철갑상어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철갑상어를 연구한 청년이 10년간 운영하는 곳이었죠. 캐비어도 직접 생산해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등에 납품하고 있더라고요. 여기다 싶어서 양해각서(MOU)를 맺었습니다.

이후 홍삼 진액 제조업체를 찾아 나섰습니다. 홍삼은 물론 철갑상어 어육에서 진액을 추출할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했죠. 그런데 바이오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남편도 ‘받아주는 곳이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제조업체를 찾아가 철갑상어와 홍삼이 만났을 때 효능과 사업 성장성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어요. 그 과정에서 문전박대도 많이 당했죠. 진액 제조업체들은 원재료를 바꿀 때마다 기계 전체를 살균해야해 비용 부담이 컸거든요. 그러던 중 대동고려삼이란 곳에서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철갑상어에 미친 사람처럼 설명을 했고 결국 한번 해보자는 답을 받아냈습니다.”

철갑상어는 3년 정도 키우면 암수 구별이 가능하다. 4년 이상 키운 수컷 철갑상어를 선별해 내장을 제거하고 통째로 기계에 넣어 진액을 낸다. 이를 6년근 홍삼과 섞어 제품을 만들었다. “물이나 맛을 내기 위한 시럽 및 당이 전혀 들어가지 않아요. 대신 영지버섯, 대추 등 국내산 원료를 사용해 맛과 영양을 더했습니다.”

지리산에 있는 양식장. 이성형, 양태윤 공동 대표와 이순철 이사가 직접 철갑상어를 잡아보고 있다. / 백록당 제공

◇현장에서 직접 판매…유도 메달리스트에게 전화 오기도

우여곡절 끝에 2018년 백록당 첫 제품이 탄생했다. 일명 ‘건강하다’시리즈다. 스틱형, 파우치형, 스푼형 세 가지로 만들었다. 각 제품에 따라 철갑상어와 홍삼 함량을 다르게 했다. 제품을 들고 롯데백화점에 찾아가 입점 제안을 했다. 백화점 측의 반응이 좋아 먼저 팝업 스토어로 시작할 수 있었다. 롯데백화점과 AK에서 팝업스토어를 열고 소비자와 처음 만났다. 지금은 두 곳은 물론 신세계백화점, 롯데·현대 면세점과 11번가, GS SHOP, 옥션, 위메프 등에도 입점해있다.

백록당의 ‘건강하다’ 시리즈. / 백록당 제공

-반응이 어땠나요?

“맛을 본 고객들은 신기해했습니다. 맛이 진하기도 하고 철갑상어라 관심을 가지셨습니다. 이때다 싶어서 현장에 직접 나가 홍보도 하고 판매도 했습니다. 현장 소리를 듣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제품을 설명하면서 고객의 반응을 살폈고 저만의 셀링포인트를 찾았습니다. 작년 설에도 직접 백화점 매대에서 제품을 팔았죠. 그러면서 면세점에도 입점하고 B2B계약도 맺었습니다. 6개월 동안 1차 제품을 모두 팔았습니다. 입점한 곳이 늘어 생산량도 늘렸습니다. 그리고 2019년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이후 자체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을 때도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우리 제품을 선택한 고객이 8할이었습니다. 그만큼 고객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시작할 때 다들 무모한 도전이라고 했다. 남편도 어려울 거라고 했다. 그러나 하마리아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그동안 헬스앤뷰티 분야에서 제가 배우고 느낀 것을 토대로 소비자에게 도움을 주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끝까지 밀어붙였다. 우리 제품을 쓰고 감사하다고 표현하는 고객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객이 인정하고 알아줬을 때 가장 뿌듯합니다. 관절 수술을 받았던 한 고객은 우연히 제품을 접하고 많이 좋아졌다고 본사까지 와서 감사 인사를 전하셨어요. 그리고 직접 영업을 하고 싶다고 하셔서 지금은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 유도 국가대표 메달리스트이자 여자유도팀 감독 황희태씨에게 직접 전화도 받았어요. 좋은 제품이라고 칭찬하시더군요”

후원 협약식에서 선수들과 함께. 앞으로도 후원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한다. / 백록당 제공

◇비인기 종목 운동선수 후원, 정직한 제품 만들고 싶어

2020년 4월에는 수영 국가대표 백승호 선수와 마라톤 국내 신기록 보유자 김도연 선수에 건강기능식품을 지원하는 협약을 맺었다. 한양대학교 유도부에 2년째 후원 중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비인기 종목 위주로 후원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운동선수에게 스테미너 섭취는 기본입니다. 그러나 비인기 종목은 후원이나 스폰서가 적거나 없는 경우가 많아 훈련 외에 부수적인 것을 개인적으로 준비해야할 때가 많습니다. 우리 제품이 가장 필요한 분야기도 하고 창업 취지와 가장 잘 맞아서 진행했습니다.”

시장에 잘 자리 잡아 가는 중이지만 아직 어려움은 많다고 한다. 건강기능식품은 선물용이라는 인식과 철갑상어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것이 숙제라고 한다. “철갑상어의 효능을 알리려면 일반 상어가 아니라는 점부터 설명을 시작해야 합니다. 매대에서 소비자를 만나는 짧은 시간에 모든 정보를 다 드릴 수가 없어 아쉽지만 고객이 알아줄 때까지 계속 노력할 겁니다.

사업하면서 정직한 제품을 만들자고 다짐했어요. 다른 건강기능식품의 원가가 15%~20%라면 우리는 35%~40%입니다. 최대한 마진을 남기지 않는 쪽으로 결정했어요. 지금은 조금 힘들더라도 정직하게 만들고 고객이 알아주면 된다는 마음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또 건강하다 시리즈 외에 ‘아름답다’, ‘잘 자라다’, ‘장수하다’ 등 생애주기에 맞춘 건강기능식품을 만들 예정입니다.”

글 CCBB – Contents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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