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아닌데···10년 넘게 공채로 외국인 뽑는 한국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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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부터 외국인 공채 진행하는 패션기업 한세실업
외국인 직원도 한국인과 똑같이 일하고 평가받아
“해외 근무 원하는 직원 모두 해외근무 가능”

‘외국인사원 공개채용(한국어 및 영어 능통자)’.
2019년 하반기 패션기업 한세실업의 채용공고다. 이 회사는 2006년부터 외국인 대상 공채를 진행하고 있다. 항공사 승무원 등 특수 직군에서 외국인을 별도 채용하는 경우는 있어도 패션기업이 그것도 정기 공채로 외국인을 채용하는 경우는 사실상 유일하다. ‘한국인 공채’로 뽑힌 신입사원들도 원하면 모두 해외 근무를 할 수 있는 구조다.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에 맞춘 글로벌 전문 인재 육성’을 위해서라는데, 독특하고 파격적이다. 최근 이 회사에 입사해 서울 본사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직원, 해외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지금은 직장에 국경이 없는 시대”라고 한다.

◇북한뉴스 보다 한국 알게된 독일인 유벨라, 전공지식보단 잠재력 보는 한국기업 선택

유벨라씨 제공

2019년 외국인 공채로 입사한 독일인 이사벨라 유카스(27) 수출부문 주임의 한국 이름은 ‘유벨라’다. 한국어를 한국인처럼 구사했다. “본명이 너무 길어서 아예 새로 이름을 지었는데, 꼭 ‘유별나니?’ 라고 아재 개그 하는 분 들이 있다”고 했다. 2014년 독일 튀빙겐대 한국학과를 졸업하고 2017년 서울대에서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복수학위)를 취득했다.

-어떤 계기로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

“어릴 때부터 익숙하지 않고 멀리 떨어진 문화권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고교 때 아시아 뉴스 대부분이 북한 도발 소식이었다. 대체 어떤 나라인지 공부하며 자연스럽게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독일과 유사하게 분단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역경을 딛고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국가가 됐다는 점도 놀라웠다. 대학에서 한국학을 전공했고, 2013년 교환학생으로 서울 생활도 하게 됐다.”

-외국인으로서 한국 생활이 어떤가. 할만한가.

한세실업 제공

“난 인구 1만명의 소도시 출신이다. 처음 서울에 왔을 때를 잊을 수 없다. 세상에 24시간 문을 닫지 않는 상점(편의점)이라니… 편리하고, 시끄럽고, 안전한 도시라고 표현하고 싶다. 음식도 입에 잘 맞았다. 5월이 기다려진다. 콩국수를 개시하니까. 그런데 왜 콩국수는 여름에만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 재한 외국인 중에는 끼리끼리 뭉치는 경우가 있는데, 난 외국인 커뮤니티 활동엔 관심이 없다.”

-독일에서 취직을 할 수도 있지 않았나.

“내 대학 동기 상당수는 한국기업의 유럽 지사에 주로 근무한다. 그런데 난 이런 선택지는 고려조차 안했다. 익숙하지 않은 문화권을 배우고 경험하고 싶어 한국학과를 갔던 것이다. 석사 취득 후 독일 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작년 다시 한국에 취직하러 왔다. 20대 들어 패션과 무역에 관심이 많았다. 마침 한세실업이 외국인 공채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했다.
독일에선 채용시 전공을 중시한다. 무역회사는 경영학 전공자를 패션회사는 패션 관련 전공자를 선호하는 식이다. 한국 기업은 전공지식보다는 지원자 개인의 잠재력을 많이 보는 것 같다. 면접을 보러 회사에 갔더니 사옥 벽면에 세계지도가 있고, 8개국 깃발이 그려져 있더라. 한세실업이 진출한 국가들이다. 면접관에게 ‘내가 아홉 번째 깃발을 꽂겠다’고 했는데, 그래서 붙었나보다.”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나.
한세실업 제공

“‘폴로 랄프로렌’의 속옷·잠옷류 등의 수출 업무를 맡고있다. 미국에서 바이어가 옷을 주문하면 우리는 그 요구대로 샘플을 만들고 가격을 책정해 베트남 생산공장에 생산 요청을 한다. 생산공장 측에서 다시 샘플을 받아 바이어에게 확정을 받으면 대량 생산으로 들어간다. 물론 이중 일부의 일을 내가 한다. 동료들은 말할 것도 없고, 베트남 공장 측과 얘기를 할 때도 한국어로 한다. 내 사수(선임)는 중국인이다. 한국 패션기업이 미국 바이어로부터 주문을 받으면 한국인·독일인·중국인 직원들이 함께 샘플도 만들고 주문도 한다. 베트남인 생산직 직원의 손을 거쳐 옷이 완성되면 북미시장 소비자들에게 팔려간다. 이런 세상이다.”

-독일 기업에 비해 한국 직장 문화가 고압적이지 않나?

“다른 회사는 안다녀봐서 모르겠는데, 여기선 그런 것 없다. 반대로 외국인이라고 봐주는 것도 없다. 잘하면 똑같이 칭찬받고, 못하면… 똑같이 ‘건설적 비판’을 받는다. 공교롭게 내 부장, 본부장이 모두 여자다. 사장님(조희선 대표)도 여자다. 이런 점에서 동기부여가 많이 된다.

◇“젊었을 때 부딪히며 배우고 싶다” 니카라과로 간 신기용 주임

신기용(31) 주임은 지난해부터 한세실업 니카라과 법인에서 회계·재고 담당을 하고 있다. 고려대 노문과 졸업 후 2015년 한 철강회사에 취직했다. 신 주임은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해야 오랫동안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아 회사를 그만뒀다고 한다. 그가 정말로 좋아하는 ‘옷’과 관련된 일을 하고싶어 2018년 한세실업에 입사했다.

-니카라과는 생소한 나라다. 어떻게 이곳을 선택했나.

한세실업 제공

“멕시코와 가까운 중남미 국가다. 우리 회사는 니카라과·과테말라·아이티 등 중남미에도 생산공장이 있다. 이를 교두보로 미주 시장에 판매를 한다. 생소하기에 더욱 가고싶었다. 이 기회에 스페인어를 배우고 싶어 지원한 측면도 있다. 스페인어를 배우면 중남미 대부분 지역에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실제 지금은 스페인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없다.”

-현지 법인에서 어떤 일을 하는가.

“관리회계·재무회계, 재고 업무 등을 담당한다. 니카라과는 은행 시스템이 다행히 잘 갖춰져 있는 편이여서, 계좌 송금 방식으로 진행한다. 법인의 손익과 재무 상태를 파악하고 있으며, 생산 증가 및 비용 절감을 위해 노력한다. 업무 범위가 넓은 편이고, 사회초년생에게도 기회가 많다.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며 내 역량의 깊이와 넓이 모두를 키울 수 있다고 본다. 주재지로 선진국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나는 오히려 반대로 본다. 젊을 때의 부딪히며 배울 수 있다.”

-니카라과 생활은 어떤가.

니카라과 현지 법인 사무실에서 신기용씨(좌), 니카라과의 명소 볼칸 마사야(우)./신기용씨 제공

“니카라과는 1년 내내 더운 나라다. 내가 근무하는 곳 근처에 ‘볼칸 마사야’라는 화산이 있다. 밤에는 용암이 흘러내리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약 2시간 거리에는 ‘서핑의 성지’ 산후안 데 수르가 있다. 드넓은 태평양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다. 이런 것을 언제 볼 수 있겠나. 니카라과 법인 직원들끼리 주말에 종종 놀러간다.”

-니카라과 근무가 끝나면 어떤 일을 해보고 싶나.

“기회를 얻는다면 과테말라에도 가보고 싶다. 니카라과 근처에 있다. 니카라과와 날씨나 언어 생활습관 모두 비슷하다. 생활 수준은 조금 높다고 한다. 중남미 지역의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다.”

글 CCBB – Contents 가마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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