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인들에게 가장 손가락질 많이 받는 기업···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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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수수료 인상, 독점기업 매각 폐해 보여줘
스타트업 성공 신화 마냥 반길 수만 없게 만들어

배달의민족은 최근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됐다./우아한형제들

혁신적인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갖춘 국내 스타트업이 늘면서 국내 기업 간 인수합병(M&A)뿐 아니라 해외 기업으로 매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인텔의 올라웍스 인수(매각가 약 350억원), 미국 탭조이의 파이브락스 인수(매각가 약 400억원), 로레알의 스타일난다 인수(매각가 약 6000억원) 등이다. 이들 기업은 국내 스타트업의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이 세계 시장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범 사례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매각을 긍정적으로 보던 시각이 변화하는 분위기다. 배달의민족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되면서 사실상 국내 시장을 독점하게 되자 바로 수수료를 올렸기 때문이다. 해외 매각으로 창업자는 초대박을 터뜨렸지만 실제 이용자들은 비싼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게 정당하냐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배달의민족은 수수료 인상을 취소했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지자체들은 국민 세금으로 배달 앱을 따로 만들겠다고 할 정도다.

이 때문에 국내 1~2위를 차지하는 스타트업이 해외에 매각될 경우 소비자가 되레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자연스레 글로벌 M&A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는 것이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조선DB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하다 배신의 아이콘으로 변신?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작년 12월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에 팔렸다. 매각가는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로 국내 스타트업 인수합병(M&A) 사상 최고 액수였다. 아시아나항공 매각가(약 2조5000억원)의 두 배 가까운 규모다. 신생 벤처기업의 기업 가치가 대형 항공사보다 더 높게 매겨진 셈이다. 보통 혁신적인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내세운 국내 스타트업이 글로벌 기업의 러브콜을 받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배달의민족’ 매각 소식이 전해지자 소비자, 자영업자, 라이더뿐 아니라 정치권까지 나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2010년 자본금 3000만원으로 ‘배달의민족’을 세웠다. 길거리를 다니면서 모은 5만개의 전단지 전화번호를 스마트폰 안에 넣었다. 길거리 전단지로 시작한 사업은 10여년 만에 아시아나항공 두 개를 살 수 있을 정도의 기업 가치를 지닌 유니콘으로 성장했다. 우리나라 소비자 1100만명이 매달 3~4번 배달의민족에서 치킨, 짜장면 등을 시켜 먹는다. 연간 8조원어치 배달 음식이 이곳을 거친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를 외치면서 애국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공략했던 ‘배달의민족’은 요즘은 소비자 불매운동의 타깃이 됐다. 국민 배달앱으로 불리던 배달의민족을 두고 ‘잘 키운 스타트업을 해외에 팔아버린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일부 누리꾼은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배민의 광고 카피에 “이젠 게르만 민족이다”이라고 하기도 했다.

독과점 문제와 수수료 인상 우려 때문이었다.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한 ‘딜리버리히어로’는 국내 2위 배달 앱 요기요와 3위 배달 앱 배달통 등을 운영하고 있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윅스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작년 11월 기준 딜리버리히어로의 국내 배달음식 앱 시장 점유율은 99%에 달했다. 배달 앱 서비스 독점으로 인한 수수료 인상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독점 시장이 되면 소비자 혜택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경쟁사가 없으니 소비자에게 혜택을 줄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배달의민족 광고 카피./우아한형제들

◇동남아 공략한다더니 국내 수수료 인상부터 손대

우려는 곧 현실이 됐다. 김봉진 대표는 배달의민족을 매각할 당시 싱가포르에 5:5 합작사(조인트벤처) ‘우아DH아시아’를 설립한다고 했다. 또 우아DH아시아의 아시아 총괄을 맡아 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선다고 말했다. 그랬던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국내 배달 수수료 인상이었다. 지난 4월1일 우아한형제들은 오픈서비스 체계를 새로 도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수수료 제도를 월 8만8000원 정액제 ‘울트라콜’에서 성사된 주문 1건당 5.8%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정률제 기반의 ‘오픈서비스’로 개편한 것이다. 특히 이 시기는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국내 자영업자가 힘들어하던 시기였다. 수수료 부담을 높이는 꼼수 인상이라는 논란이 일었고 배달의민족 정책에 반기를 든 지방자치단체는 수수료나 광고비가 없는 공공 배달앱 등을 만들었다. 군산시는 ‘배달의 명수’를 선보였고 3월13일부터 4월15일까지 약 한 달간 1만6119건의 주문을 받았다. 앱에 가입한 군산 시민은 3월 말 5138명에서 7만6967명으로 약 15배 늘었다. 충청북도도 공공 배달앱 도입을 추진 중이다. 제천시는 제천화폐 ‘모아’를 연계한 공공 배달앱을 9월까지 개발한 뒤 시범 운영을 거쳐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6일 ‘배달 앱 독과점 및 불공정 거래 관련 대책 회의’에서 “소위 플랫폼 관련 기업들의 과도한 집중과 부의 독점으로 인해 경제적 약자들에 대한 착취나 수탈이 일상화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군산시의 공공 배달앱 배달의명수./배달의명수 앱 캡처

독과점 지위를 악용한 요금제 개편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우아한형제들은 10일 만에 백기를 들었다. 김봉진 의장과 김범준 대표의 공동명의의 사과문을 내고 “오픈 서비스 체계를 전면 백지화하고 이전 체제로 돌아가고자 한다”고 했다. 또 “외식업주님들의 고충을 세심히 배려하지 못하고 새 요금제를 도입하면서 많은 분께 혼란과 부담을 끼쳐드렸다”고 사과했다.

배달의민족은 해외 매각을 하면서 나름의 명분을 내세웠다. 김봉진 대표는 지난 1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누구는 ‘영혼을 팔았다’고 하지만 저는 절실했다”고 말했다. 또 “지금 배달의민족이 잘나간다고 하지만 이대로 있다간 3년 뒤 냄비 속 개구리처럼 한국에 고립돼 서서히 생명력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더 컸다”고도 했다.

하지만 국내시장을 벗어나 해외로 가겠다던 배달의민족이 이번에 보여준 행태는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M&A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을 달라지게 한 것은 분명하다.

글 CCBB – Contents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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