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자 울리는 건강보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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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료 납부 기준은 매월 1일
하루만 무직이어도 한 달치 내야 해
공단은 비용 부담 탓에 개선 계획 없어

◇하루에 한 달치 부과?

“공단, 보건복지부 다 물어봤지만, 법이 그래서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더라고요.”

전화기 너머로 분을 삭이지 못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인천에 사는 민모씨. 민씨가 ‘열 받은’ 이유는 바로 건강보험료 때문입니다. 민씨가 지난 1년 가까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때는 바로 2월29일. 3월1일은 삼일절이라 새 회사 첫 출근은 3월2일부터였습니다.

문제는 공중에 뜬 하루가 바로 ‘1일’이었다는 것에서 생겼습니다. 국민건강보험법을 보면 보험료 납부는 1일을 기준으로 합니다.

이 기준에 따라 3월1일 무직이었던 민씨는 이날 하루 동안 지역가입자가 됐고, 1일 기준으로 한 달치 건강보험료 15만원이 나온 고지서를 받아야 했습니다.

직장가입자의 경우 건강보험료를 회사와 나눠서 내지만, 지역가입자는 세대별로 내기 때문에 부담이 늘어나는 게 일반적입니다. 민씨도 직장가입자일 때는 한 달에 9만원 정도를 냈지만, 지역가입자가 되면서 6만원을 더 내야 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이런 법령을 교묘히 악용하는 기업들이 있을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기 위해 월초에 퇴직한 직원을 월 말에 퇴직한 것으로 당기거나, 1일부터 입사했을 땐 뒤로 미뤄서 신고할 수도 있는 것이죠.

조선 DB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은 “처음 법이 만들어질 때 중복 부과를 막기 위해 1일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안다”며 “1년 이상 회사에 다니다 그만뒀다면 임의계속가입제도를 활용해서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임의계속가입제도란 1년 이상 회사에 다닌 사람이 퇴사한 후 일정 기간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내던 보험료와 지역가입자로 내야 할 보험료를 비교해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제도입니다. 실직 후 새 직장을 구하는 동안 소득이 없는데도 보험료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취지에서입니다.

그러나 이런 제도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많고 알아도 1년을 못 채운 경우에는 이 제도도 활용할 수 없습니다. 인터넷 포털 등에는 민씨와 같은 경우를 당한 이들의 불만이 많이 올라오지만, 건강보험 공단은 개선 계획은 없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과거에도 논란이 된 적이 있었지만, 고치려면 행정 비용이 많이 들어 보험료를 더 높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면서 “회사를 다닌 날짜와 이직 과정에서 쉰 날짜를 계산하기보다는 1일을 기준으로 월별로 부과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마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 사무실./조선 DB

다시 말해 법이 그렇게 돼 있으니 어쩔 수 없고, 비용도 더 들어 바꿀 생각이 없다는 겁니다. 국민건강보험법은 올해만 해도 2월과 3월 두 차례나 개정됐습니다. 8월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2월 개정 내용엔 연체금·과징금 등의 항목이 바뀌었고, 9월부터 시행하는 3월 개정 내용엔 가산금·과태료 항목 등에서 신설된 내용이 들어갔습니다. 돈을 더 걷는 항목 위주입니다.

민씨는 “공단 직원도 ‘어느 정도 불합리한 게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규정이 그래서 어쩔 수 없다’고만 하더라”면서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개선할 의지가 없다는 게 더 답답했다”고 말했습니다.

현 제도를 바꿨을 때 드는 문제와 비용 등을 감안해 현행 기준을 유지하는 건강보험공단의 입장이 타당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그 비용이 국민에게 전가된다는 점을 고려해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실직과 이직 과정에서 수없이 고민하고, 불안한 밤을 지샜을 직장인들을 다시 한번 눈물 흘리게 하는 불합리한 규정을 그대로 두는 것이 맞는지도 생각해 볼 일입니다. 무엇인가 개선책은 필요할 것 같습니다.

jobsN 블로그팀
jobarajob@naver.com
잡아라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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