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은 커녕 외국 1번 못나가는 아이들 위해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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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봉사 동아리를 만들어 취약계층의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지역이나 소득 간 교육 격차가 크다는 것을 알았다. 가난한 아이들도 해외 연수나 유학을 하면서 영어를 배울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영어 학원 선생님을 그만두고 VR(virtual reality·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해 이러한 교육 격차를 해소하겠다고 나섰다. 에듀테크 스타트업 ‘마블러스’의 임세라(32) 대표의 이야기다.

-자기소개해 주세요.

“에듀테크 회사 ‘마블러스’를 운영하는 임세라입니다. 어학학습 솔루션 프로그램인 ‘스피킷’을 만들었습니다. VR(virtual reality·가상현실), AR(augmented reality·증강현실) 등 실감형 콘텐츠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언제 어디서든 어학연수를 하는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마블러스’의 임세라 대표./마블러스 제공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나온 임 대표는 학창 시절부터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생 때 동아리 ‘파란 바람’을 만들어 교육 봉사를 했다. 취약계층의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지역이나 사회·경제적 배경 등으로 인해 교육 격차가 크다는 것을 느꼈다. 직접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고 한다. 대학 졸업 후 교육 기업 ‘스카이에듀’에서 영어 강사로 4년간 일하면서 그 생각은 더 절실해졌다.

“종종 지방으로 파견을 나가 영어 강의를 했습니다. 도서 산간 지역이나 지방의 교육 환경은 열악했어요. 영어를 배우고 싶어도 학원 등 교육 시설이 많지 않았고, 원어민 강사를 찾기란 하늘에 별따기였습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은 유학이나 어학연수는 커녕 외국에 한 번도 나가 본 적이 없었습니다.

또 단어나 문법은 잘 외워도 막상 외국인을 만나면 얼어붙는 아이가 많았어요. 가장 좋은 방법은 외국에 나가 외국인들과 대화를 자주 하면서 영어를 익히는 것이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듭니다. 어떻게 하면 스피킹을 단기간에 효율적으로 가르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기술을 활용해 교육격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상현실(VR) 기술을 이용하면 누구나 쉽게 해외 연수나 해외여행을 하는 경험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임 대표는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창업 과정을 밟은 후 2015년 에듀테크 기업인 ‘마블러스’를 창업했다. 창업 자금은 2000만원이었다. 이후 카이스트 청년창업투자지주회사에서 시드머니를 받았고, IBK기업은행 등에서 투자받았다.

가상현실 실사 기반의 어학 학습 프로그램인 ‘스피킷’./마블러스 제공

‘마블러스’는 국내 최초로 가상현실 실사 기반의 어학 학습 프로그램인 ‘스피킷’을 개발했다. 모든 콘텐츠는 사용자가 직접 원어민과 대화하는 형식이다. ‘1초 만에’라는 콘셉트로 VR을 활용해 가상 현실을 경험할 수 있다. VR 고글을 끼고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1초 만에 뉴욕, 런던, LA, 시드니 등으로 이동한다. 호텔 예약하기, 식당에서 음식 주문하기, 쇼핑하기 등과 같은 상황을 경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글만 끼면 미국 로스엔젤레스의 비벌리힐스에 있는 옷가게가 눈 앞에 펼쳐진다. 점원이 ‘어서 오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Hi, Can I help you with anything?”라고 묻는다. 사용자가 “네, 부탁드려요.(Yes, please.)”라고 답하면 점원은 “선물하실 건가요 아니면 본인이 쓰실 건가요?(Is it a gift or is it for you?)” 라고 말한다. 사용자 답변 음성 인식을 통해 VR 속 인물 반응과 시나리오가 달라진다. 또 AI 기술로 억양, 발음 등을 분석해 답변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미국 요세미티, 런던의 웨스트민스터사원 등과 같은 관광 명소를 보는 재미도 있다. 비행기를 타고 외국에 나가지 않아도 해외에 있는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콘텐츠는 사용자가 직접 원어민과 대화하는 형식이다./마블러스 제공

‘눈떠보니’ 시리즈인 ‘눈떠보니 데이트 중’ ‘눈떠보니 헤어지는 중’ 등은 실제 생활에서 일어날 법한 상황을 체험할 수 있다. 직장인을 위한 비즈니스용 콘텐츠도 있다. 사용자가 외국에 나가 일하는 상황이 펼쳐진다. 영어로 프레젠테이션하기, 화난 바이어 응대하기, 상사가 지시한 스케줄 잡기 등의 현실과 밀접한 직장 생활 상황을 체험할 수 있다. 콘텐츠에는 모두 원어민만 등장한다. 또 90% 이상을 해외에서 촬영했다.

“학습자의 답변에 맞게 VR 속 인물의 답변이나 상황이 달라집니다. 더 높은 몰입감과 학습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시뮬레이션 기반 서비스이기 때문에 콘텐츠에 가장 신경 쓰고 있습니다. 기획부터 영상 촬영·제작, AI 개발 등 모두 내부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2018년 한양대학교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인간-컴퓨터 상호작용) 대학원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기술 개발 공부를 직접 하고 있습니다.”

최근 자체 개발한 감정 분석 엔진인 ‘미(MEE·Marvrus Emotion Engine)’./마블러스

학습자 음성이나 영상 데이터를 수집·활용해 기술 고도화 작업을 계속했다. 최근에는 자체 개발한 감정 분석 엔진인 ‘미(MEE·Marvrus Emotion Engine)’를 개발했다. 표정, 제스처 등 비언어적인 요소까지 분석한다. 표정, 시선 처리 등을 분석해 학습자의 몰입도, 집중도 등을 측정한다. 예를 들어 깜짝 놀라야 하는 상황에서 눈을 크게 뜨고 놀란 표정을 지으면 점수를 더 잘 받을 수 있다. 또 표준 웹 카메라만으로 사용자의 반응요소를 인식할 수 있게 했다. VR HMD(Head Mounted Display·머리 착용 디스플레이)를 쓰지 않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카메라만으로도 사용자의 학습상태를 진단할 수 있다.

‘마블러스’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2017년 교육부가 주최한 이러닝 우수기업 콘테스트에서 대상과 교육부총리상을 받았다. 또 2018년 G밸리 창업경진대회에서는 대상을 수상했다.

‘마블러스’의 임세라 대표./마블러스 제공

최근에는 이동 통신사나 교육 회사 등과 협업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SK텔레콤과 독점 계약을 맺어 2019년 SK텔레콤이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시작할 때 ‘스피킷 VR’을 함께 선보였다. 또 삼성 HR 전문기업인 멀티캠퍼스와 독점 계약해 비즈니스용인 ‘스피킷 VR -비즈니스 편’를 공개했다. 오는 9월에는 파트너십을 맺은 교육 기업 대교, 한솔교육과 함께 유아용 교육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홀로 시작한 사업은 어느덧 직원 30명을 거느린 회사로 성장했다. 현재 B2B(Business To Business·기업과 기업 간 거래) 고객사 수는 180여개, 서비스를 도입한 학교 수는 150여개다. B2C(Business To Consumer·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VR 사용자 수는 2만여명이 넘는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에는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으로 나갈 예정입니다. 또 VR HMD 없이도 모바일 앱에서 쉽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에요. 좋은 제품으로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데에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글 CCBB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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