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해서 타는 줄 알았던 5억 넘는 슈퍼카, 알고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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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이 산 람보르기니·마세라티, 전체 판매량의 70~80%
오너가 회삿돈으로 구입 후 가족 자가용 사용, 탈세 논란
담철곤 오리온 회장, 법인 서 산 슈퍼카 자녀 통학에 쓰기도

“성공해서 타는 차인 줄 알았는데, 그냥 회사차였네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른바 ‘슈퍼카’라 부르는 람보르기니·페라리 등 억대 수입차가 화제에 올랐다. 도로를 달리는 슈퍼카 대부분이 개인 소유가 아닌 법인차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찻값이 5억원을 넘는 일부 초호화 브랜드는 10대 중 9대 이상이 모두 회사 명의 차였다. 누리꾼들은 “슈퍼카를 타고 업무를 보러 다니느냐”, “사주 일가가 회삿돈으로 사치한다”는 등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근 몇몇 기업은 대표가 법인 명의로 슈퍼카를 여러 대 구매해 가족 자가용으로 쓴 사실이 알려져 비난받기도 했다.

람보르기니는 ‘우루스’ 모델 출시 이후 국내 판매량이 급증했다./워크맨 유튜브 캡처

◇수년 전부터 지적 나왔지만 규제 강화도 무색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통계를 보면 2020년 1~4월 팔린 람보르기니 자동차 84대 가운데 79대(94%)가 법인 명의로 나갔다. 80대 넘는 차 가운데 개인 명의로 산 차는 5대다. 같은 기간 수입차 전체 법인 구매 비율(37%)보다 2.5배가량 높다. 출시가 2억원대로 람보르기니에서 비교적 저렴한 우루스가 아닌 우라칸(3억원대) 6대와 아벤타도르(6억~7억원대) 7대는 모두 회사 명의로 산 차다. 

다른 브랜드도 상황은 비슷하다. 마세라티는 이 기간 팔린 275대 중 84%인 230대가 회사차다. 람보르기니나 마세라티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포르쉐는 법인차 비율이 2396대 가운데 1632대로 68%다. 같은 브랜드에서도 비싼 모델일수록 법인차 비율이 높았다. 이 밖에 기사가 VIP를 태우고 운전하는 쇼퍼드리븐(Chauffeur-driven) 자동차로 유명한 롤스로이스도 42대 중 39대가, 벤틀리는 63대 가운데 53대가 법인 명의로 팔렸다. 롤스로이스 팬텀 출시가는 6억원이 넘는다. 2010년대 들어 취득액이 25억9000만원에 달하는 부가티 베이런이 법인차로 팔린 적도 있다.

법인 명의로 슈퍼카를 사는 관행은 예전부터 있었다. 이들은 금융회사가 고객 대신 차를 사서 빌려주는 리스(lease) 방식으로 차를 구매한다. 매월 사용료를 내고 차를 탄다. 법인 명의로 리스한 차는 법인세와 소득세를 낼 때 사용료를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월 납부금을 비용으로 처리하면 세금을 매기는 기준인 과세표준액이 줄어든다. 차종에 따라 다르지만, 수백만원 이상 세금을 덜 낼 수 있다. 또 보험료나 기름값도 모두 법인이 부담한다. 사주 입장에서는 법인 명의로 차를 리스하는 게 이익인 셈이다.

법인 명의 슈퍼카 구매를 두고 누리꾼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문제는 업무용으로 차를 구해서 사적인 용도로 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법인 명의로 업무용 차를 사서 자가용으로 쓰면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 혐의를 받을 수 있다. 법인차는 세제 혜택도 받기 때문에 탈세 혐의도 피하기 힘들다. 미국이나 영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업무용 차를 타고 출퇴근하는 것도 법인차를 사적으로 쓰는 것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대학생이 슈퍼카 타고 유흥가 출입···“아빠 차 아닌 회사차”

우리나라에선 업무용으로 슈퍼카를 사서 본인이나 가족이 사적 용도로 썼다가 걸리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국세청이 6월 8일 회삿돈을 멋대로 쓴 자본가 24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20대 청년들이 법인 명의 슈퍼카를 타고 유흥업소를 드나든다는 제보를 받고 조사를 시작했다. 24명 중 한 명인 A씨는 창업주인 아버지에게 중견 기업을 물려받아 회사 명의로 슈퍼카 6대(총 16억원 상당)를 샀다. 이를 본인과 주부인 배우자, 대학생 자녀 2명이 자가용으로 끌었다. 사업가 B씨는 법인 명의로 13억원을 주고 슈퍼카 2대를 사서 주부인 배우자와 대학생 자녀에게 제공했다. 회사 명의 슈퍼카를 7대 보유한 사람도 있었다. 조사 대상자 평균 재산은 1500억원이었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은 회삿돈으로 16억원 상당 파텍필립 시계를 샀다는 의혹도 받았다./뉴스TVCHOSUN 유튜브 캡처

이런 논란은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에서만 생기는 게 아니다. 2011년에는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람보르기니, 포르쉐 등 법인 슈퍼카를 자녀 통학용으로 쓴 사실이 드러나 비난받았다. 당시 리스·보험료와 자동차세 등 5억7000여만원을 모두 계열사가 지불했다고 한다.

정부는 2015년 슈퍼카를 법인 명의로 사서 자가용으로 쓰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법인세법을 개정했다. 2016년부터 차량 운행일지를 쓰게 하고, 임직원 전용보험에 가입해야 비용처리를 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세법 개정 이후에도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2015년 페라리 법인차 비율은 77.7%였는데, 1년 뒤에는 77.4%였다. 람보르기니는 75%에서 80%로 법인차 비율이 도리어 5%포인트 올랐다. 운행일지는 거짓으로 꾸며 적고, 사주 가족을 비상임이사나 감사 등으로 올리면 임직원 전용보험 요건도 피해갈 수 있다.

수년째 비슷한 지적이 나오는데도 이렇다 할 추가 규제가 나오지 않자 일부 누리꾼은 “윗분들이 다 그렇게 사니까 못 건드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법인 자동차 번호판을 하·호·허 번호판을 쓰는 렌터카처럼 구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법인차 번호판을 눈에 띄게 만들면 눈치가 보여 슈퍼카 타고 학교에 가거나 놀러 다니기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다.

글 CCBB 영조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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