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없으면 친구 안 해요…명품 찾는 10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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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얼마예요?”
“110만원이요”

한 유튜브 영상에서 고등학생들이 서로의 가방·옷·신발이 얼마인지 물어보고 있다. 학생 신분이지만 루이비통·구찌·버버리·생로랑 등 들으면 누구나 알법한 명품 브랜드를 입고 있다. 금액대는 적게는 100만원대부터 많게는 60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최근 자신이 플렉스(flex) 한 명품을 말하자 모두 인정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플렉스는 젊은 층 사이에서 ‘부를 과시하다’라는 뜻으로 쓰는 유행어다. 

옷으로 이상형을 찾는 ‘룩개팅’ 콘텐츠에 ‘명품플렉스’ 편으로 고등학생들이 출연했다./ZAMSTER 잼스터 유튜브 영상 캡처

명품을 찾는 10대들이 점점 늘고 있다. 신세계 백화점은 1020세대의 명품 소비 증가율이 매년 20%대 이상씩 오른다고 밝혔다. 2020년 상반기에는 전년 대비 24% 늘었다. 현대백화점도 올 상반기 1020 명품 매출 증가율이 전년보다 35.1% 올랐다.  

◇명품 없으면 친구 사귀기도 힘들어 

학교에서 대부분 생활하는 학생에게 왜 명품이 필요할까. 이미 중·고등학교에서는 명품으로 친구를 가려 사귀는 일이 흔하다. 5년 전에는 노스페이스 점퍼를 입는 무리가 있었다면 지금은 더 비싼 명품 제품을 입는다. 비슷한 명품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끼리 다니는 ‘명품 팸’도 있다. 이 명품 팸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그들이 요구하는 명품을 사야 한다. 소위 ‘급’이 맞아야 무리에 끼워준다는 것이다. 

실제 스마트학생복이 2019년 12월 중·고등학생 358명을 대상으로 ‘명품 소비 실태’를 조사한 결과  56.4%가 ‘명품을 산 적 있다’고 답했다. 설문조사에서 눈에 띈 점은 10대들이 또래들과 어울리기 위해 명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명품을 사는 이유로 ‘친구들이 가지고 있으니 소외당하기 싫어서’(13.1%)가 2위를 차지했다. 또 10대 명품 소비의 문제점에 대해 청소년들의 의견을 묻는 질문에는 ‘명품 유무에 따라 친구들 간 계급이 나뉘는 것이 문제다’(31.6%)라는 의견이 2위에 올랐다. 청소년들이 꼽은 명품 소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경제적 능력보다 더 큰 명품소비’(35.5%)였다. 

KBS 뉴스 유튜브 크랩 유튜브 영상 캡처

비싼 명품을 사기 위해 평일 하교 후나 주말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아르바이트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학교 친구들끼리 ‘명품 계모임’에 들기도 한다. 5~6명이 모여 계 모임을 만들고 10만원씩 걷는다. 생일이나 기념일을 맞는 친구에게 선물하고 자신의 생일을 기다리는 방식이다. 자신도 원하는 명품을 선물 받는다는 믿음에 흔쾌히 돈을 낸다. 온라인에서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도 있지만 친구들에게 정품 보증서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백화점에서 정가로 구입하기도 한다. 온라인몰에서 판매하는 명품은 상당수가 병행수입(개인이나 일반 업체가 해외 편집숍·아울렛 등에서 수입해 국내에서 판매) 제품으로 정품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 

일부 학생들은 명품을 많이 소유한 것처럼 보이려고 제품을 구입하고 되팔기를 반복한다. 명품을 산 뒤 자신의 SNS 채널에 사진을 올려 자랑하고 중고거래 사이트에 다시 되팔아 또 다른 명품을 사는 것이다. 새로운 명품의 인증샷을 올리면 인친(인스타그램 친구의 줄임말)들의 관심과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다.

18살 자퇴생 유튜버 ‘DASA다사’ 영상 캡처

◇10대들의 명품 플렉스, 이대로 괜찮을까 

이 대열에 끼지 못하는 학생들은 부러움과 현타(현실 자각 타임·자기 처지를 깨닫고 허탈감을 느끼는 상태를 뜻하는 신조어)를 느낀다. 명품을 구매하지 못하니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힘든 학생들도 많다. 10대의 명품 소비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명품 소비가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이다. 학교에서 교복밖에 입을 게 없는데 명품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이런 명품 소비문화가 위화감 조성, 따돌림 등의 부작용을 낳는다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명품을 갖고 다니는 학생들이 늘어나자 교내 절도·도난 사건도 덩달아 늘었다. 고가의 아이템을 훔치거나 자신보다 약한 친구의 물건을 빼앗는 등 학내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일부 학교에서는 CCTV 설치까지 고려 중이다. 학생들의 절도·사기 등의 범죄까지 늘었다. 2019년 광주에서는 명품 패딩을 훔쳐 달아난 고등학생들이 SNS에 훔친 옷을 자랑하는 사진을 올렸다가 경찰에 붙잡힌 사건도 발생했다. 미성년자여서 피의자를 특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던 경찰은 어린 학생들이 SNS에 인증샷을 올린다는 사실을 알고 ‘#명품브랜드명’· ‘#광주얼짱’ 등을 검색했다. 그 결과 CCTV 인상착의와 일치하는 계정을 발견했고 특수절도 혐의로 고등학생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MBC 뉴스 영상 캡처

청소년들이 명품에 집착하는 이유가 젊은 세대가 느끼는 심리적 불안감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보통 고등학생의 경우 좋은 대학을 가면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좋은 대학을 가도 안정된 미래를 보장받기 어려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요즘 청소년들은 자아존중감을 느끼기 쉽지 않다. 자아존중감은 자기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이며 어떤 성과를 이루어낼 수 있는 유능한 사람이라고 믿는 마음이다. 자아존중감이 있어야 정체성을 제대로 확립할 수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공부를 잘하는 극소수 학생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학생은 자신이 가치로운 인간이라는 생각을 갖기 어렵다”며 “내면의 불안감과 부족함을 허세와 과장으로 뒤덮는 행태를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구들에게 명품을 자랑하거나 SNS에 과시함으로써 비싸고 아름다운 명품을 살 수 있는 안목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것이다. 평소에는 돈을 안 쓰고 모았다가 한 번에 쓰는 ‘플렉스’ 문화가 유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간을 견딘 것에 대한 보상을 명품 소비로 해소하는 것이다.  

글 CCBB 잔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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