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알바 때…’ 그의 한마디에 팬들은 이렇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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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선거 바로 잡고 ‘파맛’ 출시하는 농심켈로그

미스터트롯, 깡 열풍에 광고 모델 요청 쇄도

팬슈머 입김 매출 증대로 이어져

“16년간 기다려온 그 맛이 온다.”

파맛 첵스 출시를 예고하는 영상. / 켈로그 코리아 유튜브 캡처

유튜브에 등장한 6초짜리 영상. 트로트 가수 태진아의 ‘미안미안해’가 배경음악으로 깔리며 초콜릿 맛 시리얼 ‘첵스’ 위에 파가 뿌려진다. 무슨 조합인가 의문이 들겠지만 16년 전 ‘그 사건’을 기억한다면 무릎을 칠 것이다. 16년 전인 2004년 12월 농심켈로그는 ‘첵스 초코나라 대통령 선거’ 이벤트를 열었다. 당시 선거에 출마한 후보는 둘이다. ‘더 진하고 부드러워진 밀크 초콜릿 맛을 첵스초코 안에 넣어 준다’는 기호 1번 ‘체키’와 ‘첵스초코 안에 파를 넣어 준다’는 기호 2번 ‘차카’였다. 농심켈로그 측은 더 많은 표를 받아 당선된 후보의 맛으로 첵스를 생산한다고 했다.

원래대로라면 어린이 소비자가 좋아하는 초콜릿 맛을 앞세운 ‘체키’가 많은 표를 얻어야 하지만 모두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2004년 12월11일 기준 차카가 5만9904표를 얻어 체키(1만6311표)보다 앞서나갔다. 예상치 못한 파맛을 만들 상황이 된 농심켈로그는 조사를 시작했다. 그 결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파맛 몰아주기’였던 것을 발견했다. 농심켈로그는 정보 보안 업체를 동원해 무효표를 삭제했고 ARS 및 현장 투표를 더해 최종 당선 후보를 ‘체키’라고 발표했다.

당선 후 감사 인사를 전한 영상. 투표는 16년 전에 끝났지만 3~4년 전까지 누리꾼은 “표를 던지는 사람은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다. 표를 세는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건강한 파 가져와라” 등 체키의 승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댓글을 줄기차게 남겼다. / aniframe2001 유튜브 캡처

이에 누리꾼은 “명백한 부정선거다”, “우리의 파맛 첵스초코를 돌려달라” 등의 반응을 보이며 체키와 농심켈로그를 규탄했다. 몇 년이 지나도 ‘파맛 첵스 사건’으로 불리며 계속 회자됐고 파맛 첵시 출시를 요청했다. 10주년, 15주년에는 기념 그림도 가끔 올라왔다.

이런 소비자 요청에 농심켈로그는 ‘그 사건’ 발발 16년 만에 파맛 첵스 출시를 예고했다. 현재 시식단 모집이 끝났고 올해 7월 중에 판매할 예정이라고 한다. 누리꾼들은 “민주주의의 승리”, “차카의 시대가 오겠어요? 아, 오지요, 100% 오지요. 그거는 반드시 올 수밖에 없죠”와 같은 댓글을 남기며 16년 동안 기다린 차카의 귀환을 자축했다. 농심켈로그 측도 “16년 동안 관심을 두실 줄 몰랐다. 우리도 매년 신제품 회의에서 파맛 첵스 안건이 올라왔지만 개발 과정과 소비자 선호도 등을 고려해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최근 식품업계에서는 이처럼 소비자 요청을 반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요청에 따라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거나 소비자가 선호하는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발탁하기도 했다. 브랜드에 관심을 갖고 생산과 마케팅에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팬슈머(팬을 뜻하는 영어 Fan과 소비자를 뜻하는 Consumer를 합친 단어)’라 한다. 팬슈머가 영향을 미친 브랜드를 알아봤다.

한 트위터 이용자가 파맛 첵스 부정선거 15년을 맞이해 올린 그림(좌). 2020년 소비자 요청에 출시를 앞둔 파맛 첵스(우). / 이온BI 트위터, 농심켈로그 홈페이지 캡처

‘1일 1깡’ 열풍에 합류한 ‘농심’

가수 ‘비’의 ‘깡(GANG)’ 뮤직비디오는 2020년 6월23일 기준 조회 수 1570만1056회를 달성했다. 사실 이 곡은 2017년 발매 당시에는 혹평을 받고 음원 사이트 100위권 안에도 들지 못했다. 3년이 지난 지금 ‘깡’은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특정한 문화 요소와 콘텐츠)’ 열풍을 타고 재조명받았다. 사람들의 관심과 조롱을 동시에 받으면서 ‘깡’을 패러디하는 영상이 점점 늘었고 결국 ‘깡 열풍’이 시작됐다.

‘1일 1깡(하루에 한 번씩 비의 깡 영상을 보는 것)’이 필수로 자리 잡았다. 깡의 매력에 빠진 누리꾼은 댓글로 농심을 소환해 비를 ‘새우깡’ 광고 모델로 섭외하라는 요청을 보냈다. 며칠 후 농심은 비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것으로 팬슈머 성원에 화답했다. 농심 측은 “새우깡에 한층 젊고 친근한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농심은 ‘새우깡 대국민 챌린지’를 열고 우수작을 선정해 비와 함께 광고를 만들어 갈 예정이라고 했다.

비와 새우깡 콜라보레이션 광고를 예고하는 영상. / 농심 유튜브 캡처

미스터트롯 眞, 무명 때 마시던 커피 브랜드 광고모델로

매일유업은 미스터트롯 우승자 임영웅을 자사 커피 브랜드 ‘바리스타룰스’ 모델로 섭외했다. 이 역시 팬슈머를 통해 성사된 계약이다.

임영웅은 미스터트롯 참여 전 무명 시절에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왔다. 그때 올린 여러 영상에서 해당 제품을 즐겨 이용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그는 당시 편의점 아르바이트 시절을 회상하며 ‘그 커피’의 팬인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영상이 미스터트롯 출연 이후 SNS를 통해 알려지자 ‘영웅시대(임영웅 팬클럽 이름)’가 직접 나섰다. 이들의 적극 추천으로 매일유업은 해당 제품 광고 모델로 임영웅을 발탁했다.

좋아하는 제품의 광고 모델이 된 임영웅. 그는 “팬분들 덕분에 성사된 광고인 만큼 더 특별하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 임영웅 유튜브 캡처

과거부터 시작된 팬슈머 입김…매출 증대로 이어져

버거킹은 팬슈머 요청에 5월 ‘붉은대게 와퍼’를 재출시했다. 붉은대게 와퍼는 버거킹에서 2017년 여름 한정으로 출시했던 메뉴였다. 워낙 맛있어 호평을 받았지만 한정판인 만큼 아쉬움을 뒤로하고 판매를 중단해야 했다. 이 맛이 그리웠던 팬슈머는 재출시 요청을 끊임없이 요구했고 버거킹은 3년 만에 해당 메뉴를 리뉴얼해서 출시했다. 출시 4주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개를 돌파했다. 팬슈머 요청에 답한 보상인 셈이다.

사실 이런 팬슈머의 영향은 과거부터 이어져 왔다. 한창 ‘펭수 열풍’이 불 때 동원참치에는 펭수를 광고모델로 섭외하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펭수는 남극에서 온 펭귄으로 참치를 주로 먹기 때문이다. 연습생인 펭수의 ‘벌이’를 생각하는 것은 물론 더 가까이에서 만나고 싶은 팬슈머의 마음이었다. 결국 동원F&B는 펭수와 함께 동원참치 광고를 패러디한 영상을 제작해 올렸고 모델로 발탁했다. 펭수가 출연한 참치 광고는 공개 45일 만에 유튜브 조회 2000만회를 돌파했고 동원참치 매출은 12% 증가했다.

동원참치 광고. 아이돌 손나은씨와 함께 촬영했다. / 동원F&B 유튜브 캡처

이처럼 팬들은 자신의 좋아하는 스타를 위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해당 브랜드 모델로서 적합한 이유를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광고주를 설득한다. 브랜드 입장에서도 이를 거절할 이유가 없다. 이미 열혈 팬층이 생성된 모델을 기용하면 안정적인 소비층을 확보한 셈이기 때문이다. 임영웅을 모델로 발탁한 매일유업 측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임영웅 커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시너지가 컸다”고 밝히기도 했다.

매출 증대로도 이어진다. 최근 임영웅을 모델로 한 쌍용차의 G4 렉스턴 5월 판매량은 4월보다 61% 늘었다. 또 임영웅이 광고에 입고 출연한 셔츠는 3주 동안 510%나 증가했다고 한다. 식품업계뿐 아니라 소비시장 전반에서의 팬슈머는 무시할 수 없는 하나의 큰 트렌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브랜드에 애정을 갖고 있는 소비자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는 것이 이제는 제품을 만들 때나 광고를 만들 때 당연히 고려해야 할 사안으로 자리 잡았다”면서 “수용할 수 있는 의견이면 최대한 반영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글 CCBB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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