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다니고 김밥집도 해봤지만 결국 제 일은 이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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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플레이 심사역 최재웅
GS→삼성→주점 사장→심사역
스타트업 찾아 투자하고 함께 성장

스타트업이 성장하려면 이를 돕는 투자는 필수다. 금전적인 투자뿐 아니라 해당 분야 멘토의 자문, 사업성 평가 등이 필요하다. 벤처캐피털(VC·Venture Capital)이 바로 그런 곳이다. 많은 스타트업 중 성장 가능성이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해 기업 가치를 높여나간다. 벤처캐피털 내에서도 심사역은 투자 가치가 있는 스타트업을 물색하는 현장 최전방에 있는 사람들이다.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사람이 있다. 벤처캐피털 퓨처플레이의 최재웅(38) 심사역이다. 그는 심사역으로 근무하기 전 대기업, 자영업 등을 거쳤다. 서울 역삼동 퓨처플레이 사무실에서 최재웅 심사역을 만나 심사역으로 일하게 된 사연을 들었다.

최재웅 심사역 / jobsN

◇대기업 다니면서 장사 시작

-첫 직장은 어디였나요?

“대학원 졸업 후 2012년 7월 GS 칼텍스에 입사했습니다. 여수 사업장에서 사업 타당성 평가를 담당했는데, 지방 생활이 너무 안 맞았어요. 결국 1년 만에 삼성전자로 이직했습니다.”

-삼성전자에서는 어떤 일을 했나요?

“지원할 때 희망 부서를 1지망부터 3지망까지 씁니다. 입사 후 배치받은 곳은 셋 중 어디도 아닌 프린팅 솔루션 사업부였어요. 프린터기에 들어가는 구동부의 소음을 담당했어요. 그때 삼성전자가 프린터 사업을 하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일이 지루하기도 하고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2015년 친구들과 함께 회사 근처에 김밥집을 차렸습니다.”

-잘 됐나요?

“김밥집을 하던 중에 카페 겸 바를 시작했습니다. 친구들과 술을 먹다 보니 이럴 바엔 우리가 파는 게 낫지 않나 싶어서 시작했어요. 그렇게 시작하고 두 군데 더 차렸습니다. 마지막 한남동에 연 곳이 가성비 좋은 술집으로 알려져서 손님들이 많이 찾았어요. 마지막에 연 곳을 빼고 차례로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가성비가 너무 좋아 남는 게 없었습니다. 결국 한남동에 차렸던 곳도 상권이 죽어가면서 2020년 1월 정리했죠.”

취미 활동으로 레이싱을 즐기는 최재웅 심사역. / 본인 제공

◇퇴사 후 주변 추천으로 이직

-회사는 계속 다녔나요?

“2017년 1월 삼성전자도 그만뒀습니다. 대기업 생리와는 잘 안 맞았습니다. 불합리한 점도 많아서 퇴사했죠. 중간에 박사과정을 위해 대학원도 다녔어요. 졸업하면 다시 대기업이나 연구 쪽으로 가려고 했는데 적성에 안 맞더라고요. 그러던 중 한 달 동안 지인 3명에게 VC 심사역을 해보라는 추천을 받았습니다. 속는 셈 치고 지원했습니다.”

-왜 퓨처플레이었나요?

“퓨처플레이는 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회사예요. 제가 기계공학을 전공하기도 했고 잘 맞아서 지원했습니다. 붙을 줄 몰랐어요. 사실 VC가 어떤 곳인지 탐색하려고 지원한 회사였는데 합격해서 입사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VC나 심사역에 대해 잘 몰랐죠.”

-적응하는데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보통 회사라면 교육을 하는데, 여긴 그게 없었어요. 첫 출근에 IR 미팅에 들어갔습니다. 바로 현장에 나가 직접 몸으로 부딪치면서 배워야 해요. 어느 정도 스스로 공부하고 모르는 건 물어보면서 배웠어요. 3개월까지는 정신없었고 6개월 정도 지나니까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투자할만한 회사를 보는 눈은 없었어요.”

퓨처플레이에서 투자하고 있는 스타트업 일부분 / 퓨처플레이 홈페이지

◇1년에 200~300개 회사 만나

최재웅 심사역이 1년에 만나는 스타트업은 200~300개라고 한다. 이중 직접 발굴해 투자까지 이어진 곳은 7개다. 회사 성향에 맞는 기술 스타트업을 위주로 찾는다. 심사역은 회사 성향도 중요하지만 자신만의 심사 기준이 필요하다.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기준이 있나요?

“짧은 시간 내에 돈을 벌 수 있는지를 봅니다. 성장성도 중요하지만 기업은 사업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또 대중이 아는 분야여야 해요. 기존 시장에 대기업이 있거나 유통과 어느 정도는 맞닿아 있는 사업이어야 합니다. 추후 대기업과의 협력 혹은 인수 가능성이 어느 정도 보여야 하죠. 암세포를 세부적으로 분석하는 ‘크립토스 바이오 테크놀로지’, 선박자율운항을 연구하는 ‘씨드로닉스’ 등이 여기에 부합합니다. 이렇게 찾은 스타트업에 투자하기까지 1~2개월 정도 걸립니다.”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리 기술에 대한 경력과 경험이 있다고 해도 잘 모르는 분야가 많습니다. 눈에 띄는 곳이 있다면 직접 자료를 요청해요. 지인 중 해당 분야 전문가를 찾아서 스타트업 관계자와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저도 함께 참석해 듣고 모르는 건 물어보면서 많이 배웁니다. 인터뷰 후 지인의 의견도 듣고 심사를 거쳐 투자 여부를 결정하죠. 공부도 중요하고 얼마나 빨리 내 네트워크를 활용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다양한 경험을 했는데 심사역에 도움이 됐나요?

“도움이 많이 됐죠. 예를 들어 삼성전자에서 일한 경험을 통해 기술 양산 여부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어요. 또 요식업 관련 스타트업을 볼 때는 단가나 주방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잘 아니까 심사할 때 조금 더 날카로운 시각으로 판단할 수 있고 조언도 해줄 수 있습니다. 인맥도 큰 도움입니다. 대학원 동기나 선·후배는 박사를 취득한 전문가여서 도움을 많이 받고 있죠.”  

-다양한 일을 했고 이직도 많이 했는데, 심사역은 잘 맞나요?

“잘 맞아요. 작게는 팀, 넓게는 회사에 보고 배울 게 많은 분이 있어서 좋아요. 다양한 분야를 접하다 보니 하루하루가 재밌게 흘러갑니다. 대기업에서는 연초에 1년짜리 계획을 세우고 그 안에서 비슷한 일상을 반복하는데 저랑은 잘 안 맞았어요. 이곳에서는 트랜드가 빠르게 바뀌고 회사가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고 함께 크니까 흥미로워요. 또 꿈과 희망으로 찬 열정적인 스타트업을 보는 것도 동기부여가 됩니다. 최근 들어 평생을 이렇게 살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밌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는요?

“거창한 생각을 하면서 살지 않고 지금 하루가 재밌으면 만족합니다. 다만 저나 회사가  투자한 스타트업이 잘 됐으면 좋겠고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제가 관심 있는  분야에서 투자를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습니다.”

글 CCBB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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