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빨간 마스크’ 괴담을 알고 있다면,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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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게 딱! 좋아!’ 이동규 작가

90년대생 필수였던 추억의 만화

‘탑골 열풍’에 추억 되새기는 웹툰 준비 중

“내가 예쁘니? 그럼 나랑 똑같이 만들어 줄게.”

빨간 마스크를 쓴 여성이 다가와 아이들에게 자신의 얼굴이 예쁘냐고 묻는다. 이때 예쁘다고 답하면 여성이 마스크를 벗는데, 입은 귀밑까지 찢어져 있다. 그는 자신과 똑같이 해준다면서 아이들의 입을 찢는다.

과거 유행했던 빨간 마스크 괴담이다. 일본에서 시작한 이 괴담은 1980년대부터 한국에도 퍼졌다. 이야기만으로도 무서운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 1990년대 초등학생, 중학생을 공포에 떨게 만든 사람이 있다. 바로 ‘이동규 작가(필명 이구성)’다. 이동규 작가는 ‘무서운 게 딱! 좋아!’, ‘으악! 너무 너무’ 시리즈를 그린 어린이 만화 작가다. 서울 장충동 화실에서 그의 근황을 들을 수 있었다.

이동규 작가 / jobsN

◇김기백 화백 문하생에서 ‘주간만화’ 신인 작가로 데뷔

이동규 작가는 학창 시절 미술을 좋아하고 잘하기도 해서 미대 진학이 목표였다. 그러나 성적 때문에 미대 진학에 실패했다. 대학은 나와야 할 것 같아서 한 전문 대학교 토목과에 입학했다. 이것이 이동규 작가가 만화가의 길을 가게 된 계기였다고 한다.

“가고 싶던 미대에 떨어지고 방황했어요. 그냥 전공을 살려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해야 하나 싶었죠. 공부하다가도 평소 낙서하는 걸 좋아해 공책에 만화를 자주 그렸습니다. 하루는 저녁에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는데 창밖을 보니 해가 떠 있었죠. 학창 시절 공부를 하면서도 밤을 새운 적이 없었는데 만화를 그리다가 밤을 새운 거예요. 그때 제가 만화를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군대 다녀와서 본격적으로 만화를 시작했죠.

‘행운아’ ‘대성공시리즈’ ‘인생마라톤시리즈’로 유명한 김기백 화백 문하생으로 들어갔습니다. 만화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처음부터 배워보자는 생각이었죠. 먹칠 담당부터 시작해 만화가 어떻게 탄생하는지 과정을 익혔습니다. 그러다 1987년 창간한 만화 전문지 ‘주간만화’에서 신인 만화 공모전이 열렸어요. 신인상을 받고 전속작가로 데뷔했습니다.”

이동규 작가의 대표작 팔방도사. / 이동규 작가 제공

◇’으악! 너무 너무’ 시리즈에서 ‘무서운 게 딱! 좋아!’까지

-주간만화에서는 어떤 만화를 그렸나요?

“독자들이 보내준 사연을 만화로 그리기도 했고 ‘팔방도사’라는 성인 만화를 연재하기도 했어요. 당시 어린이 만화를 그리고 싶었지만 챔프, 아이큐, 점프가 아닌 주간조선에 연재하고 있던터라  하고 싶었던 어린이 만화보다는 잡지에 실을 수 있는 만화를 그렸죠. 그러다 1995년에는 ‘소년조선일보’로 거처를 옮겨 2년 동안 ‘헬로 뚝딱이’를 연재했습니다.”

-‘무서운 게 딱! 좋아!’는 언제 시작했나요?

“2001년 계림출판사에서 ‘으악!’ 시리즈 연재를 함께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저는 무섭다, 슬프다, 놀랍다, 별나다 등을 맡았어요. 그때 ‘으악! 너무 너무 무섭다!’가 큰 인기를 얻어 2002년부터 무서운 이야기만 모은 ‘무서운 게 딱! 좋아!’ 시리즈를 시작했습니다. 워낙 인기가 많아서 교보문고 ‘베스트 셀러’ 매대에 있는 책 10권 중 8권이 다 ‘무서운 게 딱! 좋아!’였어요.”

-책에 실린 무서운 이야기는 어디에서 영감을 얻은 건가요?

“처음엔 만나는 사람마다 ‘무서운 이야기 좀 해달라’고 해서 작업했죠. 아무래도 한계가 있어 ‘전설의 고향’ 에피소드, 인터넷 공포설, 기존에 있던 공포 이야기 등을 각색해서 싣기도 했습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으악 시리즈에 담았던 저승을 알려주는 친구 이야기예요. 주인공과 친구는 어렸을 때 둘 중 먼저 죽은 사람이 저승 여부를 알려주자고 약속을 합니다. 그런데 친구가 먼저 죽었어요. 그 이후 주인공은 밤마다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시달립니다. 그 벨 소리는 주인공에게만 들리는 것이었죠. 결국 전화국에 가서 확인해보니 매일 밤 전화 걸려오는 곳은 죽은 친구네 집이었어요. 저승이 있는지 없는지 알려주려고 전화한 거죠. 그때 그 전화번호를 화실 전화번호로 했어요. 한동안 전화가 엄청나게 와서 기억에 남아요.”

‘무서운 게 딱! 좋아!’ 표지

◇쉽지 않은 웹툰 준비, 그래도 도전할 것

‘무서운 게 딱! 좋아!’ 전체 시리즈 중 17권을 그렸다. 당시 교훈을 주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던 어린이 만화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지금까지 ‘무서운 게 딱! 좋아!’ 시리즈는 ‘그리스·로마 신화’, ‘코믹 메이플 스토리’, ‘살아남기 시리즈’와 함께 1990년대생 필수 만화로 남았다.

-인기 만화인만큼 루머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어린이 만화인데 무섭고 잔인하게 그려 유해도서로 선정됐다는 루머가 있었는데, 사실이 아닙니다. 많이 알려진 이야기지만 여자 주인공이 나올 때 항상 등장하는 경희와 선애는 대학 시절 좋아했던 학교 후배들 이름입니다. 직접 만나 밥도 사주고 책을 직접 전해주기도 했습니다. 또 인기 작품을 맡아서 제가 돈을 많이 벌었을 거라고들 생각해요. 그러나 당시 계약을 인세 계약이 아닌 매절 계약(페이지 단위로 원고료를 받는 것)을 해서 월급 정도만 벌었습니다.”

-이후 어떻게 지내셨나요?

“‘똥 눌 때 보는 만화’, ‘빨간 마스크’, ‘파란 마스크’, ‘으악 귀신이 보여’ 등을 출간했고 홍보만화도 많이 그렸습니다. 한국만화가협회 이사로도 있습니다. 만화 초·중·고등학교에 강의도 나갔고 신라대학교에서는 시각디자인학과 겸임 교수로도 활동했죠. 초등학교, 중학교에 특강을 나갈 때면 처음엔 반 정도는 제 만화를 알아봤는데 갈수록 줄더군요. 이제는 “‘무서운 게 딱! 좋아!’ 그린 이동규입니다”라고 소개하면 선생님들이 어렸을 때 봤다고 아는 척을 해주시더라고요. 어린이 독자들이 벌써 이만큼 컸다는 것을 느낍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그동안 강의를 많이 다녔어요. 이제 본업으로 돌아와 다시 펜을 잡으려고 합니다. 최근 ‘탑골’ 열풍이 불기도 했고 곧 7~8월 공포 시즌을 앞둬서 ‘무서운 게 딱! 좋아!’ 웹툰 재연재 준비 중입니다. 책에서 재밌었던 에피소드를 뽑아서 하려고 했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계림출판사에 저작권 문의를 했는데, 저작권은 다른 계열사에 있다고 하더군요. 또 계약서에 ‘’무서운 게 딱! 좋아!’에서 생기는 모든 권리는 갑이 영구히 갖겠다’는 조항이 있었어요. 재연재를 하려면 을이 권리를 사용할 수 있다거나 을에게 돌려준다는 내용을 문서로 받아야 합니다. ‘무서운 게 참 좋아!’처럼 제목이나 내용을 바꾸는 쪽으로도 생각했지만 그시절 어린이 독자를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포기했습니다. 하루빨리 저작권 문제를 해결해서 웹툰을 시작하고 싶습니다.”

글 CCBB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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