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이 ‘흑인 목숨 소중’ 외치는 건 모순이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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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기업문화 변화 요구
아디다스·나이키 “흑인·라틴계 30% 채용” 등
흑인 채용 할당제 도입·흑인사회 지원키로
아시아계선 “흑인만 챙기느냐” 역차별 지적

5월25일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진압 도중 사망했다. 백인 경찰 데릭 쇼빈이 8분여간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압박했다. 플로이드는 이미 수갑을 차고 땅 위에 엎드려 있는 상태였다. 진압 영상이 SNS에서 퍼지면서 미국 흑인 사회에서 분노가 일었다. 데릭 쇼빈은 사건 이후 징역 최대 40년을 선고받을 수 있는 2급 살인죄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시민들의 분노는 그치지 않았다. 흑인뿐 아니라 백인·아시아계까지 나서서 흑인 차별을 반대하는 ‘BLM(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6월 13일 광화문 주한미국대사관 외벽에 이 문구가 적힌 배너가 걸리기도 했다.

데릭 쇼빈이 조지 플로이드를 진압하는 장면./CBS This Morning 유튜브 캡처

BLM 운동은 인종차별 반대에서 나아가 기업문화 변화까지 요구하고 있다. 플로이드 사망 이후 여러 글로벌 기업이 공식 SNS를 통해 흑인 차별 반대 운동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냈다. 구글은 “우리는 인종 평등을 추구하는 모든 이들을 지지한다”고 했다. 넷플릭스는 “인종차별에 침묵하는 것은 공모하는 것과 같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아디다스는 5월 30일 나이키가 올린 인종차별 반대 트윗을 리트윗했다가 직원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미국 아디다스에서 근무하는 한 흑인 직원이 “아디다스 기업문화부터 공평하지 않다”며 공개 사과를 요구한 것이다. 6월 5일부터는 흑인 직원들이 사옥 앞에서 항의 시위를 시작했다.

◇흑인 스타 이용하면서 임원진은 백인···“흑인 더 뽑아라”

아디다스 흑인 직원들은 회사 직원 가운데 흑인 비율이 낮은 것을 문제 삼았다. 또 임원진도 백인이 독차지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 결과 아디다스 경영진 6명과 16명의 이사진 가운데 흑인은 한 명도 없다고 한다. 경쟁사인 나이키도 이사진 13명 가운데 10명이 백인이라고 한다.

아디다스 흑인 직원들은 “2021년까지 모든 직급에서 흑인과 라틴계 직원 비율을 31%까지 올리라”고 요구했다. 또 “매년 흑인 사회에 5000만달러(약 605억원)를 지원하라”고 했다. 직원들은 글로벌 스포츠의류 회사가 마이클 조던·타이거 우즈 등 흑인 스타를 광고에 내세워 막대한 돈을 벌면서도 흑인 사회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최근 미국 아디다스 직원 83명은 이사회에 인사 담당 간부가 사내 인종차별 문제에 제대로 대처했는지 조사해달라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인종차별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사측에 보복당하지 않게 안전망을 마련해달라는 것이다.

흑인 직원들의 반발을 불러온 아디다스의 트위터./아디다스 트위터 캡처

나이키가 이 같은 사회적 요구에 먼저 화답했다. 나이키는 6월 5일 “앞으로 4년 동안 흑인 사회에 4000만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아디다스도 6월 9일 “앞으로 신규 채용 인원 가운데 30% 이상을 흑인과 라틴계로 채우겠다”고 발표했다. 또 “향후 4년간 흑인 사회에 2000만달러를 투자하겠다”라면서 “5년 동안 50개 대학에 다니는 흑인 학생에게 장학금도 지급하겠다”고 했다. 지금껏 일부 국가에서 여성에게 채용이나 승진 자리를 보장하는 여성할당제를 실시해왔다. 앞으로는 특정 인종의 사회적 진출을 돕는 ‘인종할당제’가 생기는 셈이다.

◇인종차별 반대에도 ‘아시아계는 여전히 소외’ 지적도

미국에서 흑인보다 비주류로 차별받는 아시아인도 BLM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인종차별이 사라지는 것은 소수 인종인 아시아인에게도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업문화 개선으로 아시아인은 더 차별을 받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디다스는 이번 조직 개선안에서 흑인과 라틴계만 의무 채용 대상에 넣었다. 제도 개편 이후 조직 내 흑인 직원 비율이 올라갈 수는 있지만, 아시아인은 입사에 더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흑인과 라틴아메리카계 사람들까지만 차별하지 말자는 이야기냐”는 것이다.

필리핀계 사업가 후아닐로와 그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한 리사 알렉산더./CBS News 유튜브 캡처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각지에 거주하고 있는 아시아인은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묻지마 폭행을 당했다. 지난 3월 20대 한국인 여성 오모씨는 뉴욕 맨해튼에서 흑인에게 주먹으로 얼굴을 맞았다. 아시아인인데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며 봉변을 당했다. 우리나라에서 BLM 운동에 지지를 보내려는 움직임이 일어나자 일각에서 “흑인에게도 차별받는 아시아인이 ‘BLM’을 외치는 것은 모순”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또 “마약·절도·무장 강도 등 9차례나 중범죄를 저지른 플로이드에게 동정심을 가져야 하느냐”는 주장도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필리핀계 남성이 18년째 살아온 집 앞에 ‘흑인 목숨도 중요하다’는 문구를 분필로 적다가 인종차별을 당해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6월 12일 샌프란시스코 부촌 퍼시픽하이츠에 거주하는 사업가 제임스 후아닐로가 동네를 산책하던 백인 커플에게 항의를 받았다. 이 여성은 뒷짐을 진 채 “집 주인을 알고 있다”라면서 “낙서는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것”이라 훈계했다. 아시아인이 값비싼 집에 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집주인을 안다고 거짓말한 것이다. 후아닐로를 경찰에 신고하기까지 한 이 여성은 화장품 회사 라페이스의 CEO 리사 알렉산더였다. SNS에서 거센 비난을 받은 알렉산더는 결국 “내 일이나 신경 써야 했다”라며 사과문을 올렸다.

글 CCBB 영조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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