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명이 우르르…러시아에서 인기 장난 아닌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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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스타 민경하씨
‘러시아의 유재석’ 세르게이 스틸라빈과 운명적 만남
한·러 가교되는 민간 외교관 꿈꿔

러시아에서 연예인 못잖은 인기를 누리는 한국인이 있다. 한국인 최초로 유튜브에서 러시아어 채널을 만들었다. 한국 문화, 역사, 뷰티, 패션, 언어 등 한국 관련 콘텐츠를 러시아어로 소개한다. 현재 구독자는 65만명,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19만명에 달한다. 특이한 점은 구독자 90%가 러시아 등 현지 네티즌이라는 것이다. 러시아 유명 블로거와 연예인이 만남을 바랄 정도로 러시아에선 인기 스타다. 유튜브 채널 ‘KYUNGHA MIN’을 운영하는 유튜버 민경하(29)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유튜버 민경하씨. /본인 제공

-자기소개해 주세요.

“유튜브 채널 ‘KYUNGHA MIN’을 운영하는 민경하입니다. 5년째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어요. 한국어, 한국 문화 관련 콘텐츠를 러시아어로 전하고 있습니다.”

◇영어·러시아어·일본어·아프리카어 4개 언어 능통자

중앙대학교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한 민씨는 어렸을 때부터 외국 생활을 오래 했다고 한다. 한국, 영국, 필리핀, 러시아, 아프리카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여행을 좋아해 지금까지 돌아다닌 나라만 50개국에 달한다.

“영국에서 대학원을 다니시던 아버지를 따라 어릴 땐 영국에서 살았어요. 중학교 땐 방학 때마다 필리핀에서 지내면서 영어를 배웠어요. 일본어는 10살 때부터 했습니다. 역사를 배우면서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저지른 만행을 알았죠. ‘직접 사과받아야겠다’는 마음에 일어를 배웠습니다. 고등학교 때 JLPT(Japanese Language Proficiency Test·일본어능력시험) 1급을 취득하기도 했어요. 대학생 땐 휴학한 후 아프리카 케냐와 탄자니아 국경에 있는 나망가에서 6개월간 지냈습니다. 보육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주고 다른 나라의 문화를 소개했어요.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그때 아프리카 토속어인 스와힐리어를 익혔습니다. 러시아어는 대학생 시절 배웠습니다. 열심히 공부해 교환학생 기회를 얻었어요. 블라디보스토크와 우수리스크에서 공부했습니다.

아프리카 케냐와 탄자니아 국경에 있는 나망가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모습. /본인 제공

어릴 때부터 여행도 많이 다녔어요. 아빠께서는 학교 공부도 중요하지만 여행을 하면서 견문을 넓히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어릴 때부터 외국 생활을 하면서 외국인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었어요. 새로운 문화를 알아가고 사람 만나는 게 즐거웠습니다. 대학 시절 터키, 불가리아, 세르비아, 알바니아, 보스니아 등을 6개월간 혼자 여행했습니다. 히치 하이크를 하고 교환학생 하며 만난 친구들 집에서 묵으면서 지냈어요. 다양한 국적의 사람을 만나는 게 재밌었어요. 그때는 마케도니아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여는 게 꿈이었습니다.”

◇‘러시아의 유재석’ MC 세르게이 스틸라빈과의 운명적인 만남

그러던 중 평범한 대학생이던 민씨의 인생을 바꾼 일이 일어났다. 교환학생 시절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통역관으로 봉사활동을 했을 때였다. ‘러시아의 유재석’으로 불리는 MC 세르게이 스틸라빈과 우연히 마주친 것이다.

2014년 민씨가 러시아의 유명 MC인 세르게이 스틸라빈(오른쪽)과 인터뷰하고 있다. /본인 제공

“올림픽 스타디움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갑자기 덩치 큰 러시아 아저씨 두 명이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넌 누구냐’라고 했어요. 보통 사람들은 자원봉사자나 통역가라고 대답했을 텐데 ‘저는 한국인이에요’라고 답했습니다. 또 ‘당신들은 누군데요?’라고 러시아어로 되물었어요. 주변 사람들이 깜짝 놀라더라고요. 그중 한 명이 러시아의 유명 라디오 프로그램인 ‘마약(Mayak)’의 MC였어요. 유튜브 구독자는 100만명에 이릅니다. 러시아어로 한국과 평창에 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후 유튜브에 이 영상이 올라갔는데 러시아 사람들 사이에서 큰 인기였다고 해요. ‘이 여자를 찾아내라’ ‘찾아서 1시간 인터뷰해달라’라는 댓글이 달려있더라고요. 전 전혀 몰랐어요. 올림픽이 끝나고 교환학생을 마친 후 바로 귀국했거든요.

2년 후인 2016년, 세르게이 스틸라빈으로부터 인스타그램 메시지가 왔어요. ‘모스크바 쇼에 초대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어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당시 고려인 친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제 유튜브 채널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을 때였어요. 영상을 본 러시아 네티즌들이 절 찾아낸 거죠.”

민씨는 곧장 모스크바로 날아갔다. 러시아에서 유명한 한국 음식들을 직접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에 매운 라면, 소주, 초코파이 등을 챙겼다.

“생방송에서 한국의 보드카라면서 소주를 소개했어요. 매운 라면인 불닭볶음면을 직접 끓이기도 했죠. 진행자들이 라면을 먹고 너무 매워서 소리를 지르더라고요. 옆에 또 다른 진행자가 ‘너무 매우니까 이거라도 마셔라’라면서 소주를 따서 줬어요. 맵고 쓰니까 더 난리가 났죠. 그 영상이 대박이 났어요. 다음 날에도 출연을 초대받았습니다.”

2016년 러시아 인기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 ‘마약’에 출연해 스태프들과 사진을 찍었다. /본인 제공

방송 이후 러시아 네티즌의 반응은 뜨거웠다. 유창하지 않은 러시아어로 당차게 설명하는 그의 모습에 매력을 느낀 것이다. 유튜브 채널 독자 수가 1만명 이상 늘었다. 또 러시아의 인기 블로거, 유튜버, 연예인들이 먼저 연락을 해왔다. 러시아 최대 포털사이트인 메일루(Mail.Ru)에 그가 소개되기도 했다. ‘러시아의 인순이’로 불리는 유명 가수인 아니타 최(Anita Choi)가 행사에 민씨를 직접 초대하기도 했다. 이후 민씨는 본격적으로 유튜버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 문화, 역사, 뷰티, 패션, 언어 등을 러시아어로 소개한다.

◇독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콘텐츠

민씨의 유튜브 구독자 중 90%가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 현지 네티즌이다. 공항에서부터 팬들이 몰린다. 그를 만나러 한국을 찾는 팬도 있다. 작년 10월 러시아에서 연 팬 모임에는 3000여명의 현지인이 몰렸다. 러시아 유명 블로거와 연예인들도 민씨를 만나고자 따로 연락해 올 정도다.

-현지에서 인기가 많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친구처럼 편안하고 꾸미지 않은 모습을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러시아어가 완벽하지 않아도 틀리는 걸 두려워하지 말자고 생각했습니다. 간혹 틀려도 귀엽다면서 좋아해 주세요.

얼마 전 광고 영상을 찍은 적이 있어요. 많은 돈을 들여 좋은 장비로 찍었어요. 높은 퀄리티의 영상인데도 조회수가 가장 적게 나왔습니다. 댓글을 보니 ‘우리가 알던 친근한 경하가 아니다’ ‘너무 낯설고 거리감이 느껴진다’라는 반응이었어요.”

화장품을 소개하는 민씨. /유튜브 채널 ‘KYUNGHA MIN’ 영상 캡처

-영상 제작 방법, 기간, 콘텐츠 주제 선정 과정 등이 궁금합니다.

“첫 영상은 8시간 동안 찍었습니다. 편집하는 방법을 몰라서 6분짜리 영상을 그대로 올렸죠. 독자들이 계속 도와줬어요. 고칠 부분이나 영상 제작 노하우 등을 댓글로 알려줬어요. 지금은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데 1시간 30분 정도 걸립니다. 휴대전화로 찍어요. 영상 촬영과 편집에 공을 들이기보다는 나 자신이 콘텐츠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정성 있게 다가가려고 해요.

사회 이슈, 메이크업, 패션, 음식 등 모든 주제를 다룹니다. 독자들과 함께 콘텐츠를 만들어나가고 있어요. ‘다음엔 어떤 영상을 만들까요’라고 물어봐요. 댓글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주제로 유용한 정보를 담아 콘텐츠를 만듭니다. ‘한국 사람들은 왜 김치를 먹냐’ ‘왜 바닥에서 자냐’ 등을 물어봐요. 김치나 온돌의 유래·역사 등을 공부하고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을 최대한 알려주려고 해요. 올바른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 자료 조사나 역사 공부를 꾸준히 합니다.

또 서울, 부산뿐 아니라 태백, 보령, 영월 등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숨은 명소를 소개하기도 해요. 독자들이 영상을 보고 우리나라를 방문했다고 할 때마다 뿌듯합니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러시아인을 위해 한국어 강습도 합니다. 영상은 초기엔 일주일에 3개씩 올렸어요.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올리고 있습니다.”

러시아식 메이크업을 받고 서울 홍대 거리를 걸었던 영상의 조회수는 228만회에 달한다. /유튜브 채널 ‘KYUNGHA MIN’ 영상 캡처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은요.

“러시아식 메이크업을 받고 서울 홍대 거리를 걸었던 영상이 가장 조회 수가 높아요. 228만회에 달합니다. 러시아의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한국에 왔을 때였어요. 메이크업을 직접 해주고 싶다고 해서 만났어요. 눈두덩이에 포인트를 준 러시아식의 진한 메이크업을 받았습니다. 그 상태로 대낮에 서울 홍대 길거리를 걸어 다녔어요. 사람들이 다 쳐다보더라고요. 그 영상을 본 러시아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일하면서 가장 뿌듯했을 때는 언제였나요.

“고려인이 모여 살던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에 기념비가 있습니다. 3~4년간 관리를 해주시던 할아버지가 암에 걸리셨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인스타그램에 이 사연을 전하면서 ‘신한촌 기념비는 한국인들에게 중요한 상징’이라고 설명했어요. 글을 본 16살의 ‘알리나’라는 소녀가 10리터짜리 쓰레기봉투를 들고 다니면서 주변을 청소한 거예요. 헌화와 사탕을 놓은 사진을 받아보고 정말 감동했습니다. 주기적으로 청소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시각장애인 구독자분도 기억에 남아요. 아침마다 제 영상을 틀어놓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고 해요. ‘나도 무언가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마라톤을 준비했다고 했어요. 구독자 모임에서 마라톤을 완주해 받은 트로피를 선물로 주셨어요. 뭉클해서 눈물이 났습니다.”

민경하씨. /민경하씨 인스타그램(@minkyungha) 캡처
현지에서 구독자 모임을 하고 있는 민씨. /민경하씨 인스타그램(@minkyungha) 캡처

민씨는 파워 유튜버로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에서 직접 한국 문화를 알리는 행사를 열기도 한다. 작년 10월에는 서울시의 ‘I·SEOUL·U 평화사절단’에 참여했다.

“러시아 모스크바, 페테르부르크 등에서 한국 문화를 알리는 행사를 열었어요. 한국 코스메틱 샵 등이 참여했어요. 이틀 만에 8000여명이 왔습니다. 구독자 200만~300만명인 러시아 유명 블로거들과 모스크바에서 행사를 열기도 했습니다. MC를 보면서 한국 문화를 소개하고 관련 질문에 답했어요. 한국어 자랑대회, K-POP 댄스대회도 열었어요.”

◇민간 외교관 꿈꿔…한국의 좋은 중소기업 제품을 러시아에 알리고 싶어

현재 러시아에서는 한국 뷰티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다. 국내 화장품의 러시아 수출액은 2014년 1551만달러(190억원)에서 작년 1억3731만달러(1690억원)로 9배나 늘었다.

“한국 뷰티제품 기업으로부터 연락이 많이 옵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좋은 제품이 러시아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제품을 써보고 마음에 들면 컨설팅을 도와주거나 광고를 해주기도 해요. 이때 발생하는 수익 일부는 러시아인과 고려인에게 기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중국이나 미국 시장과 다릅니다. 장기전이에요. 보통 러시아 사람들은 처음엔 경계심을 가지고 제품을 보다가 한번 맘에 들면 꾸준히 써요. 신뢰를 얻기까지 시간이 좀 걸려요. 샘플을 먼저 사서 써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당장 매출이 오르지 않는다고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민경하씨. /민경하씨 인스타그램(@minkyungha) 캡처
민경하씨. /본인 제공

-한국과 러시아가 수교 30주년입니다. ‘한·러 상호 교류의 해’를 맞아 준비하는 게 있나요.

“코로나19 여파로 11월까지 모든 행사가 취소됐습니다. 현재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소통하고 있습니다.”

-수입이 궁금합니다.

“유튜브를 시작한 후 2년 6개월간 수익이 마이너스였습니다. 러시아는 CPM(광고 비용을 측정하는 모델로 1000회 광고를 노출하는 데 사용된 비용을 뜻함)이 정말 낮아요. 한국의 10분의 1입니다. 구독자에게 선물을 보내거나 이벤트를 열면서 나가는 돈이 더 많았어요. 대신 브랜드 광고나 콘텐츠 제작, 러시아나 중앙아시아 등에서 열리는 행사 참여, 정부와 시 홍보 관련 일을 하면서 이익을 얻습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한국인과 러시아인을 잇는 문화적 가교 역할을 하고 싶어요.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유튜브와 행사 개최 등도 계속할 예정입니다. 민간 외교관 역할을 잘 해내고 싶어요.”

글 CCBB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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