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보호하려고 샀던 친환경 제품의 ‘배신’

664

친환경이라 쓰는 텀블러·에코백이 더 나빠
생분해 비닐도 땅에 안묻고 태워 ‘환경오염’
지구환경 지키려 불편 감수해도 효과없어
하나 사서 오래오래 써야 환경오염 부담덜어

기후 온난화 예방 등 지구 환경을 지키려고 사람들이 불편을 감수하고 더 비싼 돈을 내고 쓰는 제품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에코백, 텀블러 등이다. 그러나 이런 친환경 제품들이 오히려 환경에 더 큰 부담을 준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자연에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친환경의 역설’이다. 

◇’에코백’ 대대손손 써야 환경보호 할 수 있어

사람들은 환경보호를 위해 일회용 컵, 비닐봉지를 일상에서 없애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에코백이다. 에코백은 자연이라는 뜻의 ‘에코(eco)’와 백(bag)’을 합친 단어다. 그런데 에코백이 오히려 환경을 더 오염시킬 수 있다고 한다. 

제이에스티나 에코백 모델 ‘신민아’./제이에스티나 홈페이지

2018년 덴마크 환경·식품부는 면 재질의 에코백은 비닐봉지(고밀도 폴리에틸렌·HDPE)와 비교해 7100번 재사용해야 환경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오존층 파괴, 자원 사용, 태울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 등 비닐봉지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결과다. 쉽게 말해 비닐봉지 1개가 가져오는 환경 피해를 줄이려면 에코백을 7100번 사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심지어 유기농 면으로 만든 에코백은 2만번 사용해야 환경 보호 효과가 있다. 이 정도는 써야 에코백을 만들면서 발생시킨 오염을 회복시킬 수 있다. 에코백은 목화로 만든다. 목화 재배에는 상당한 양의 에너지와 토지·비료·살충제가 필요하다. 또 면을 염색하고 표백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도 상당하다. 

2만번이면 매일 든다고 하더라도 54년 동안 갖고 다녀야 한다. 비닐봉지를 여러 번 쓰는 편이 낫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덴마크 환경식품부는 마트에서 가져온 비닐봉지를 최대한 많이 사용한 후 재활용 하라고 권고했다. 

◇몇 번 쓰고 방치한 텀블러, 일회용품보다 나빠

대학생 김민영(24)씨는 스타벅스 텀블러 모으기가 취미다. 처음에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텀블러를 샀다. 그는 “환경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해서 하나둘 사다 보니 여러 개를 갖고 있다. 카페에서 직접 산 것도 있고, 생일선물이나 학교 이벤트 상품으로 받았다”고 했다. 

김씨는 환경보호를 위해 텀블러를 모았지만 결과는 반대일 수 있다. 일회용 컵을 대체하기 위해 생산하는 텀블러가 일회용 컵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비디오 머그 ‘NO플라스틱 챌린지’에 참여한 배우 ‘한지민’./비디오머그 유튜브 캡처

미국 수명주기 사용에너지량 분석연구소는 텀블러로 실제 환경보호 효과를 누리려면 최소 몇 회 사용해야 하는지 분석했다. 분석 결과 유리 재질 텀블러는 최소 15회 사용해야 했다. 플라스틱 재질은 17회, 세라믹 재질은 최소 39회 써야 했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도 비슷한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를 보면 일회용 컵보다 텀블러를 만들 때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더 많다. 텀블러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671g이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보다 13배, 종이컵보다 24배 많다. 텀블러를 만들 때 쓰는 스테인리스나 실리콘 고무가 종이, 플라스틱보다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하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텀블러 마련한 다음 쓰지 않거나 몇 번 쓰고 방치하면 오히려 환경에 부담을 준다. 

◇에코백·텀블러 나눠주는 행사도 자제해야

결국 환경을 보호하려면 하나를 사서 오래 써야 한다. 텀블러나 에코백을 쓴다고 다 환경에 이바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데 문제는 에코백과 텀블러를 남용한다는 점이다. 집에 에코백과 텀블러를 한 개씩만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마음에 드는 제품이 나올 때마다 사서 모으는 사람들도 있다. 

스타벅스 2020 시즌 한정 텀블러./스타벅스 홈페이지 캡처

또 친환경이라고 소문난 제품들은 여러 브랜드에서 사은품이나 신제품으로 내놓는다. 기업 홍보용으로 에코백에 기업 로고를 찍어 나눠주는 경우가 흔하다. 환경단체에서도 행사를 열면 기념품으로 에코백과 텀블러를 준다. 커피전문점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텀블러를 출시한다. 환경운동연합 장재연 대표는 “기업은 환경보호라는 이름을 앞세워 마케팅 수단으로 에코백이나 텀블러를 만드는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격만 비싼 생분해성 비닐

시간이 지나면 썩는 비닐이 있다. 바로 생분해성 비닐이다. 옥수수 전분이나 고구마 전분으로 만든다. 땅에 묻은 채로 58℃의 온도를 6개월간 유지하면 90% 이상 분해된다. 이론적으로 90일 만에 자연으로 돌아간다. 가격은 일반 비닐봉투보다 3~4배 비싸다. 100장에 7000~8000원이다. 일반 비닐은 수십 년이 지나도 썩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자연에 부담을 준다. 비싸더라도 썩지 않는 비닐을 사용해 환경을 보호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문제는 생분해 비닐을 땅에 묻지 않고 일반쓰레기와 함께 소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떻게 분리해서 버려야 하는지에 대한 환경부의 지침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쿠팡에서 판매하고 있는 생분해 비닐./쿠팡 홈페이지 캡처

한국바이오패키징협회 정용우 팀장은 “생분해성 비닐은 땅에 묻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일반쓰레기와 소각하거나 재활용 쓰레기와 섞이면 그 가치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에서는 생분해성 쓰레기를 수거하는 녹색 쓰레기통과 일반쓰레기를 수거하는 회색 쓰레기통을 구분하고 있다.  

글 CCBB 김하늘 인턴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