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82㎏ 제가 앉았는데…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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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로 내려쳐도 휘어지지 않는 종이로
침대 프레임·책상·책장 등 가구 제작
이사 자주 다니는 1인 가구에 적합

망치로 때려도 끄덕 없는 종이가 있다. 두께 8mm짜리 특수 골판지. 시중에 파는 골판지보다는 두껍지만, 그래도 채 1cm가 안 된다. 이 종이로 300kg의 하중도 거뜬히 버티는 침대 프레임으로 만드는 회사가 있다. 종이상자 제작 회사에 다니던 박대희(34) 대표가 2013년 창업한 페이퍼팝이다. 페이퍼팝은 종이로 가구와 생활용품을 만들고 있다.

페이퍼팝 박대희 대표./페이퍼팝 제공

◇전시회·지진 대피소 종이 가구 보고 아이디어 얻어

-종이로 가구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생각보다 종이는 고급 소재예요. 4년 동안 종이상자를 만드는 회사에서 주로 식품류 포장 상자 생산을 담당했습니다. 상자를 만들면서 종이 재질이 생각보다 좋다는 것을 알았어요. 단순히 포장용으로 쓰고 버리기엔 아깝다고 생각했죠. 2011년 독일에서 열린 국제포장전시회를 둘러보면서 종이로 책장이나 가구를 만들 수 있겠다는 영감을 얻었습니다. 또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이재민 대피소에서 종이상자로 만든 침대를 쓰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어요. 그 후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재질이 좋을 수는 있지만 쉽게 찢어지는 소재다. 어떻게 내구성을 강화하나.

“먼저 튼튼한 종이를 사용하고 있어요. 사실 종이 종류 자체가 수천가지가 넘을 정도로 다양해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택배 상자 등에 사용하는 제지가 아니라 망치로 내리쳐도 쉽게 휘어지지 않을 정도로 튼튼한 종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하중을 분산할 수 있는 구조로 물건을 만듭니다. 책상으로 예를 들면 사람이 누르는 부위에 하중이 몰리는데요. 제품을 개발할 때 하중이 분산되게끔 만들고 있습니다.”

페이퍼팝은 종이 내구성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망치로 내리쳐서 종이가 휘어지는지 실험하기도 했다./페이퍼팝 제공

-종이는 자주 쓰면 닳기도 하는데, 보통 얼마나 사용할 수 있나.

“사용자마다 다르긴 하지만, 평균 수명은 3~5년 내외입니다. 그래서 이사가 많고 가벼운 제품을 찾는 1인 가구를 주 소비층으로 잡았습니다. 이사할 때마다 발생하는 쓰레기 폐기 비용 지출도 줄일 수 있고, 분리할 수 있어 이동이 편리해요. 재활용이 가능해 버리기도 쉽죠. 침대 프레임을 제외하고는 가격도 1~2만원대고, 5만원을 넘지 않아요. 침대 프레임은 슈퍼싱글 기준 7만원입니다. 기존 침대 프레임은 배송비만 2만원 정도 받지만, 우리 제품은 배송비가 6000원입니다. 또 침대를 버릴 때도 폐기 비용을 내지 않아요. 쉽게 쓰고, 쉽게 버릴 수 있어 1인 가구에 유용한 제품이죠.”

◇50% 이상 재활용 가능한 종이 사용

-종이 제품의 강점이 있다면.

“조립이 간편하고 가볍습니다. DIY 제품(반제품으로 배송해 소비자가 직접 조립하는 제품)인데, 공구도 필요 없고 보통 10분 내외면 누구나 조립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해요. 또 제품마다 무게가 다 다르긴 하지만, 보통 3~5kg 내외로 가볍습니다. 종이 침대 프레임만 9kg 정도예요. 일반 침대 프레임은 15kg이 넘어 혼자서 옮기기 쉽지 않지만, 종이 침대 프레임은 한 손으로도 거뜬히 옮길 수 있어요.

이외에도 환경친화적이라는 게 가장 큰 강점이에요. 가구를 만들 때 나무 부스러기와 접착제를 섞어 가공한 MDF나 PB 소재가 많이 쓰이는데,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소각하거나 매립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소각 과정에서 유해 물질이 나오고, 매립하면 50년 동안 썩지 않습니다. 반면 종이로 만든 제품은 50% 이상 재활용이 가능하고, 땅에 묻어도 2~3년이면 썩어 없어집니다.

생소한 제품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택배 상자를 열었는데, 그 안에 또 택배 상자가 있었다’는 분도 있었어요. 지금은 종이로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는 의도에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또 손으로 직접 만드는 데 재미를 느끼시는 분들도 있어요.”

종이로 만든 책장과 수납장, 의자./페이퍼팝 제공

-종이도 코팅하면 재활용할 수 없다고 알고 있는데.

“못하는 건 아니지만, 재활용률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필요한 부분만 코팅한 종이를 사용하고 있어요. 국내 제지업체에 두께와 코팅 정도, 재료 배합 등 저희가 원하는대로 주문제작한 종이로 제품(bit.ly/2B6uMn6)을 만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책상은 상판 부분에만 코팅한 종이를 사용했어요. 침수되면 사용이 어렵겠지만, 물을 엎지른 정도는 물걸레로 닦아도 지장이 없습니다.”

-제품 개발하면서 테스트도 여러 번 거쳐야 할 것 같다.

“종이 침대는 개발에만 2년 정도 걸렸습니다. 하중을 분산시키기 위해 설계에만 반 년 정도 걸렸고, 이후 제품을 실제 써보면서 개선하는 데 1년 반이 걸렸어요. 침대에서 뛰어보기도 하고, 밥을 먹기도 하는 등 실험을 거쳐 제품을 완성했습니다. 모든 제품을 개발한 다음에 저희가 먼저 써보면서 보완하고, 무게를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확인하고 있어요.”

종이 침대 프레임이 버틸 수 있는 무게를 계산하기 위해 침대 위에서 뛰는 등 실험을 계속했다./페이퍼팝 제공

◇지난해 연매출 7억원, 해외 시장도 진출해보고파

-제품은 총 몇 가지나 있나.

“2014년 첫 제품인 종이 책장을 선보였습니다. 이후 현재까지 개발한 제품은 약 50가지에요. 침대 프레임부터 책꽂이, 책장, 수납장 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최근 크라우드 펀딩을 종료한 스탠딩 책상은 발송을 준비 중이에요. 제품 자체가 아무래도 기존에 없던 새 제품이라 제품을 바로 출시하기보다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시장 반응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매출도 궁금하다.

“스탠딩 책상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2400만원 매출을 올리고 6월1일 펀딩을 종료했습니다. 지난해 연매출은 약 7억원입니다.”

최근 크라우드 펀딩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종이 책상. 서서 공부하거나 일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페이퍼팝 제공

-목표는.

“현재 국내에서 온라인 위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려 볼 계획이에요. 해외에서도 아직 종이로 만든 제품이 생소한 편이에요. 제품을 수출해 더 많은 국가에서 사용하게 만들겠습니다. 또 앞으로도 계속 종이를 이용한 제품을 만들어 지구를 더 깨끗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어요.”

글 CCBB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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