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사자마자 바로 폐차장으로 몰고 가는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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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사, 휴대전화 골드번호 추첨
자동차에도 골드번호 있어
번호 선택 불가능하지만, 암암리에 거래

뒷자리가 1111인 전화번호는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네 자리가 다 같아 기억하기 쉽거나 1004처럼 특별한 뜻이 있어 사람들이 선호하는 번호를 골드번호라고 한다. 이동통신사는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번씩 골드번호 공개 추첨 행사를 연다. 보통 전화번호는 휴대폰 개통할 때 통신사들이 임의로 배정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번호를 사고팔기 시작하는 등 골드번호를 갖기 위한 부작용이 생겼다. 결국 정부가 2006년 추첨을 통해 번호를 배정하도록 했다. 자동차 번호판에도 골드번호가 있다. 해외에선 골드번호가 적힌 자동차 번호판을 경매에 부치기도 한다. 부자들은 100억원이 넘는 돈을 주고 골드번호 번호판을 산다.

SK텔레콤 제공

◇골드번호 거래 막고자 추첨제 도입

6월2일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들이 상반기 골드번호 추첨을 받기 시작했다. 각 통신사는 매년 반납된 골드번호를 모아 추첨으로 나눠준다. 통신 3사가 이번에 추첨하는 골드번호는 총 1만5000개. 특정 숫자가 반복되거나 ABCD처럼 규칙성이 있는 번호, 2424·5959·4989 등 의미가 있는 번호다.

골드번호를 받고 싶은 사람은 각 통신사 홈페이지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신청할 수 있다. 먼저 AAAA, 000A 등 원하는 골드번호의 유형을 선택해야 한다. 신청 가능한 번호를 확인한 후 마음에 드는 번호로 추첨을 신청할 수 있다. 예를 들어 SK텔레콤 홈페이지에서 골드번호 ‘1004’를 선택하면 1004로 끝나는 전화번호 6개가 뜬다. 그중에서 골라 신청하는 방식이다. 1~3순위를 정해 총 3개 번호를 신청할 수 있다.

골드번호 추첨 신청 과정과 2018년 LG유플러스 골드번호 추첨 광고물./SKT 홈페이지 캡처, LG유플러스 제공

인기 번호는 경쟁률이 2만대 1이 넘을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해에는 앞 네자리와 뒤 네자리가 같은 번호 1개를 추첨하는 데 2만4822명이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당첨 후에 번호를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 이유는 다양하다. 오랫동안 써온 기존 번호를 바꾸는 게 아쉬워 망설이는 이들도 있고, 여러 통신사에서 중복 당첨이 되어 하나만 선택하는 이들도 있다.

골드번호 사용자들의 고충도 있다. 10년 넘게 골드번호를 사용해 온 A씨는 “번호를 아는 사람들은 기억하기 쉽다고 좋아하는데, 번호를 모르면 스팸 전화인 줄 알고 전화를 안 받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또 골드번호가 단순하고 기억하기 쉬워 스팸 문자, 전화 사기에 노출될 위험성도 높다.

그래도 골드 번호를 원하는 사람이 많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골드번호를 사고파는 사람을 어려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가격은 400만원부터 800만원까지 다양하다. 인터넷에 ‘골드번호 팝니다’를 검색해보면 끝 번호가 0000인 골드번호를 800만원에 판다는 글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전화번호를 사고 파는 것은 불법이다. 전화번호는 개인 자원이 아닌 국가의 한정된 자원이다. 정부는 국가 자원인 전화번호를 마구잡이로 거래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을 막고, 누구나 공평하게 골드번호를 얻을 기회를 주기 위해 2006년 추첨제를 도입했다. 이후 2013년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전화번호를 사고파는 행위를 금지했다. 2016년엔 휴대전화 번호를 매매하다 걸리면 과태료를 최대 3000만원 부과하기로 했다.

◇원하는 번호판 갖고자 중고차 사고 폐차시키기도

자동차에도 골드번호가 있다. 보통 7777, 8888처럼 한 숫자로만 이뤄졌거나 2000, 3000처럼 1000번대 숫자가 골드번호로 꼽힌다. 반면 사고와 발음이 비슷한 49가 들어간 번호나 비속어와 발음이 같은 18이 들어간 번호는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면 자동차 번호는 어떻게 정할까.

자동차 번호는 무작위로 추첨된 10개 번호 가운데 운전자가 마음에 드는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정한다. 무작위 추첨이라 원칙적으로는 원하는 번호를 선택할 수 없다. 하지만 몇몇 사람은 자동차 딜러나 대행업체를 통해 골드번호가 적힌 번호판을 산다. 또 원하는 번호의 중고차를 산 후, 폐차시켜 해당 번호판을 얻는 사람도 있다. 중고차를 폐차한 후 해당 번호판의 소유주임을 증명하면, 6개월 후 폐차시킨 중고차의 번호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자동차 딜러는 자신의 블로그에 한 고객이 같은 숫자로만 이뤄진 번호판을 단 중고차를 산 후 폐차해 자신의 외제차에 붙였다는 글이 올라왔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골드번호판이 달린 경차를 1000만원이 파는 글도 있다. 비슷한 사양의 다른 차는 시세가 700~800만원 선이다. 원하는 번호를 얻기 위해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쓰는 것이다.

픽사베이 제공

번호가 마음에 안 든다고 번호를 바꿀 수 없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번호를 바꿀 방법은 있다. 먼저 중고차를 샀는데, 번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60일 이내 번호 변경을 신청할 수 있다. 이때도 차량등록사업소에서 주는 10개 번호 중 마음에 드는 1개 번호를 선택해야 한다. 정말 원하는 번호가 있는 사람은 변경이 가능한 기간에 매일매일 차량등록사업소를 찾아가거나 전화해 그날 등록할 수 있는 번호를 확인하기도 한다. 마음에 드는 번호가 없으면 다음 날 다시 등록사업소를 찾아가거나 전화를 하는 것이다. 이처럼 번호를 바꿀 수 있는 60일 이내에 시간과 발품을 들여 원하는 번호를 얻는 사람도 있다.

이외에 본인이나 주민등록상 세대원이 가진 두 대의 차량 번호 끝번호가 모두 짝수 혹은 홀수인 경우에도 번호를 바꿀 수 있다. 차량 2부제 시행 등으로 운행할 수 있는 날에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번호판을 도난·분실한 경우에도 새 번호를 받을 수 있다.

◇억대 돈 투자해 자동차 번호판 얻기도

골드번호에 집착하는 것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해외 부자들은 주로 골드번호를 과시용으로 활용한다. 중동의 억만장자들은 좋은 번호가 적힌 번호판을 얻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특별한 숫자라는 이유로 경매에 100억원이 넘는 돈을 내놓는 이들도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부동산 개발업자인 발윈더 사하니는 2016년 두바이 도로교통국 주최 번호판 경매에서 ‘D5’가 적힌 자동차 번호판을 낙찰받았다. 그가 지불한 돈은 3300만디르함, 우리 돈으로 약 107억원에 달한다. 번호판에 다이아몬드가 박혀있거나 금테가 둘린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번호판이 비싼 이유는 무엇일까. 두바이에서 자동차 번호판 자릿수는 신분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한자릿수는 로열패밀리를, 두자릿수는 로열패밀리의 형제자매 혹은 동기, 세자릿수는 로열패밀리의 친척, 네자릿수는 현지인, 다섯자릿수는 외국인으로 나뉜다. 자릿수가 적을수록 신분이 높은 사람인 셈이다.

또 숫자가 낮을 수록 부와 권력이 높다는 의미를 갖는다. 역대 가장 비싼 번호판은 아부다비 사업가 사이드 알쿠리가 2008년 경매에서 낙찰받은 숫자 ‘1’이 적힌 번호판이다. 알쿠리는 당시 5220만 디르함(약 170억원)을 냈다.

중국에서는 8과 9가 들어간 번호판이 고가에 거래된다. 숫자 8은 돈을 번다는 뜻인 파차이의 파와 발음이 비슷하고, 9는 장수한다는 뜻의 지우와 발음이 같아서 중국인들이 좋아한다. 자동차 번호판 공개 경매에서 웨(광둥성의 별칭)V99999 번호판이 320만위안(약 5억440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중국에서 5억 넘는 돈에 낙찰된 번호판./웨이보 캡처

홍콩에서는 숫자 28이 적힌 자동차 번호판이 230만달러(약 28억원)에 팔렸다. 28의 발음이 쉬운 돈을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였다. 2009년 홍콩 중문대학 연구진은 8과 같은 행운의 숫자가 포함된 세 자릿수 자동차 번호판 가격에는 약 95%의 웃돈이 붙는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글 CCBB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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