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박원장’ 입소문 명의가 아니라 웹툰으로 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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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만화 좋아했지만 의대 진학
연습 삼아 올린 ‘내과 박원장’으로 화제

“현직 내과 의사입니다. 제가 봐도 재미있네요.”

2020년 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웹툰이 화제를 모았다. 40대에 개원한 의사의 현실을 다룬 ‘내과 박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일반인 독자뿐 아니라 의사·간호사 등 의료인 사이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현직 의사가 본인이 경험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리기 때문이다. 네이버 베스트 도전만화와 다음 웹툰리그에 내과 박원장을 연재하는 장봉수 작가를 만났다.

웹툰 주인공 박원장./장봉수 작가 제공

-당신은 누구인가.

“18년 차 현직 의사다. 7년 동안 개인 병원을 운영하다 2년 전쯤 접었다. 지금은 병원 소속으로 월급을 받고 일하는 페이 닥터(pay doctor)다.”

-필명은 왜 장봉수인가.

“바둑을 좋아한다. 처음 연재한 작품도 바둑 만화였다. 가장 존경하는 바둑기사가 서봉수 기사다. 내 성이 장씨라 장봉수라 지었다.”

-만화 그리기는 언제부터 관심이 있었나.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어릴 때부터 좋아했다. 하지만 만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그냥 좋아하고, 재미있으니까 만화를 그렸다. 부모님은 내가 의사가 되기를 바라셨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뭘 하고 살아야 하나 진지하게 생각해봤다. 미대를 준비하는 친구가 있었다. 내가 그림 그리는 걸 보더니 ‘너 정도면 공부도 잘하니까 서울대 미대를 갈 수 있겠다’고 했다. 잠깐 고민했지만 부모님 기대도 있었고, 의사를 하기 싫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일단 의대를 가고, 만화는 나중에 그리기로 했다.”

-그럼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만화를 그렸나.

“대학교에 들어갈 때부터 공부와 같이하려 했다. 처음에는 만화 동호회를 찾아봤고, 방학 때는 문하생을 뽑는 곳에 전화도 해봤다. 또 만화 공모전 준비도 했다. 그런데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만화 그리는 데 생각보다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예과 2년을 마치고 4년 과정인 본과에 들어가니 도저히 짬을 낼 수 없어 포기했다. 그 후 꽤 오랫동안 만화를 못 그렸다. 전문의를 따고 30대 중반부터 다시 그렸다.”

작가가 만화를 그리는 모습./장봉수 작가 제공

-첫 연재는 바둑 만화였다고.

“10년 전이었다. 어느 날 바둑 전문 사이트 타이젬(tygem)에 들어갔는데, 홈페이지 연재만화가 눈에 들어왔다. 그걸 보니 ‘이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0년부터 2011년까지 ‘바둑광 박부장’이란 작품을 그렸다. 고료도 받는 정식 연재였다. 그 뒤로 개원 때문에 바빠져 오랫동안 그림을 못 그렸다. 이제 다시 여유가 생겨 만화를 연재하고 있다.”

-의사 만화로 돌아온 이유가 있나.

“만화를 오래 그렸으니 준비한 이야기는 많았다. 그런데 막상 장편을 시작하려니 유명한 만화가도 아닐뿐더러 실력도 자신이 없었다. 2020년 1월 연습 삼아 가볍게 시작해보려고 그린 게 내과 박원장이다. 원래 여러 사람에게 공개할 생각도 없었다. 그래서 의사만 볼 수 있는 의사 커뮤니티에 올렸다. 익명 홈페이지고, 게시글을 복사해 퍼 나를 수 없는 곳이다. 그런데 의사 커뮤니티에만 올리면 아내가 볼 수 없지 않나. 와이프에게 보여주려고 네이버 블로그에도 올렸다. 

의사 사이트에서 만화가 인기를 끌었다. ‘아, 나도 저랬는데···’ 하며 공감한다는 반응이 많았다. 커뮤니티 밖으로 퍼가고 싶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다 누군가 블로그를 찾았고, 게시물이 퍼지기 시작했다. 지인에게 연락을 받고 지울까 생각했다. 의사들 보라고 그린 거라 일반 독자 사이에서는 욕을 먹을 것 같았다. 악평도 있지만, 의외로 재미있어하는 분이 많아 그냥 뒀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제대로 해보기로 하고 네이버와 다음 웹툰에도 올렸다.”

-박원장이란 캐릭터는 자전적인 인물인가.

“애매하다. 만화에 나온 사건·사고나 에피소드는 대부분 실화다. 현실 반영률이 100%에 가깝다. 낮아야 60~70% 정도다. 다만 인물은 허구다. 참고한 사람은 있지만, 각색해서 그렸다.”

작가가 에폭시 퍼티로 만든 가족 피규어./장봉수 작가 제공

-작품 소재는 어떻게 정하나.

“예전부터 메모하는 습관이 있었다. 일기를 쓰는 것처럼 어떤 사건이 일어나거나 들은 얘기가 있으면 기록으로 남겼다. 노트를 보면서 소재를 정한다.”

-주인공이 그래도 의사인데, 너무 고난만 겪는다는 반응도 있다.

“엄살 부린다는 말이 나오기는 한다. 그런데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다. 예전에는 아니었지만, 요즘은 망하는 개원의가 많다. 병원을 물려받은 게 아니면 누구든 개원하고 적어도 몇 달은 고생한다. 아마 이런 경험이 없는 의사는 거의 없을 거다. 만화 주인공도 나중에는 손님도 늘어나고 돈도 번다. 아직 연재 초라 고생하는 것뿐이다.

연재 이후 의대생이나 고등학생들에게 여러 쪽지와 메일을 받았다. ‘의사가 꿈이라 의대에 왔는데, 만화 내용이 정말 실화냐’고 물었다. 장래 희망을 바꿔야 하는지 조언을 구하는 친구도 있었다. 사실 생명을 다루는 내과·외과·산부인과 등 바이털(vital)과는 원래 힘들다. 수련 과정도 힘들고, 보험 치료에만 매달려야 해서 돈을 많이 벌기도 어렵다. 그런 과를 가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편하게 일할 수도 있다.”

-하루 몇 시간이나 만화를 그리나.

“4~5시간 그린다. 한가한 직장에 있어서 근무 중에도 조금 그리고, 퇴근한 뒤에도 최소 3시간 이상은 그린다.”

-구상하고 있는 다른 작품도 있나.

“몇 가지 있다. 바둑 천재인 시골 소녀가 성공하는 이야기도 있고, 어려운 환경에 처한 비행 청소년이 주인공인 스토리도 있다. 나중에 다 연재할 계획이다. 시험 삼아 그린 내과 박원장으로 일이 커져서 이것부터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40편 정도로 끝날 것 같다.”

내과 박원장 본문 중./장봉수 작가 제공

-여성 캐릭터를 너무 안 좋게 표현한다는 지적도 있다.

주인공 박원장은 개원하고 손님이 없어 하루하루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다. 그 와중에 아내가 명품을 샀다는 카드회사 문자를 받고 절망하는 장면이 나온다.

“처음에는 그런 악플이 달리는 게 의아했다. 의사 커뮤니티에 부인이나 남편이 의사 배우자가 돈을 벌어오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쉽게 돈을 써 고민이라는 글이 굉장히 많이 올라온다. 이 내용이 들어가면 공감을 받을 거로 생각하고 넣었다. 옛날 사람이다 보니 요즘 젠더 이슈에 관해 민감한지 잘 몰랐다. 후회하는 부분이다.

의사 커뮤니티에서도 의사를 너무 비하한다고 비판하는 분이 꽤 많다. 그게 마음의 짐이다. 돈 잘 벌면서 왜 징징대느냐는 말도 듣는다. 그래서 그만둘까도 했는데, 만화를 기다리는 분이 많아져 계속 그리는 대신 내용을 조금씩 순화하고 있다. 바둑광 박부장을 그릴 때도 개원 때문에 갑자기 연재를 중단해 죄송스러웠다. 이제 누가 봐도 욕하지 않을 만한 내용을 올린다. 만일 고정 연재처가 생기거나 책을 내면 작품 앞부분을 수정할 생각도 하고 있다.”

-앞으로 계획은.

“만화가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연습 삼아 만든 작품이 유명해져 조금 얼떨떨하다. 5년이 걸리든 10년이 걸리든 틈날 때마다 한 편씩 만화를 그려 책으로 낼 생각이다.”

글 CCBB 영조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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