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 하나도 안썼어요, 이 그림 뭐로 그렸냐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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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으로 그림 그리는 뷰티 일러스트레이터
2017년부터 정샘물 소속으로 활동
메이크업 전문적으로 배우고 익혀 자격증도 취득

그림을 그리려면 먼저 물감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그녀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화장품을 챙긴다. 화장품으로 그림 그리는 여자 뷰티 일러스트레이터 정다영(33)씨. 정씨는 얼굴에 메이크업하듯이 그림을 화장품으로 채색하며 이전에 없었던 뷰티 일러스트 분야를 개척했다. 종이 위에 그린 얼굴에 파우더를 바르고, 아이섀도를 얹어 그윽한 눈매를 만든다. 립스틱으로 종이 입술에 생기를 불어넣기도 한다.

정씨는 2014년 해외 화장품 브랜드 공모전에서 입상한 것을 계기로 뷰티 일러스트를 시작했다.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뷰티 매거진에 들어갈 일러스트를 그렸고, 화장품 브랜드와 협업해 제품 일러스트를 맡기도 했다. 2017년부터는 국내 최고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정샘물이 만든 정샘물 뷰티 소속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고 있다.

뷰티 일러스트레이터 정다영씨./정다영씨 제공

◇발색과 색 조합 확인하기 위해 화장품으로 채색

-뷰티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이 다소 생소하다. 어떤 일을 하나.

“패션 일러스트레이터가 옷차림을 표현하듯이 뷰티 일러스트는 메이크업과 코스메틱에 필요한 이미지를 담아냅니다. 메이크업 차트나 메이크업 제품 활용법을 그려요. 이외에 제품에 들어갈 일러스트나 제품 활용법 등을 작업하기도 합니다.”

-뷰티 일러스트가 원래 있던 분야인가.

“보통은 패션 일러스트를 하는 분들이 뷰티 일러스트를 겸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처음에 직업적으로 참고할 만한 분이 있을지 여러 방면으로 찾아봤는데, 해외에서도 찾기가 힘들었어요. 뷰티 일러스트를 한다고 해도 화장품으로 채색을 하는 경우는 드물었죠. 현재는 화장품으로 그림을 그리는 분들이 생기긴 했어요. 하지만 여전히 뷰티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분은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화장품으로 채색한 정씨의 작업물./정다영씨 제공

-화장품으로 채색을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화장품 발색을 보고, 색 조합을 보기 위해서예요. 하지만 메이크업 컨셉의 전체적인 느낌을 담아내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재료에 제한을 두지는 않습니다. 필요하면 화장품 외의 다른 재료도 사용하고 있어요. 보통 인물 스케치를 한 후에 메이크업 아이디어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수작업으로 완성할 때도 있고, 아이패드나 포토샵을 이용하기도 해요.”

◇전문 지식 얻고자 메이크업 배우기 시작

-정샘물에 합류하게 된 계기는.

“프리랜서로 일러스트 작업을 할 때 메이크업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매거진 에디터분들이나 화장품 업계 관계자분들과 소통할 때 한계가 있었죠. 더 전문적으로 뷰티 일러스트를 하기 위해서 메이크업을 좋아하는 것 이상으로 전문적인 지식과 방법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샘물 아카데미에 들어갔습니다. 메이크업 기술과 이론을 배울 수 있었어요. 아카데미를 다니면서 정샘물 원장님이 일러스트 일을 주셨고, 졸업 후 정샘물 뷰티에 합류했습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로도 일하기 시작했다고.

“정샘물 아카데미에서 자격증반 수업을 수강한 후 2019년 메이크업 국가 자격시험에 합격했습니다. 메이크업 작업을 직접 하는 것은 종이에 그리는 일러스트에도 많은 영감을 주는 일이에요. 머릿속에서 생각한 메이크업을 직접 하면서 입체와 평면에 표현하는 게 어떻게 다른지 깨닫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평소에도 손을 놓지 말고 계속 연습하자는 생각으로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디키즈, 본 챔스 등 의류 브랜드 룩북(패션 관련 제품에 대한 정보를 담은 책) 메이크업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정샘물 인스피레이션 원장님의 메이크업과 정다영씨의 일러스트 합작./정샘물뷰티 제공

-종이에 그리는 것과 실제 사람에게 메이크업하는 것은 다를 것 같은데.

“그림 그리는 것과 메이크업을 하는 과정이 비슷해요. 다만 미술용 세필붓이 손에 더 잘 맞는 것 같아서 메이크업용 세필붓을 따로 두고 쓰고 있습니다. 항상 처음 아카데미에서 배운 메이크업 기초 지식과 스킬 등을 잊지 않고,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메이크업, 알면 알수록 흥미로운 분야

-대학에서는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고. 메이크업으로 방향을 튼 이유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애니메이션 학과를 졸업했습니다. 막상 대학에 들어가서 공부해보니 커리큘럼도 그렇고, 애니메이션 자체가 저랑 잘 맞지 않았어요. 예술학교의 자유로운 분위기도 적응이 되지 않았어요. 대학을 휴학하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뭘까’ 많이 고민하면서 좋아하는 그림과 메이크업을 해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졸업 작품 주제도 ‘화장의 역사’였습니다. 그때 자료를 찾으면서 인류가 네안데르탈인 때부터 조개 껍데기를 개어서 색조 화장품을 만들고, 자신을 표현했다는 걸 알았습니다. 메이크업은 알면 알수록 정말 흥미로운 분야인 것 같아요.”

제품을 활용한 메이크업 법이나 브랜드를 소개하는 일러스트 작업을 하기도 한다./정다영씨 제공

-수입도 궁금하다.

“직장에 소속되어 있어 연봉을 정확히 공개하기는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직장인 수입으로는 충분하게 벌고 있어요. 연봉은 3000만원 이상이고, 메이크업하는 비용은 따로 받고 있습니다. 수입보다도 제가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생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게 큰 행운인 것 같아요. 또 앞으로 저만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목표는.

“메이크업은 나이·성별·인종을 떠나 자신을 창의적으로 즐겁게 표현할 수 있는 도구인 것 같습니다. 메이크업과 그림을 통해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고, 저만의 신념이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글 와이낫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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