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나쁘다고…요즘 세상에 이런 회사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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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0개월
접수 민원은 3300건 이상, 검찰 송치는 22건
괴롭힘 기준 모호하고, 법 적용 범위 좁아 한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0개월. 법 시행 전까지만 해도 직장 내 괴롭힘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사내 괴롭힘은 여전하다. 그 원인 중 하나로 처벌 규정이 없어 법적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 후 3월 말까지 접수된 민원은 3347건이다. 이 가운데 검찰에 송치된 건은 22건에 불과하다. 판단 기준도 불분명해 괴롭힘을 당하고도 신고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직장 내 괴롭힘 사례를 바탕으로 괴롭힘 금지법의 한계를 짚어봤다.

◇오리온, “그만 괴롭혀” 유서에도 괴롭힌 정황 없어

‘오리온이 너무 싫다’, ‘그만 괴롭히라.’ 오리온 익산공장에서 일하던 20대 여성 노동자가 두 달 전 목숨을 끊었다. 고인이 남긴 3쪽 분량의 유서에는 직장 내 괴롭힘을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서씨 친구들은 사내 연애 중이던 서씨에게 선임들이 ‘남자 꼬신다’, ‘꼬리 친다’ 같은 말도 했다고 전했다.

서씨가 남긴 유서 중 일부./Jtbc 방송화면 캡처

하지만 오리온 측은 서 씨의 죽음과 선을 그었다. 자체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이나 부당한 업무지시 등 정황은 찾을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현행법의 한계 때문이다. 서 씨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괴로워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정황 증거는 많다. 하지만 괴롭히는 상황이 담긴 녹음 파일이나 SNS 대화 내용 등은 찾지 못했다.

◇업무상 적정범위에 대한 판단 기준 모호해

한국은 지난해 7월16일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을 개정했다. 개정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세 가지 기준으로 판단한다. 우월한 지위나 관계를 이용했는지,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었는지, 해당 행위가 노동자한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하는지다. 세 요건이 충족되면, 괴롭힌 장소가 회사가 아니더라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다. 외근·출장지, 회식이나 기업 행사 등 오프라인 장소와 사내 메신저·SNS 등 온라인 공간도 괴롭힘 장소가 되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괴롭힘 여부를 판단하는 업무상 적정범위에 대한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매뉴얼을 보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서는 행위는 ‘업무 수행과 관련된 일에서 그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행위가 사회 통념과 맞지 않는 것’이다. 만약 상사가 후배에게 커피 심부름을 ‘한 번’ 시켰다면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다.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반복적으로’ 심부름을 시켜야 괴롭힘에 해당한다.

드라마에서 사회 초년생으로 나온 혜리는 이름을 두고 ‘미쓰리’라고 불리고, 허드렛일을 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는 인물로 나왔다. 혜리는 드라마 종영 후 사회초년생들이 처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tvN 제공

◇인권위, 괴롭힘 방지법 개정 권고

괴롭힘 방지법을 확대 적용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예를 들어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잇따르고 있는 경비원 갑질도 괴롭힘 방지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 놓았다. 지난달 10일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최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한 입주민의 폭언·폭행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최씨는 자신의 직장이었던 아파트에서 괴롭힘을 당한 것은 맞지만, 이 사건을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기는 어렵다. 가해자가 사용자나 동료 근로자가 아닌 아파트 입주민이기 때문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를 사업장 내 사용자와 근로자로 한정하고 있다. 소비자나 원청 관계자, 회사 대표의 친인척 등 제3자에게 괴롭힘을 당하면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인권위는 회사 밖 제3자에게 괴롭힘을 당한 근로자도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권고를 내놨다.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을 보다 확대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이동 경비원 폭행 가해자와 최씨가 근무했던 경비실./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인권위는 이와 함께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5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도 했다. 괴롭힘 금지법을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하기 때문이다. 규모가 작은 사업장일수록 가해자와 피해자 간 접촉이 많고, 괴롭힘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게 인권위의 판단이다.

또 괴롭힘 방지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괴롭힘 행위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는 행위자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 규정이 없다. 취업 규칙을 마련하지 않거나(벌금 500만원) 신고자 보호조치를 취업규칙에 의무화하지 않는 사업장(3년 이하 징역이나 벌금 3000만원)만 처벌한다. 괴롭힘 행위자는 회사별로 마련한 취업규칙에 맞게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실적 저조하다고 벌레 먹이는 중국

직장 내 괴롭힘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에서는 직장에서 비인간적 체벌을 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6월 1일 온라인에서 중국 인테리어 회사가 실적을 달성하지 못한 직원들에게 지렁이를 먹게 한 영상이 퍼졌다. 한 직원은 살아있는 지렁이를 입에 넣은 후 물을 마셔 삼켰고, 다른 직원은 지렁이가 담긴 휴지 자체를 삼켰다. 회사는 실적이 나쁘면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네티즌들은 공분했고, 논란이 일자 중국 당국은 노동법 위반으로 처벌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2018년에는 경찰이 실적을 달성하지 못한 종업원에게 바퀴벌레를 먹게 하고 오줌을 마시게 한 경영자 세명을 체포했다. 당시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이들이 징역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외에도 종업원들의 뺨을 때리거나 길거리에서 기어 다니게 하기도 했다.

실적을 못 채웠다는 이유로 회사의 강요에 의해 지렁이를 먹고 있는 중국 인테리어 회사의 직원./SBS 방송화면 캡처

일본에서도 사내 괴롭힘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마련했다. 6월 법 시행을 앞두고 일본 기업들은 ‘괴롭힘 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괴롭힘 보험은 사내 괴롭힘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원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당할 때 소송비용과 보상금을 지급하는 보험이다. 종업원 1000명 규모의 제조업체가 연간 90만엔(약 1000만원)짜리 상품에 가입하면 최대 3000만엔(약 3억4000만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괴롭힘 보험의 인기는 일본 내에서 직장 괴롭힘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018년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상담 건수는 처음 8만건을 넘었다. 현재는 직장 내 괴롭힘 관련 분쟁이 전체 노동분쟁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아졌다.

글 CCBB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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