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말라리아에 이어 이번엔 코로나 확진자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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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보다 1만배 뛰어난 후각으로 바이러스 잡아내
암과 파킨슨병 냄새도 구별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후각으로 바이러스를 탐지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영국 비영리단체 ‘의료탐지견들'(Medical Detection Dongs) 홈페이지

‘킁킁.’ 황토색 개 래브라도가 작은 구멍 위에 코를 가져다 댄다. 래브라도 앞으로 구멍이 난 통이 줄지어 있다. 래브라도는 돌아다니며 냄새를 맡는다. 통 안에는 사람들이 12시간 이상 사용한 양말과 3시간 이상 착용한 마스크 조각이 들어있다. 래브라도는 이 중에서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은 환자 물건을 찾아야 한다. 

이 강아지는 코로나19 감염자를 찾기 위해 훈련 중인 의료탐지견이다. 훈련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개코’로 코로나 감염자를 찾아낼 수 있다. 영국 보건사회복지부가 ‘코로나19 탐지견 양성’ 프로젝트에 약 7억460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5월15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런던 위생 열대의학원(LSHTM) 연구진과 더램대, 비영리단체 ‘의료탐지견들’(Medical Detection Dogs)이 함께 한다.

◇냄새로 바이러스를 찾아내는 방법


대만 신베이 시에 있는 경찰서에서 일하는 신입 아기 경찰견(우)./jobsN, ‘npa4u’ 페이스북

냄새를 맡아 질환을 찾아내는 개를 의료탐지견이라고 부른다. 특수목적견 중 하나다. 공항에서 마약을 찾아내는 마약 탐지견과 119 구조본부에서 일하는 인명구조견도 특수목적견이다. 특수목적견은 뛰어난 후각 능력으로 사람을 돕는다. 개가 냄새를 맡는 능력은 사람보다 1만배 이상 뛰어나다. 단체 ‘의료탐지견들’은 “훈련한 개는 올림픽 규격 수영장 두 곳 크기 물속에 설탕을 한 숟가락만 넣어도 설탕 냄새를 탐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온순하고 활동적인 리트리버나 셰퍼드 종이 주로 탐지견이 된다.

개는 후각으로 사람 신체나 체액에서 바이러스, 박테리아와 암을 탐지할 수 있다. 질병은 신체와 신체 분비물에 특정한 흔적이나 냄새를 남기기 때문이다. 탐지견은 훈련 시 환자 몸 냄새가 밴 물건 냄새를 맡는다. 주로 환자가 신던 양말을 쓴다. 그다음 무작위로 놓인 표본 여러 개 중 냄새만으로 병에 걸린 환자 표본을 찾아내는 훈련을 받는다. 훈련받은 개는 피부·호흡할 때 내뿜는 공기·대소변·땀 냄새를 맡아 병을 찾아낸다. 의료탐지견은 시간당 환자 250명을 구별할 수 있다.

LSHTM 제임스 로건 교수는 “개들은 후각을 사용해 세계보건기구(WHO) 진단 기준 이상으로 말라리아 감염을 정확히 구별했다”고 영국 스카이뉴스에 말했다. LSHTM은 현재 ‘의료탐지견들’, 더럼대와 공동으로 ‘코로나 탐지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어떤 일을 할까


저혈당증을 앓고 있는 아이 Joshua와 그를 도와주는 의료탐지견 Rocky(좌), 쓰러진 사람을 옆에서 보호하는 의료탐지견(우)./영국 비영리단체 ‘의료탐지견들'(Medical Detection Dongs) 홈페이지, 영국 Metro 홈페이지 캡처

의료탐지견은 질환을 찾아내는 감시견과 환자와 함께 생활하며 병 징후를 미리 감지해 경고하는 경고견으로 나뉜다. 코로나19를 탐지하는 개는 감시견이다. 말라리아 보균자를 찾아내는 감시견도 있다. 2018년 영국과 감비아 연구진은 탐지견이 양말 냄새를 맡고 몸 안에 병균이 있는 사람을 찾아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냈다. 개는 감염자를 70% 정확도로, 비감염자는 90% 정확도로 가려냈다. 말라리아 기생충은 감염자 몸 안에서 모기를 유인하는 물질을 만든다. 이 물질에서 나는 냄새를 개가 맡는 것이다.

탐지견은 암도 냄새로 구분할 수 있다. 미국 메디컬뉴스투데이는 암 탐지견은 많은 종류의 암을 발견할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대장암·폐암·난소암·전립선암·흑색종을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과대는 의료 탐지견이 소변 냄새를 맡고 99.7% 정확도로 암 환자를 찾아낸다고 2017년 발표했다. 2015년에는 이탈리아 연구진이 독일 셰퍼드 두 마리를 이용해 전립선암을 판별했다. 셰퍼드는 90% 정확도로 환자를 가려냈다.

당뇨병 환자와 함께 살며 혈당치가 지나치게 높을 때 환자에게 ‘경고’하는 개는 의료 탐지견 중 경고견이다. 긴급 의료 지원견이라고도 한다. 경고견은 당뇨 질환자가 흘리는 땀 냄새를 맡거나 내뿜는 호흡으로 ‘당 냄새’를 판별한다. 혈당치가 지나치게 높으면 환자에게 경고한다. 숨을 쉴 때마다 개가 진단을 하는 셈이다.

◇한국에서도 개가 병을 진단해줄 수 있을까

한국에서도 의료탐지견 연구를 한 사람이 있다. 전남대학교대학원 수의학과 고계영 석사는 진돗개를 의료탐지견으로 쓸 수 있는지 테스트했다. 그는 2017년 진돗개 4마리가 폐암, 전립선암, 유방암 세포를 찾을 수 있는지 실험을 통해 알아봤다. 진돗개들은 암 세포를 최고 92%, 최저 81% 확률로 찾아냈다. 고 석사는 이 결과가 호흡으로 암 탐지를 실험한 해외 사례 결과와 거의 유사하다고 말했다.


가수 강민경과 반려동물 휴지(좌)./가수 강민경 인스타그램 캡처, 영국 비영리단체 ‘의료탐지견들'(Medical Detection Dongs) 홈페이지

미래에는 탐지견이 더 다양한 병을 찾아낼 것이다. 프랑스 코르시카 소방구조국에서 일하는 에이메릭 버나드 수의사는 “미국에서는 바이러스성 질병을 발견하기 위해 소 무리에 개를 풀어놓는 연구도 하고 있다”고 공영 라디오 방송 RFI에 말했다. 영국과 독일, 노르웨이에서도 비슷한 훈련을 하고 있다. 반려견이 의사 역할도 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글 CCBB 장민주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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