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모습 때문에 힘든 건 저도 이 아이들도 마찬가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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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강아지가 환영받을 수 있는 곳은 없을까”
‘수강신청급’ 경쟁률, 1분 만에 예약 꽉 차는 훈육미용
한 마리 미용에 3~5시간 “강아지와 놀이하듯 다가가”

“오구오구 물면 아파요” “짜잔, 애기 미용이 이렇게 끝났다요”

성문수 훈육미용사./유튜브 채널 ‘성문수’ 캡처

짧게 민 머리에 다소 거친 이미지의 이 남자. 평소에는 목소리가 낮게 깔린다. 말수도 적은 편이다. 그러나 강아지 앞에 서면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 목소리는 마치 EBS 펭수 같아진다. 성문수(31) 훈육미용사는 사납게 구는 강아지 앞에서 아기상어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춤을 추기도 한다. 품 안에 강아지를 안고, 마룻바닥에 등을 댄 채로 털을 자르기도 한다. 그는 반려동물 훈육미용사다. 긍정미용이라고도 부른다. 성씨가 개척한 장르다. 강아지에게 미용은 무섭고 힘든 일이다. 트라우마가 생길 수도 있다. 그래서 그는 미용할 때 보상을 주며 트라우마를 조금씩 치료한다. 강아지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미용만 한다. 요금은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60만원. 적은 비용이 아니지만 전국에서 고객들이 찾아온다. 한 달에 한 번 선착순으로 받는 신규 예약은 1분 만에 꽉 찬다. 서울 광진구의 ‘카나비스펫’에서 그를 만났다.

-훈육 미용을 만든 계기는 무엇인가요.

“강아지 미용샵에서 일할 때,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말을 안 듣거나 무는 강아지들은 다루기 어렵다는 이유로 미용을 시켜주지 않는 거죠. 거절당하는 강아지들을 교육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서 훈련소에도 찾아갔어요. 그런데 아무리 훈련을 시켜도 보호자와 주변인까지 모두 변하지 않으면 트라우마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용 트라우마를 앓는 강아지들이 환영받을 수 있는 곳은 없을까’ 고민하다가 훈육미용을 생각했습니다. 스물여섯 살부터 훈육미용을 독학했고, 2018년 11월 카나비스펫을 열어 직원 1명과 함께 일하고 있어요.”

-독학이 가능한가요.

“독학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훈육 미용에 정해진 방법이 없기 때문이에요. 지금도 끊임없이 배웁니다. 그래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도 ‘이것이 바로 훈육미용입니다’라고 일일이 알려주지 않아요. 강아지마다 다른 방법으로 다가가야 하기 때문이죠. 한 마리 한 마리와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방법을 많이 고민했습니다. 유튜브에는 훈육미용 과정을 담은 영상을 올리고 있어요. 지금은 구독자 수가 19만명이 넘습니다.”

-훈육미용을 예를 들어 설명한다면.

이빨을 드러내던 강아지가 훈육미용을 받으며 얌전해졌다./성문수씨 제공

“기다리는 것이 첫 번째 단계입니다. 강아지의 문제행동이 어떻게 나오는지를 천천히 지켜봐요. 미용도구로 테스트를 하기도 합니다. 놀아주고, 간식도 주고, 심지어는 산책을 하는 시간도 필요해요. 강아지들이 좋아하는 목소리를 내기 위한 연습도 많이 했어요. 마치 어린아이를 대하듯 친절하고 기분 좋은 목소리를 내는 거죠. 강아지와 친해지려고요. 일반 미용이 1시간 30분만에 끝난다면, 훈육 미용은 3시간에서 5시간 정도 걸립니다. 두 명이 하루에 3~4마리 강아지를 미용해요.

얼굴 털을 자를 때는 입김을 불어줍니다. 예민한 친구들이 미용도구에 긴장하며 집중을 하고 있다면 시선을 분산시켜 주는 것이 좋기 때문이죠. 민감한 다리털을 밀 때는 앞발을 조심스럽게 당겨 잡고 툴툴 털면서 밀어줍니다. 미용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강아지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멈춥니다. 아이가 허락하는 미용만 하는 거죠.”

-손에 물린 자국이 별로 없는 것이 신기합니다.

“처음에는 많이 물렸어요. ‘오늘은 얼마나 물릴까’ 생각하며 출근했으니까요. 지금도 여전히 물리는 게 일상인 직업이죠. 그런데 이제는 물기 전에 어떤 표정과 몸짓을 하는지 보입니다. 이빨이 아니라 표정을 봅니다. 부르르 떠는 몸짓, 곁눈질로 쳐다보는 행동을 보고 먼저 피하는 거에요. 그래서 제 손에 상처가 많이 없나 봐요.”

-가게 이름인 카나비스(Cannabis)는 ‘대마’라는 뜻인데.

카나비스펫 로고./성문수씨 인스타그램 캡처

“문신 많고 ‘빡빡머리’에 거칠게 생겼다는 이유로 오해를 많이 받았어요. 편견이 항상 뒤따랐죠. 심지어는 약물 미용을 한다는 허위사실을 퍼뜨린 분도 있었어요. 카나비스도 두 가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잖아요. 안 좋게 보면 중독성 있는 약물이지만, 좋게 보면 아픈 친구들을 치료할 때 쓰일 수도 있는 의료용 치료제니까요.

제가 주로 만나는 강아지들도 사람들의 편견에 갇힌 아이들이 많아요. 미용하면 사나워진다는 이유로 거부당한 존재들이잖아요. 겉모습만 보고 무섭다고 판단하는 것이 카나비스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보호자들이 카나비스펫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방법이 없어서, 또는 방법을 찾고 싶어서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마땅한 대책을 찾지 못해 마취 미용을 받아왔던 강아지들도 많이 찾아와요. 미용할 때 강아지의 마음이 어떤지 알고 싶어서 찾아오는 보호자들도 많죠.

배냇 미용(첫 미용)을 한 강아지./성문수씨 제공

문제행동을 100% 고칠 수는 없어요. 대신 문제행동을 유발하지 않게끔 보호자도 계속 교육을 받는 거죠. 보호자를 위한 세미나를 함께 여는 이유기도 해요. 반려견을 가족처럼 생각한다고들 하잖아요. 가족이라면, 내 아이라면 교육은 필수죠.”

-앞으로의 목표는요.

“고민이 많아요. 지금 맡는 강아지들을 위해 계속 현장에 남아 훈육미용을 할지, 아니면 더 많은 강아지가 트라우마와 문제행동을 갖지 않도록 도와주는 교육자의 길을 가야 할지 고민입니다.”

글 CCBB 김지인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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